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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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이 매끈하게 잘 빠져서 읽고 싶었던 책. 참고로 표지 얼굴이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인격을 스포하고 있다. 베일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한 주인공의 얼굴. 유일하게 또렷이 보이는 한쪽 눈동자처럼, 초점 없이 날카롭게 쏘아보는 그 눈빛이 주인공의 진짜 내면을 드러낸다.


이 책은 '야도노 카호루'가 쓴 미스터리 장르로, 서간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설명으로 '복면 작가'라고만 적혀 있어, '야도노 카호루'라는 이름도 가명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책은 가볍고, 각 페이지마다 아래쪽 여백이 넓어 분량이 얼마 안 된다. 마음잡고 읽으면 1~2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는 분량. 게다가 서간체 형식이다 보니 인사말이 많고, 옛날에 있었던 일을 회고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쓴 부분이 많아서 전반적으로 책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책은 광고 카피 그대로 막판에 '반전'이 나온다. 하지만 반전이 있는 거의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반전이 있다'란 카피는 그 자체로 언제나 '스포일러'가 된다. 나도 반전을 즐기고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처음부터 반전을 뒷받침할 부분을 체크하며 읽었고, 그래서 마지막 반전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반전을 읽고, 앞부분에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서술하지 않아 구멍 난 퍼즐처럼 느껴졌던 부분을 다 찾았다 정도?!


이 책은 반전보다, 끝부분에 드러나는 막장 십이지장 같은 내용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성(性)진국 일본의 성(性)스러운 문화와 그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달까. 일본 사람들의 성에 대한 기본 생각이 우리와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좀 충격을 받았다. 물론 이 책 하나 읽고, 일본이란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의 성에 대한 가치관을 규정할 수는 없으나, '아, 역시 일본은 이렇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의 반전 장치보다 그들의 성에 대한 생각에 놀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 인물 설명 │

미즈타니 가즈마 : 현재 50대 남성. 중학생 때 부모님을 여의고, 고모부 집에 들어감. 새고모가 데려온 유코와 약혼. 졸업 직전 진심으로 사랑하는 다카오를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유코와 파혼한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 다카오가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빠진다. 30년 후 그는 용기 내어 다카오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다.


​다시로 미호코 : 미즈타니 가즈마의 대학 후배. 연극부원으로 활동하며, 미즈타니 가즈마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미즈타니 가즈마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고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다가, 2년 후 3번째 메시지를 받고 답장을 시작하며, 옛날에 있었던 풋풋했던 기억과 감정을 담아낸다.


​다카오 : 미호코와 고등학교 동창. 대학 연극부도 함께 활동. 미호코와 함께 사귀었다는 소문이 돈다.


​미야와키 : 연출 보조. 미즈타니 가즈마가 절대적으로 믿었던 연출 보조. 그러나 연극 스폰서 받은 거액의 돈을 들고 사라졌다.


​유코 : 미즈타니 가즈마의 여동생. 고모부가 고모와 이혼하고 재혼한 여성이 데리고 온 아이. 스페인+일본인의 2세대 혼혈이라 남다르게 아름다움. 미즈타니를 무척 좋아해 부모님께 졸라 약혼한다.


미즈타니 가즈마의 고모부 : 아내와 이혼해서 미즈타니 가즈마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인물이지만, 오갈 데 없는 미즈타미를 거둬 키워준 인물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위의 인물 설명만으로도 막장적 요소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집이 파산해 대학 진학이 불투명해졌던 미호코가 무슨 일을 했는가인데, 미호코는 돈을 벌기 위해 '그 일'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일과 상관없는 관계도 다채롭게 맺었다는 게 좀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미호코의 생각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무수한 남성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거는 그냥 몸의 관계일 뿐이고, 미즈타니와의 관계는 사랑의 행위였다고 하는 게 좀 요상했고, 또 그러면서 자기가 그런 일하는 줄 알고 있었으면 자기에게 알은체도 안 하고, 화도 안 낸 미즈타니에게 어쩌면 그럴 수 있냐고 오히려 화를 낸다. 본인이 그런 일을 하는 걸 미즈타니에게 말하지 않은 건 당연한 것처럼 말하면서... 그리고 연극부 남자들도 그렇고 스폰서도 그렇고 다 이해불가. 유코도 고모부도 마찬가지고, 피해 의식 때문에 괴물이 되어 버린 미즈타니도 도저히... @ㅅ@


