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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행자 -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손미나 씨가 처음 썼던,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예전에 무척 읽고 싶었다.
워낙 인기가 있어서, 그 책을 빌리기 쉽지 않았다.
또 읽어보지도 않고 덥석 책을 사는 성격이 아니라서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손미나 씨가 두 번째 책을 내는 때까지 오게 되었다.
어쨌든, 또 감사한 마음으로 손미나 씨의 두번째 여행 에세이, <태양의 여행자>를 읽게 되었다.
손미나 씨가 예전에 아나운서 하실 때, 그 이미지가 좋아서, 과연 그녀는 어떤 책을 쓸까 궁금했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들은 어떨지. 그래서 여행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면에 초점을 두고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건 그녀는 책 내기 전에 공인이었으니, 나말고라도 그녀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한 시각으로 읽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음, 이런 나의 생각은 조금 미뤄두고, 일단은 책 내용을 보자.
사람의 향을 맡으러 그녀는 도교에 갔다. 직접적으로 손미나 씨는 이렇게 적지는 않았지만,
내가 받은 인상은 이렇다. 그녀는 사람의 향을 맡으러 갔다고.
프롤로그 다음에 그녀는 도교에 대한 그녀의 추억, 5가지를 풀어 놓는다.
그 추억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적혀있다.
물론 그녀도 직접적으로 사람과 인연에 대해 글을 썼고.
그랬기 때문에, 이 책은 그녀가 도교에 가서 사람과 인연 맺은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도교 뒷골목 포장마차에서도,
주말에 남들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니는 젊은 남녀들에 대해서도,
(물론 그들을 신경쓰는 사람도 딱히 없지만)
리키샤(인력거)를 타고 도쿄의 가장 오래된 사원을 찾았을 때도,
그 사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고 그 리키샤를 몰던, 그 청년에 대해서,
그리고 그 청년의 친구인 어린 게이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중심을 이룬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받은 느낌을 그녀는 적는다.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자존심 상할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사원이 가장 오래되었든 그렇지 않든, 사람이 아니니까,
손미나 씨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나 보다.
그보다는 사람과의 인연, 그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살아가는지가
그녀에겐 더 중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들린 검도 시합장도, 우리나라에서 인연을 맺었던 류이치 부부를 보러 간 것도.
그녀는 정말 도쿄를 보러, 그곳으로 떠난 게 아니라,
도쿄에 있는 사람을 보러, 그곳으로 떠난 것이다. 정말.
우리는 자주 만나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서 받은 수많은 인상들과
그들과 함께 만든 추억들을 가지고 우리의 인생, 많은 부분을 채운다.
그 인상과 추억들을 가지고, 나를 만들기도 하고, 때론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아니면서도 나를 이루는 아주 큰, 그 무엇 중에 하나다.
하지만, 살다보면 타성에 젖어서 주위 사람들에게서 내가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못 느낄 때가 많다. 또, 영향 받지 못할 때도 많고. 너무나 익숙해져 있으니까.
그러다가 여행을 한 번 떠나면, 마음의 방어막을 치긴 치지만
평상시 때보다 마음을 많이 열어놓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다 빨아들이고 영향 받을 수 있을만큼 말랑말랑한 마음과 정신을 갖기 쉽다.
그래서 외국에 가면, 평소에는 그냥 스쳐지나 갔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많은 영향을 받고, 강렬한 인상을 새기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손미나 씨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을 한 번 떠나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행을 가든 안 가든,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많이 맺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내게는 <여행>보다, 어디에 있든, 사람과의 인연만 잘 맺어져도
한 자리에 있어도 매일 여행하듯, 새로운 하루하루를 보낼거라 생각하니까.
아무튼 그녀의 두 번째 책에는,
개성 만점인 사람에서부터, 전형적인 일본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일본 사람, 일본의 정신을 대표할 만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이야기들로
구성 되어 있다.
그래서 일본, 특히나 도쿄에는 어떤 사람이 사는지 궁금한 분들은 한 번 보시면 좋을 듯 하다. 그러면 나도나도!하면서 도쿄로 가고 싶은 기분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은,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가 아직 없는 듯하다.
뭔가 생각은 있고 마음엔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많은 심상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걸 풀어 쓰는 게, 음 뭐랄까 뭔가 막혀 있는 듯한 느낌었다.
그래서 그녀만의 개성이 잘 들어나 있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글을 못 쓰는 것도 아니고, 기승전결이 연결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응 정말 뭔가 그녀의 개성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느낌이랄까 그렇다.
혹은 공인이란 생각 때문에 너무 이미지에 신경 쓰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물론 그냥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
내가 손미나 씨를 책을 통해 먼저 안 게 아니어서,
자꾸 옛날에 받았던 이미지에 자꾸 짜맞추려는 나의 욕심아닌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생각이니,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자면,
만약 다음에 또 여행 에세이를 쓰신다면,
좀더 자신만의 문체나 생각을 정리해서,
'손미나' 씨만의 뭔가 들어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하핫.
덧붙임 +
이것도 그냥 나의 생각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태양의 여행자>하면,
남아메리카에서 모래, 먼지가 이는 황량한 지역을 걷는 외롭고 쓸쓸한 방랑자가 생각난다.
아무래도 남아메리카 고대문명에서 받았던 태양과 황금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일본의 국기에 태양이 그려져 있다고 하지만. 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