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부자들 - 10년간 1,000명의 백만장자들을 통해 본 새로운 부의 공식 7
루이스 쉬프 지음, 임현경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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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작은 돈도 허투루 보지 않고 알뜰살뜰 아껴서 부를 이뤘다고 한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 방법을 다룬 책에는 '절약'을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루이스 쉬프는 '과연?!'이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루이스 쉬프는 부자학 전문가이자 재정 컨설팅 전문가로 20년 동안 부자들을 연구해 온 부자 전문가다. 세상에 많은 전문가들은 봤어도 부자 전문가는 처음 들어 보는데 어쨌거나 오랜 기간 부자들에 대해 연구했으니, 전문가는 맞는 거겠지.




베이비붐 세대는 "번영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즉 출구만 제대로 찾으면 '짠!'하고 성공이 눈앞에 펼쳐지는" 안정적인 사회 구조의 보호 아래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고속도로가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지, 심지어 어디에서 빠져나가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손을 놓아버렸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자기 자식이 자신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 거라고 확신하는 성인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33쪽)

발췌한 글을 읽으면 꼭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문제를 진단하고 있는 글 같다. 하지만 위 발췌 글은 저자가 쓴 것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현재 상황이 비슷하고, 특히나 고도성장기를 지난 나라들은 거의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고도성장할 길은 없어 보인다. 베이비붐의 자식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부모 세대 보다 가난하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자수성가한다. 누구는 부모처럼, 누구는 부모보다 못하게, 누구는 부모보다 더 낫게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자수성가하여 부자가 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구매 의사결정 등에 대해 알고 싶었고, 적절한 표본 집단을 뽑아 비교 연구를 하였다. 연구의 결과는 대체로 이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의 우선순위는 그와 아주 달랐다. 그들은 성공하고 싶다면 주인 의식을 발휘해 일하고,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중요한 사람들을 알아야 하고,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산층은 대부분 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21쪽)

나는 이 책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워런 버핏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동안 나는 워런 버핏이 성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우선 젊었을 때 자기 돈을 들여 주유소를 운영했는데 망하고 말았다. 이후 워런 버핏은 자기 돈의 직접적 투자는 최대한 줄이고, 다른 사람들의 돈으로 투자하되 만약 투자금을 잃게 되어도 최소한 자기 투자금은 절대로 잃지 않게끔 설계한 후에 투자했다고 한다. 사실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이 꽤나 유명하다. 그의 투자 원칙 첫 번째는 '돈을 절대로 잃지 마라'이다. 그리고 두 번째 투자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반드시 지켜라'이다. 그는 진짜 자신의 원칙대로 투자했다. 자신의 돈은 아예 잃을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 놓고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투자한 회사에도 엄청난 압력을 넣어(물론 본인이 직접 압력을 넣진 않는다. 자신이 고른 인물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반드시 이익이 나도록 만든다.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이야기는 내가 생각할 때 대충 상식에 부합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문제는 미묘한 차이가 평범한 사람과 부를 쌓는 사람을 가른다는 것이다. 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사람들은 돈을 모으고, 부를 쌓기 위한 구체적은 목표조차 잘 세우지 않는다. 일단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다면 부자가 될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잘 안 한다. 본인 근처에서 이렇게 해서 큰 부자가 된 사람이 거의 없고(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의 큰 차이다),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 상처받을까 봐 두려운 것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타성에 젖어 살아간다. 인생에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급급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두루뭉술 넘어가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생각 차이, 사소한 습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에 소개한 대로 똑같이 따라 해도 누구는 부자가 되고, 누구는 똑같이, 누구는 더 가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간절하다면, 항상 꿈에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함이 사람을 지혜롭게 한다(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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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 청바지를 입다니 경솔했다! - 매일매일 #OOTD 그림일기
김재인(동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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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룩을 다룬 귀여운 일러스트 책.