​작가가 극적 반전 혹은 자극적 반전을 위해 일부러 이런 요소를 넣었는지, 아니면 원래 성에 대해 작가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읽고 나서 '역시나 일본은...'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


전반적인 느낌은 결혼식 당일 갑자기 사라진 예비 신부를 30년이 지나서도 잊지 못한 한 남자의 연서(戀書) 읽히지만 끝부분은 막장 십이지장이 되니,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시길! 참고로 끝부분이 자극적이지만, 자극적인 '묘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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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 - 미래를 혁신하는 빅데이터의 모든 것 서가명강 시리즈 6
조성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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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닝을 다룬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인류 최초의 첫 컴퓨터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앨런 튜닝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최초로 현대식 컴퓨터를 만들었는데 이 컴퓨터가 하는 일은 독일 암호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독일군은 매일 아침 암호가 담긴 엄청난 양의 메시지를 발송했고, 이 암호가 매일 밤 자정에 모두 리셋되었기 때문에 앨런 튜닝의 컴퓨터는 매일 아침 그 모든 작업을 새롭게 다시 해야 했다.

허탈감과 분노, 주위의 불신이 가중되던 때, 독일군의 암호를 받아 적는 한 여성의 말에 힌트를 얻어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그러자 앨런 튜닝의 컴퓨터는 정보를 입력받자 금방 독일군의 암호를 풀어낸다.

앨런 튜닝을 애먹인 것은 바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데이터의 양'이었다. 많은 데이터의 양은 앨런 튜닝뿐만 아니라 그 후로 꽤 오랫동안 컴퓨터 분야에서 골 아픈 문제였다. 그러나 컴퓨터의 성능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갔고, 인류는 이제 어마어마하게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양의 데이터, 즉 '빅데이터'는 예전에는 컴퓨터 분야에서 골칫거리였지만, 이제는 '빅데이터'가 현대의 자원이자 가치가 되었다.


익숙하지만 아직 낯선 빅데이터. 보통 인공지능 관련 책을 접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빅데이터를 중심 주제로 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서울대 조성준 교수의 '서가명가' 강의를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아마도 강의를 바탕으로 출판사 직원이 글로 옮기고 편집한 것 같다).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라서 책의 내용도 어렵지 않다. 전문적인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고, 쉽게 설명한다. 공학과 교수여서 그런가, 책(강의) 구성이 논리적이고 간결한 느낌이 많이 든다. 따라 읽다 보면 이해가 쏙쏙 됨! (물론 익숙하지 않은 분야라 책을 덮고, 나보고 설명하라고 하면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설명 못할 것이다 >ㅁ<)

이 책의 좋은 점은, 일단 교수님이 관련 분야를 전공한 학자이기도 하지만,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의뢰를 받아 산업/상업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많이 하고 계시다. 그래서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생생한 자료가 많다. 가령 모 대기업의 인사 채용이라든지(어떤 사람이 채용 후 금방 퇴사할지, 누가 오래 근속할지 등), 신용카드사의 사용자별 카드 활용 데이터로 어떤 고객에게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공장에서 생산한 물품들의 이동과 보관 기간이 적절한지 등을 다 빅데이터로 분석해서 알 수 있다고 한다.

빅데이터는 막연하게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자원인 것이 아니라, 현재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고 더불어 빠른 속도로 우리 삶에 스며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고로, 일반인들도 빅데이터의 기본 개념과 활용, 적용 및 빅데이터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하고 있어야 한다.

책에서는 빅데이터가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룰 수 있으며, 또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혁신에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텐데 만약 사람들이 빅데이터에 무지하다면 올바르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단다. 근래까지 인간은 자기가 속한 조직이 정한 대로의 '룰'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거나, 담당자 개인의 '경험과 직감'을 토대로 의사 결정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아직 이런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빅데이터'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고 말이다.

