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 한 명품 중독자의 브랜드 결별기
닐 부어맨 지음, 최기철.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닐 부어맨, 당신은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나요!!!


저는 루이비통 진짜 것은 가져본적도 만진적도, 더더군다나 본적도 없는데 말이죠.

호강에 겨워 그러시는 거라면, 차라리 기부하시던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지 그래요?

안 그래도 아까운 것들 불에 태우기까지 하면, 몸에 안 좋은 물질들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아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뭐 지금은 그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리고 내가 말 안해도 그의 글을 읽어보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했던 생각을 그에게 계속해서 말하고, 블로그에까지 그런 글들로 도배를 했었다. 어떤 이는 '닐 부어맨, 당신이나 불 속으로 뛰어들어'라는 말 등 신변 위협적인 말들도 서슴지 않았다. 아이쿠 저런! 아까운 명품을 다 불태워버린 그가 괘씸하기도 하지만 뭣 때문에 그런지 알고나 괘씸해하던가 미워해야겠지. 그의 자문자답의 책 속으로 퐁당 빠져 보아요 ♡

 

 

이 책의 저자, 닐 부어맨은 이 책 표지에도 작혀 있든 명품 중독자이다. 그는 왜 명품에 중독되었을까? 과거 알코올 중독에 된 적도 있는 사람이라 무엇에 쉽게 중독되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는 어렸을 때, 소속되고 싶은 무리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이유인즉슨, 그는 아디다스를 신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모여있던 아이들은 모두 아디다스를 신고, 유명 브랜드의 가방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디다스는 물론 어떤 물건도 브랜드인 것이 없었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고 소외감을 느낀다. 그때부터 그는 브랜드에 집착하게 된다. 그게 초등학생 때다. 그때부터 서른 살이 될때까지 브랜드에 집착하고, 브랜드를 미친 듯이 사모으고, 브랜드의 어떤 정보라도 쭉쭉 흡수해 버린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여자친구가 화장실에 놓아둔 어느 한 책으로 인해서 그의 생각은 360도 바뀌게 된다. 아, 360도가 아니라 180도로 바뀐다.

 


쪽. 43 광고의 목적은 광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광고 속 제품을 사면 그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부추긴다.

현재의 자신보다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부추긴다.


 

그는 이를 계기로 자신이 가진 명품을 다 불태워버리기로 결심한다. 왜 하필 불태우려고 했을까. 이 의문의 힌트가 될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의 아버지가 일하는 곳이 <화재경보기> 제조 업체이다. 닐은 사실 명품을 태우기 전부터 뭔가 심경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태웠었다.

 

아무튼 그는 물건들을 다 태워버리기로 작정한 후엔, 블로그(http://www.bonfireofthebrands.com)를 만들어 그날그날 생각과 행동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 특정한 날을 정했던 것이다. 블로그는 자신의 기록장이 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인신공격을 받았다(열에 아홉글 정도). 무엇보다도, 닐 부어맨의 행동에 비난을 하기도 했지만 이 사람에 대해서 비난을 많이 했다. 그는 심리치료도 병행하면서 지냈는데, 아무튼 이 사람들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을 거다. 글에도 심각하게 적지는 않았지만 곳곳에 그런 흔적이 보이고.

 

후회도 많이 했다. 우선 명품 중독자로서 물건들이 아까웠다. 그래도 그는 참았고, 그날이 올때까지 잘 참아냈다. 그리고 다 불태운 후에도, 그는 명품은 커녕, 치약까지 직접 손으로 만들어서 쓰고, 베이킹 파우더와 식초를 섞어서 세제를 만든다. 이정도라면 단순히, 광고에 속고 살았다는 사실에 화가나 화김에 명품을 불에 던지고 했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명품들을 불에 태우기로 결심한 후엔 도서관에 들락 거리며 광고나 마케팅, 브랜드에 관련한 서적들을 읽고 공부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줄거라 믿었던 명품이 자신을 변화시키기는 커녕 공허와 허무만을 안고 왜 더더더 명품을 살려고 발버둥 치려고 했는지 깨닫게 된다.

 


쪽. 157.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우리는 생각한다.

'이 물건이 사람이라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일까?'

나아가 '이 물건이 사람이라면, 내가 좋아하고, 믿고, 동경할만한 대상일까?'

라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쪽. 159. 신흥 실업가들은 또한 자신들을 노동자나 장인계층과 구분짓기 위해

상류 계급의 관습을 추종했다. 기존에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던 귀족계급의 눈에

그들은 사기꾼과 다를 바 없는 혐오스러운 존재였다. 베블런은 이와 같은

사회적 경쟁 원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행과 그칠 줄 모르는 소비 증가를

추동하는 힘이라고 주장했다.

 

쪽. 179. 나를 진짜로 흥분시키는 것은 그 코트를 사거나 입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기대감'이다.

 

쪽. 186. 광고는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곳에 더 나은 당신이 있다고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나는 이 책을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괜찮게 읽었다. 사실, 이 책을 받기 전에는 명품 관련 사진들이 가득가득한, 읽기 편한 책이라 생각했었는데, 글만 빽빽한 책이었다. 어라, 하는 생각에 책을 펼쳐 보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되게 글을 적었다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이 이 책을 괜찮게 생각한 이유다. 물론, 그의 생각과 깨달음, 그리고 행동이 조금 극단으로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나의 생각과 다른 부분도 많고.

 

자신이 어떤 환경에 둘러 싸여 있는지 깨닫고, 그 환경을 변화시키려고 한 생각과 노력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브랜드에 결코 헤어날 수 없는 나의 처지도 떠오르기도 했고.

 

나도 초등학생 때, 브랜드 신발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멸시 같은 걸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닐의 심정이 이해 갔었다. (지금도, 운동화는 꼭 이름있는 걸 신는데, 나도 닐과 과거의 기억때문에 그런건가. -_-;) 나도 명품이나 브랜드의 허상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또 돈도 얼마 없어서 뭐 사야 할 것이 있을 때는, 아예 상표도 붙어 있지 않은 보세를 사거나 중고 시장에서 알짜배기 같은 걸 잘 산다.

 

하지만 여자로서 화장품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 예전에 한 유명 명품 화장품 회사의 VIP고객으로까지 등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나와 맞지 않아서 그 제품은 쓰지 않고 오히려 1만원 내외하는 화장품(이름있는)을 사서 쓰는데 예전에 비싼걸 쓸 때보다 훨씬 내 피부가 좋아진 걸 느낀다. 하지만, 주름 개선 화장품은 싼 걸 쓸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 그냥 내 기분에 그걸 선택하게 되었다. 비싼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을거라 믿기 때문인가보다. 주름은 20대 초반부터 관리해야 한다,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으니 꾸준히 발라야 한다, 좋은 걸 발라야 효과가 있다, 이런 광고인지 경고인지 이런 글 때문에 그렇게 사게 되는 가보다.

나도 어쩌면, 광고 속에 세뇌받으며 살아왔는가보다. 아니 그렇다. 씁쓸하긴 하지만.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누구나 반감을 가질 수 있으나, 그건 이 사람의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 때문이지, 이 사람의 근본적인 생각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나도 이 책 읽으면서 메모도 많이 하고, 나에 대한 생각, 이 세상에 대한 생각과 걱정(?)도 많이 했다.

 

한번쯤 읽기 바란다(사실은 추천함).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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