저자는 몇 년 동안 인스타그램에 매일 그날 입었던 옷을 간단하게 그림 그려 올리고,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몇 가지 주제로 추려서 뽑은 데일리룩을 실었다. 책에 실린 옷을 보니까 저자는 옷을 좋아하지만, 실험정신 강한 트렌드 세터는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옷을 가진, 평범한 취향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대체로 무난한 스타일에, 돌려 입기가 일상인 분이었다. (친근 ㅎㅎ)




책에는 같은 옷과 신발이 많이 나온다. 저자가 실제 옷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옷과 아이템을 매일 코디에 조금씩 변화를 주어 입는다. 흥미로운 건 같은 옷이라 해도, 어떤 옷과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완전 다르다는 거! 우리는 항상 터질 듯한 옷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입을 옷이 없어!'라고 외치는데, 이 책을 보면 옷을 많이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차피 우리는 많은 옷과 신발을 가져도, 마음에 드는 몇몇 개 아이템만 돌려 입으니까. ㅎㅎ

보통 패션에 관한 책을 보면, 좀 이질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뭔가 친근해. +ㅁ+ㅎㅎ (이런 친근함은 일러스트이기 때문에 친근함이 배가 된 느낌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의 유형과도 비슷한 옷이 많고.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이신 분들은 이 책을 보고,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 오랜만에 옷 관련 책(일러스트북?!)을 보니까 예전에 봤던 일본 미니멀리스트의 책이 떠오른다. 저자가 상당히 깔끔하고, 야무진 분이었는데 그분의 옷장은 아주 여유로웠다. 정장 두어 벌, 계절별 일상복 네댓 벌이다였다. 몇 벌 되지 않은 옷이었지만, 그 옷들로 옷장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어떤 경조사에, 어떻게 코디해 입고 갈 것인지 미리 다 계획이 짜여 있는 분이었고, 데일리룩도 무난하고 심플하지만 신경 써서 고른 옷들이어서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확 달라지는 그런 옷이었다. 그래서 몇 벌 가진 게 없었지만, 어떤 상황이든 다 어울리게 입을 수 있는 준비가 된 분이라 느껴졌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의 스타일이 확고한 분이라 적게 가져도 충분히 가진 분처럼 느껴졌다. 보고 배울 점이 많았던 분.

『오늘 같은 날 청바지를 입다니 경솔했다!』는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몇몇 옷과 아이템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걸 보고 위의 일본 미니멀리스트가 생각났다. 적게 가져도 충분히 색다르고 재밌게, 그리고 그날, 그날에 알맞게 지낼 수 있다고. 저자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새삼 이 책을 보고 나에게 필요한 건 많이 가지는 게 아니라, '어울림'을 찾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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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맘마미아 가계부
맘마미아 지음 / 진서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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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슬슬 한해를 마무리 하고 내년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 슬슬 내년도 가계부가 출간되는 때다. 올해부터 맘마미아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맘마미아 가계부로 낙점 +ㅁ+ 2020년도 가계부는 올해 버전보다 크기는 작아지고, 디자인은 많이 세련되어졌다. 가계부 구성에는 큰 변화 없으므로 낯설어하지 않고 익숙하게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도 맘마미아 가계부가 내 통장 두둑히 불려주는, 든든한 머니메이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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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도
산티아고 감보아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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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고 비극으로 가득 찬 외로운 현실에서, 유일하게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한 남매의 사랑 이야기.

소설은 콜롬비아의 극도로 양극화된 현실을 보여준다. 오랜 기간 지속되었던 내전과 게릴라 단체와 극우 민병대의 잔혹한 행위는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바나나 공화국으로 불리는 왜곡된 경제 시스템은 콜롬비아의 모순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사회를 지탱하고 활력 있게 만드는 중산층은 있을 곳이 없으며 몰락하고 있다.

중산층의 자녀들은 방황한다. 그들의 처지는 빈곤층과 다를 바 없는데, 교육은 부자 아이들과 한 교실에서 받는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이 소외된 존재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부모님의 비루함을, 약함을, 무능함을, 무지함과 비열함을 경멸하면서 동시에 부자들을 증오한다. 가난한 중산층 자녀들은 그렇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있을 곳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문학으로, 영화로, 예술로 도피한다. 그 자체가 그들을 구원해 주지 않지만 그들은 이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쉬며 기다린다. 사랑을... 사랑만이 그들을 구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도 적었듯이 이 책은 남매의 사랑 이야기다. 남매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니까 뉘앙스가 끈적끈적한 느낌이지만, 그런 것과 달리 '순수한 사랑'을 의미한다. <존재와 존재 간의 온전한 이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아직도 사랑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굳이 정의 내릴 마음도 없지만 그래도 사랑에 대해 말해 본다면, 그 알맹이는 '이해'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 '이해' 역시 머리로 하는 이해뿐만 아니라, 마음으로의 이해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포옹'도 포함된다.