따라서 빅데이터에 대한 기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문적 교육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현실적으로 힘들고, 몇 주나 며칠, 그것도 안되면 최소한 몇 시간의 교육만으로 빅데이터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고, 그걸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빅데이터 활용은 처음 자동차가 생겼을 때와 같다. 말을 몰고 먹고살았던 마부들은 자동차에 적대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말을 몰고 다니는 시대일 거라 생각했지만 극히 짧은 시간만에 마차는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을 뿐 도로 위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새로운 문물이 등장했을 때는 늘 이랬던 것 같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mp3폰이나 pda 폰 사례를 말하며 비관적으로 생각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누구랄 것 없이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예전처럼 컴퓨터 성능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부서진 지금, 앞으로 빅데이터 활용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일반인들도 필히 잘 알아둬야 한다. 빅데이터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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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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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조국 후보자와 그의가족 이야기를 보면 '중산층이 어떻게 상류층으로 진입하는가'의 본보기를 보는 것 같다. 상당히 재밌고 흥미롭다. 왜냐면 보통 '이미 상류층으로 진입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볼 수 있기 때문. 조국 후보자는 흔치 않게 '진입하는 과정'에 위치하고 있다. 드문 케이스.


또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강남좌파'라는 말이 재밌고 인상적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강남좌파'란 뜻은 <계층은 중산층이지만 의식은 프롤레타리아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라 한다. 과연, 그러할까. 내가 생각할 때는 강남좌파는 <나와 우리 가족은 대대손손 대한민국 1%의 고학력과 부를 대물림해서 살 것이지만, 나의 생각과 의지는 '내가 편입될 일이 없고', '결코 내 자식도 편입되어서는 안되는 노동자 계층'을 위한다>로 이해된다. 그렇지 않으면 조 후보 부부와 조부모가 조 후보 딸 진학 문제로 그토록 애를 썼겠나 싶다. 암튼 근래 들었던 말 중에서 강남좌파란 말이 웃기고, 제일 위선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산층 부모들은 조국 후보처럼 되길 꿈꿀 것이다. 그들은, 정치 성향에 따라 조국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고,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계층 상승 욕구는 조 후보와 동일할 것이다. 사다리를 타고 저 위로, 저 위로... 가능하다면 꼭대기까지 대대손손 대대로!! 계층 상승을 위한 방법(정보), 능력(권력과 재력)만 된다면 보통의 중산층 부모들은 조 후보 부부와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DJ 이후 몇 번의 정권 교체가 있었지만 계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계층 이동이 줄어든 것은 이 때문이다. 엘리트들이 대거 중산층으로 진입했고(1950~80년대까지만 해도 가난한 엘리트들이 많았다), 한번 중산층에 편입하자 최상류층까지 올라갈 방법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조국 후보자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한 모습일 뿐이고, 그들은 대체로 이러하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 계층 이동성은 더욱 위축되고, 활력없고 비능률적인 사회가 될 거라 예상한다. (중산층 계급에 속한 언론인들, 교수들은 말이나 글로만 계층 이동성을 주장할 것이다. 실제 행동은 조국 후보자처럼 계급 이동성을 저해하는 행동을 매번 할 것이다. 본인의 기득권과 이익을 놓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에서 태어나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한 사람이 쓴 책이다. 그는 귀족이나 젠틀맨 계층이 아닌 영국의 노동자 계층에서 태어났다. 다행히 그의 아버지가 공부를 잘했고, 좋은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저자의 아버지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친구들 대부분이 살게 될 인생과 전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신분이 좋지 못했으나 일단 좋은 학교에 들어가니 좋은 기회를 많이 만났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도 좋은 교육을 받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저자도 아버지처럼 좋은 학교를 다녔고, 대학은 옥스퍼드를 나왔다. 직장 역시 영국의 세계적인 싱크 탱크 기관에서 근무한다.


그러나 그는 영국 신분제 사회에 염증을 느꼈고, 미국으로 이민왔다. 그는 미국은 평등한 사회인 줄 믿었다. 그래서 좋았다. 하지만 이민한 후 미국 사회에 편입해 보니, 되려 미국이 영국보다 계층 이동성이 더 낮았고, 공고히 계급이 유지되는 사회였던 것이다.


미국에 신분제는 없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선으로 명백히 계층이 나뉘어 있다. 간단하게 최상류층 > 중상위층 > 중하위 > 하위계층으로 나눌 수 있다. 당연히 위가 뾰족하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넓어진다.


보통 미국의 공화당은 최상류층의 이익을 대변한다 생각하고, 진보적인 민주당은 최상류층을 공격 대상으로 삼으며 중산층부터 그 아래로의 계층을 다 포섭하고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민주당이 결코 그렇지 않다며 주장한다. 그들은 1%의 최상류층을 비난하지만, 철처하게 자신이 포함된 중상류층(상위 20%)의 이익을 대변한단다. 말로는 하위 계층을 위하고 계층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그들은 결코 하위 계층으로 떨어지기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철옹성을 짓는다. 자신들이 저 밑의 계층으로 떨어지지 않게 <유리 바닥>을 설치하는 것이다. 자식이 좀 능력이 없더라도, 계층이 하락하지 않도록 보호막을 만드는 것이다. 이 유리바닥은 일단 결혼에서부터 출발한다. 먼저 결혼 전부터 엄청난 노력을 한다. 임신해서 태교할 때도 철저하고, 아이를 낳은 후 양육할 때도 온갖 지극정성이다. 좋은 과외는 물론이고 자녀들과 대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갖기 위해 노력한다. 학교는 비싼 사립이거나, 우수한 공립학교에 보낸다. 우수한 학교에 다니면 그만큼 좋은 대학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또 좋은 대학을 나오면 또 그만큼 좋은 직장을 얻을 확률도 높다. 하청업체나 비정규직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직장으로. 그들은 평등할 수 없는 게임 환경을 만들어 놓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끼리 경쟁을 하는 것이다.


갈수록 계층 이동성이 경직되어 가는 미국. 하지만 우리나라도 똑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걸 느꼈지만, 소위 좌파라 주장하는 조 후보자 가족들이 자녀 교육과 진학에 보인 행태는 이 책의 저자가 비판하는 미국 중상위층의 모습과 동일하다.


지금 포스트는 조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글이 아니다. 이 책, 미국의 중상위층을 다룬 책을 읽었고, 우리나라 중산층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다. 중산층 엘리트들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주장을 하든 간에 그들은 결코 그들의 이익은 놓지 않는 한에서 중하위 계층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대입 관련 어떤 정책을 내든, 노동자를 위해 어떤 정책을 내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20vs80의 사회』 이 참 시의적절한 책이 아닌가 싶다. 2017년에 미국에서 출판됐는데, 그때보다 지금 2019년 우리에게 더 적절하게 와닿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이 특히 인상 깊은 건, 저자가 엘리트층에, 남부러울 것 없이 돈을 잘 버는 중상위층 사람이면서도, 사회의 역동성과 능률을 위해 자신가 속한 중상위층 사람들(그는 '우리'라고 지칭했다)에게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자고 말한다(스스로 하기 힘든 주장 아닌가?! 책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야 미국은 좀 더 건전하고 건강하며 능률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부모 덕에 대학 잘 가고, 좋은 직업 가진 사람 중에 능력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며 이들이 사회의 능률성을 갉아 먹는다고)


지금 우리도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책도 재밌고(저자가 글을 정말 재밌게 잘 쓴다), 내용도 정말 좋아서 강추한다. 일독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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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이기주의자 (스페셜 에디션) - 나의 가치는 내가 결정한다
웨인 W. 다이어 지음, 오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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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이기주의자』의 스페셜 에디션 버전이 나왔다. 초판은 2006년에 나왔고 국내, 국외 모두에서 인기를 끌었던 책. 이제는 『행복한 이기주의자』나 『미움받을 용기』 같은 책들 덕분에 '이기주의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이기주의자'하면 나쁜 이미지만 생각했던 때였다. 이기적이면 안 된다고, 이타적이어야만 한다고.