누구보다 외로웠던 8살짜리 남자아이는 열이 팔팔 끓고 너무 아프자 기뻐한다. 이 비루하고 외로운 현실에서 벗어나도록 죽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죽고 싶어서 애가 타는데, 그동안 자기에게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고 질투만 많았던 누나가 자신의 이마에 손을 얹자 그들은 통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 것이다. 누나는 이 빌어먹을 세상으로부터 동생을 지켜주겠다고 결심했고, 동생은 자신이 온전히 이해받음을 느끼며 자신은 강하다고, 자신은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남매는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만들고 누구도 침범할 수 없도록 만든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비열하고 옹졸한 부모 밑에서 남매는 괴로워하지만 그래도 기다린다. 때가 되면 둘은 자유를 찾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대가 남매를 지탱한다.

동생은 문학과 영화에 심취한다. 나중에는 철학에도 빠지는데 그는 조용하지만 새롭고 기민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그는 때로 아무도 모르게 벽에 그래피티를 그린다. 그는 첫 그림에 화산을 그리는데, 마음속 응어리진 무언가를 폭발시키듯 벽에 그린 것이리라.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비극적 요소가 들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누나가 사라진 것이다. 처음엔 사라진 줄도 몰랐다. 평상시 여행을 자주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되자, 남동생은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누나를 끔찍이도 사랑했던 아버지와 실종된 누나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현재 콜롬비아의 사회적 모순이 드러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라, 세계화된 양극화와 범죄의 모습도 보여준다. 인도 델리, 태국 방콕, 일본 도쿄, 이란의 테헤란을 종횡무진 왔다 갔다 하는데 이런 곳은 분명 아름다움과 선량함도 있지만, 대부분은 추함과 범죄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무역 경로와 똑같은 경로를 갖는 마약과 섹스 산업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저자 산티아고 감보아는 1965년에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자라고, 유럽에서 공부를 했다. 기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인도 델리에서 외무 영사로도 일했다. 외국에 오랜 기간 체류한 경험으로 그는 콜롬비아나 다른 나라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모순과 차별, 불평등이 있음을 보여준다.

콜롬비아는 내전과 좌익 게릴라, 우익 민병대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폭력적이다. 콜롬비아의 젊은이들은 그 나라에서 아무런 희망을 찾지 못하고, 탈출을 꿈꿔 해외로 가지만 해외 역시 모순으로 가득 차 있기는 마찬가지다.

소설 속 태국은 저렴한 가격으로 왕처럼 대접받길 원하는 호색한들이 모이거나 트랜스젠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천국이다. 태국의 지식인들은 이런 사실에 분노하며 그들의 사법 시스템을 외국인에게 비우호적으로 대우하는 것으로 응징한다. 일본은 겉으로는 깨끗한 나라이지만 그들의 성적 취향은 변태적이고 더럽기 짝이 없다. 또한 야쿠자들은 성 접대부들을 감시하고 그들의 자유를 박탈한다. 이란은 어떠한가. 일본에서 만난 성 노예들을 꿰어 자유와 사랑을 주겠다며 자기 나라로 데려가지만, 자기들 나라에서는 그 여성과 결혼해 또다시 그녀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자신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도록 한다.

감보아가 이 소설로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콜롬비아의 비극적 실상일 것이다. 콜롬비아가 문제가 많다는 건 알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자 한 또 다른 것은, 외국도 콜롬비아처럼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소설의 주인공 남매는 자유를 꿈꾸며 외국을 이상향으로 삼지만, 어느 면에서 외국은 콜롬비아 모순의 연장선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 남매는 부자를 경멸한다. 그런데 남매는 부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부자들로부터 좋은 책과 작가, 그림을 알게 되었고, 철학 사상을 알게 된다. 그리고 외국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을 때에도 (아마 부잣집 자식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소설을 쓰는 지식인인) 영사의 도움을 받는다. 콜롬비아의 젊은이들은 그들 자체로는 자유와 정의는 누릴 수 없는 것일까.

소설 마지막, 후아나가 자유를 위해 홀연히 사라진 것이 책에는 해피엔딩처럼 맺어졌지만 도쿄로 갔을 때의 일처럼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찜찜했다.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보호받지 못한다. 그들은 무엇으로 구원받을 수 있을까. 오직 사랑인 걸까. 죽은 남동생 마누엘 대신, 후아나가 낳은 마누엘로 이어지는, 사랑처럼 말이다.


///​

마르케스 외의 첫 콜롬비아 장편 소설.