이타적인 것은 좋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신경 쓰고, 위해 주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자신에게나 타인 모두에게 좋다. 다만 이런 '이타적 행동'의 전제 조건은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우러나지 않은 이타적 행동은 결코 이타적 행동이 아니며, 상대와 나 자신을 불행에 빠트릴 수 있다. 무엇이든 스스로를 중심에 세우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본인의 감정과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살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제일 우선순위로 생각할 때, 즉 이기적이 되었을 때 본인의 삶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이타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지 못하고 늘 주위의 말과 행동에 휘둘릴까.

{ 요컨대 우리는 주위의 상황이나 사람들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불행하다면 그 이유는 주위의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때문이다. (23쪽) }
저자는 바로 본인의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문제를 환경이나 사람들에게 책임 전가하며 현실에 안주하도록 한다. 즉 자신의 편의 때문인 것이다. 남 탓, 환경 탓으로 돌리면 자신이 힘겹게 주위 상황이나 자기 자신을 바꿀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남 탓으로 돌리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늘 같은 문제로 괴로워해야 한다. 사람이나 환경이 바뀌어도 늘 반복된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생각이 나 감정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 나는 생각하는 대로 느끼며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에 대해 다른 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내가 그러겠다고 결심한 한다면 말이다. (25쪽) }

{ 자신을 통제하는 것은 내가 지금 또 이러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26쪽) }

{ (운전에 익숙해지면) 당황하거나 덜컹거릴 일도, 동작을 일일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 거기에는 많은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생각하고 다시 주지시키고, 열과 성을 다해 노력을 기울인 끝에서야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 내가 나도 모르게 불쾌해지고 화가 나고 상처받고 좌절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동안 그런 사고방식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27쪽) }

{ 운전할 수 있게 됐다고 '믿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계속 반복해서 노력할 때 생각은 단단한 믿음이 된다. 겨우 한 번 시도해보고 안 되니까 체념해버린다면 무엇도 소용없다. (...) 내 마음속에 불행을 만들어 내는 생각 따위는 모두 없애버리고야 말겠다는 단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28쪽) }



이 책의 요지는 이것이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주위와 환경 탓을 하는 '믿음'과 '태도' 때문이며, 주위에 그릇되게 투사하고 있는 우리의 '감정'과 '생각'은 충분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부정적 믿음과 태도는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운 것이라 지금 당장에 바꿀 수는 없지만 반복적인 노력으로 체득할 수 있다고 한다.

책 내용은 대체로 이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다만,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던지 간결하게 적으면 될 것을 좀 길게 설명을 해놓았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은 글들이나, 그 좋은 글이 너무 많아 자칫 행과 행 사이에서 길을 읽고 헤맬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은 내용은 독자 스스로 정리하고, 자신에게 비춰서 꼭 이건 명심해야겠다는 내용만 발췌해 마음속에 간직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면 될 것 같다.

내가 인상 깊었던 구절은 아래와 같다.


- 여기에서 문제는 우리가 현재를 깎아내리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 우리는 밑도 끝도 없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도록 강요당한다. (...) 행복은 언제나 내일을 위한 것이기에 영영 붙잡을 수 없게 된다. (37쪽)

- 항상 함께 있지만 부여잡기 어려운 현재라고 하는 순간들은 그 안에 자신을 내맡길 때 가장 아름답게 체험될 수 있다. (...) 현실 기피증은 미래의 이상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39쪽)

- 사랑하는 일, 그리고 사랑을 주고받는 모든 일은 사랑을 듬뿍 받는 자아와 함께 출발한다. (51쪽)

-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깨뜨려야 할 그릇된 통념은 우리가 단 하나의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53쪽)

- 자신의 몸을 사랑하나. 자아상은 무엇보다 신체에서 출발한다. (54쪽)

- 자신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신체 부위를 종이에 적어보자. (...) 그것이 바꿀 수 있는 신체 부위라면 그 특징들을 바꾸는 것을 한 가지 목표로 삼아라. (55쪽)

- 자기 수용이란 자신의 모든 신체적 조건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56쪽)

- 충분한 시간을 들여 노력만 하면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거의 모든 학문 상의 기술을 숙달할 수 있다. (...) 우리는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똑똑해질 수 있다. (59쪽)

- 불평은 자기 신뢰가 없는 사람들의 피난처다. (63쪽)

- 주의 깊게 살펴보면 예수 그리스도는 놀랍도록 자기실현을 이룬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립을 설파했으며 남들로부터 비난을 살까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 그의 추종자들은 그의 가르침을 왜곡시켜 두려움과 자기혐오의 교리로 탈바꿈시켰다. (85쪽)

- 나의 느낌, 생각, 말, 행동 하나하나에 늘 어느 정도의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마음에 새겨두면 실망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89쪽)

- 하는 일 모두에 모든 사람의 찬성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면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결코 주눅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눈에 비난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비칠 것이다. (95쪽)

- "슬픔의 가장 좋은 처방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다. 결코 어긋날 일이 없는 것은 오로지 배움뿐이다. (...)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무엇이 세상을 움직이는지를 배워라. 오로지 배움만이 정신력을 지치지 않게 하고 소외시키거나 괴롭히지 않으며 두렵게 하거나 불신하거나 꿈에서도 후회하지 않게 한다. 배움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자, 배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배움에 이 세상 유일의 순수함이 있다." (120쪽. 아서왕의 이야기 중 마법사 멀린의 말)

- 무엇이건 못 해 낼 게 없다. 자기 자신을 충분히 신뢰하고 있다면 말이다. (157쪽)

- 모든 비난은 시간 낭비다. 다른 사람의 흠을 잡고 비난해도 자신은 하나도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불행이나 좌절을 눈가림하기 위해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면서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는 것이 고작이다. (187쪽)

- 우유부단은 옳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된다. (191쪽)

- 사실 미룬다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면 하는 것이고, 하지 않은 것은 뒤로 미루는 게 아니라 그냥 하지 않는 것이다. (234쪽)

- 아무리 바빠도 일을 척척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는가. (238쪽)

- 행동가가 아닌 관찰자의 역할을 택하면 성장할 수 없다. (...) 노력하는 사람들을 헐뜯다 보면 자신의 무력함에 대해 너그러워진다. (240쪽)

- 세상이 변하기를 바란다면 세상에 대해 불평하지 마라. 무언가를 하라. 자꾸 미적거리는 버릇 때문에 갖가지 불안과 고민을 끌어안고 살면서 현재의 순간들을 소모하지 말고 그 짜증 나는 오류 지대를 통과하여 현재를 살아라! 몽상에 빠지거나 요향을 바라거나 비판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이 되라. (247쪽)

- 그들은 퉁명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편이다. 비위를 맞추기 위해 세심하게 포장된 표현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 누군가 그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흠을 잡는다 해도 그들은 그 말에 무너져내리거나 매몰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 말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치관을 통해 여과시킨 다음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 (296쪽)
이제 나는 위에 발췌한 내용들을 마음속에 새기고 행동할 일만 남았다.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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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가지 사건으로 보는 금의 역사 - 왜 사람은 금을 탐하나?
루안총샤오 지음, 정영선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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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의 교양서적을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다. 금을 중심으로 벌어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 책 제목처럼 꼭 '사건'만을 다루는 건 아니다. 각 장마다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책 제목이 책 내용을 다 아우르지 못하는 느낌이 다소 든다)

1장은 <냉병기 시대의 황금에 대한 갈망>이란 제목으로 언약궤에서부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지역, 로마, 중국, 비잔틴 시대에 사람들의 '금에 대한 갈망'을 다루고 있다. 즉 금을 소재로 한 역사 이야기다. 금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고, 어떻게 채굴했으며 어떻게 사용했는지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는데, 다들 알겠지만 이집트는 대체로 다신교 국가였고(유일신을 믿었던 때도 있었다) 다신 중에서 특히나 '태양'을 유독 숭상했다. 지리적 위치도 그렇고, 이집트 대부분이 번쩍번쩍한 황금이거나 황색이다. 그런 만큼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지리 지도도 이집트의 것인데, 이집트 사람들은 이 지도를 왜 만들었을까. 이 지도는 흥미롭게도 나일강과 홍해 사이의 금광 위치를 콕콕 집어주는 지도란다. 금이 중요하고, 금이 매장된 곳이 중요하니, 현존 최고의 보물 지도를 남긴 것이다. 과연 금을 사랑한 이집트답다.

2장은 <신대륙 황금을 둘러싼 쟁탈전>이 제목이다. 제목에서부터 이 장의 내용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챕터는 금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금이라는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인간이 어떤 짓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장에 실린 모든 이야기가 재밌고 비극적(...)이었지만, 이 중 제일 흥미로웠던 건 영국의 '드레이크의 황금 약탈 생애'였다. 드레이크 하면 역사 책에 자주 나오는 인물(엘리자베스 1세가 나오는 장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로 단순히 스페인과 맞짱 뜬 해적인 줄로만 알았는데 역사상 2번째로 세계 일주를 한 사람이기도 했다. 또 읽다 보니, 이 사람이 항해나 약탈에만 능숙한 게 아니라 머리도 상당히 잘 쓰는 사람 같아 흥미롭고 재밌었다. 이 사람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하나, 그의 성공 신화 이야기는 누구나 관심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3장은 조금 머리가 복잡해질 수 있는 본위제와 화폐 이야기다. 장의 제목은 <금본위제 하의 황금을 둘러싼 각축전> 우리는 선진국이 언제나 선진국이었고, 순탄하게 농경(봉건) 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했다고 생각하나 결코 그렇지 않다. 영국만 봐도 봉건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행에 많은 갈등과 충돌이 있었고 경제 위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들이 맞닥뜨린 경제 위기는 그들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어디 참고할 자료도 없고 해서 험난하게 이 시기를 거쳤다(아마 로마에서 영국보다 먼저 이런 경제 문제를 겪었을 테지만 노예와 농노는 사뭇 다르고, 경제 시스템도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영국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쓴 제도들이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되었고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의 고충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어쨌거나 지금의 산업/금융시대 이전 초기 형태의 화폐, 금융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4장은 <브레턴우즈 체제하의 달러 본위제>이다. 이건 3장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유명한 브레턴우즈 체제를 다루고, 지금의 달러가 있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5장은 <위기 속의 황금 저격전>으로 세계 경제 패권을 장악하려는 여러 나라들의 노력과 음모를 다룬다. 재밌긴 재밌는데 경알못인 나로서는 조금 어렵기도 했다. 마지막 장은 6장 <향후 황금은 다시 화폐의 왕좌를 차지할 것인가?>이다. 이 장에는 중국 위안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미국 등 다국적 기업의 중국 진출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지금은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위안화의 위상도 예전과 사뭇 다르며, 중국 정부는 달러를 밀어내고 세계 기축 통화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다시 출렁이는 세계 시장. 중국의 바람대로 될 수 있을까. 미국이 순순히 세계 1위 자리를 놓아줄까. 세계화의 종주국이라 믿는 EU 국가들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또 시장 흐름상 다시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맺음말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비잔틴의 금화, 디나르, 파운드는 모두 세계 금융 체제에서 영원한 통치 지위를 누리지 못했다. 달러 혹은 유로화가 세계적인 지불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황금은 다시 한 번 최후 중재자로서 제 역할을 발휘할 것이다."(피터 번스타인의 『황금의 지배』 재인용, 356쪽)

과연 금이 화폐로서의 위상을 되찾을까. 그런데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도서 정보에 보니 원서가 2011년에 출판되었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이때는 블록체인이 세상에 나온 지 약 3년 밖에 안 됐을 때다. 기축통화로 블록체인을 생각할 수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저자가 책을 새로 쓴다면 '블록체인'을 빼고는 이 책을 쓸 수 없을 것이다.

흠, 앞으로 어떤 통화, 화폐가 왕좌에 앉을까. 상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우리 지폐와 달러 등 익숙한 화폐에서 벗어나 우리가 무엇을 신뢰하고, 교환할 수 있을지, 또 무엇을 필요로 하고 갈망하는지 등 인문학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 인문학적 고민을 위해 이 책이 참고 자료가 되어 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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