책 속에는 수많은 작가와 수많은 작품 이름이 나온다. 이것만으로 나는 득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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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
강현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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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트북스의 <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시리즈 중 심리학 관련 책.

저자는 강현식 씨로, 심리학 관련 교양서적을 좀 읽어 본 분이라면 '누다심'이란 필명으로 익숙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예전에 (아마도 십여 년 전에)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를 상당히 재밌게 읽어서 여러 해에 걸쳐 반복해 읽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저자의 본명보다 필명이 더 익숙하다. 본명을 들으면 '누구?!라는 생각이 들지만, '누다심'!! 하면 섬광처럼 '아, 심리학!!'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현재 심리학 아카데미와 심리학 센터를 운영 중에 있으며, 칼럼이나 책 등 저술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책도 많이 냈는데, 현재 내가 읽은 건 지금 서평을 쓰는 이 책을 포함해 3권,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와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이다.




이 책은 저자의 기존 책과 좀 다르다. 기존 책은 심리학을 쉽게 풀어쓴 교양서적이라면, 이 책은 심리학 용어나 분과 학문, 관련 연구자들에 대한 <사전식 설명서>다. 표지에 적혀 있듯, <'개념어' 사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딱딱한 느낌의 사전은 아니고, '개념어 사전'과 '교양서적' 사이의 그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다 있다. 책 속 <지은이의 말>에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잘 표현한 부분이 있어 발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공자들은 흥미와 재미 위주의 심리학 대중서를 외면할 수밖에 없고, 대중은 당연히 복잡한 실험 방법과 통계 수치, 그리고 낯선 심리학자들의 이름으로 가득한 전공서를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축발점은 바로 여기였습니다. 심리학 대중서와 전공서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대중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면서도 가능한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의 입장을 많이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9쪽)

저자가 설명한 딱 그 느낌, 그 수준의 책이다. 그래서 심리학에 관심 있는 분들이 좀 더 깊이 심리학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색인처럼 이 책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책이 아니다. 관심 있는 부분 찾아 읽으면 되고, 어느 페이지이든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어도 되는 책이다. 나의 경우 처음부터 읽되, 관심 있는 부분은 정독해서 읽었고, 크게 관심 없거나 어려운 부분은 건성으로 읽거나 건너뛰었다. 이렇게 건너뛴 부분은 다음에 필요할 때 찾아 읽으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 몇 개 발췌한다.

시냅스의 연결은 경험에 따라, 나이에 따라 계속 변한다. 끊임없이 두뇌를 사용하는 사람, 즉 공부를 계속하거나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사람들은 시냅스가 더 풍성해지지만, 반면에 기존의 지식만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이것마저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존재하던 시냅스도 약해져 결국에는 끊어지고 만다. 뉴런은 우리 몸의 다른 세포와 달리 재생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끊임없이 두뇌 활동(공부, 운동, 취미활동 등)을 하는 노인들의 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뉴런이 재생된다는 보고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체로 뉴런은 재생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뉴런의 개수가 아니라 시냅스의 개수이기 때문이다. 있는 뉴런만 잘 활용해도 시냅스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 뉴런 / 119쪽 )

- 중요한 것은 개수가 아니라, 연결성!!!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 뉴런에 미련을 갖지 말고 이것과 저것의 연결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시냅스의 연결을 활발히 하려면 누에 언급된 대로 '공부, 운동, 취미활동'을 활발히 하고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상관계는 어린 시절에 중요한 타자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보통 중요한 타자라 자신을 낳아준 엄마(양육자)가 된다. 아이는 엄마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세상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자신과 세상의 관계는 무엇인지 알아가게 된다. 이것은 성인이 되어도 우리의 무의식에 남아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 대상관계 이론 / 123쪽)

- 아이가 하나의 우주 라면, 엄마는 우주를 창조하는 조물주이다. 엄마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세상에 대한 믿음, 건전한 사고방식을 잘 갖추고 있다면 아이도 엄마의 영향을 받아 그렇게 자랄 것이다. 엄마의 <믿음>이 자녀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뇌의 관점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1997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가브리엘리는 해마옆이랑이라는 부위가 어떤 장면과 대상의 친숙성을 판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마옆이랑은 대뇌피질의 측두엽 안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더 안쪽으로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해마옆이랑은 과거와 동일한 경험을 했을 때 흥분하지만 때로는 갑작스럽게 흥분해 친숙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데자뷰 / 129-130쪽 )

- 하, 데자뷰도 뇌의 특정 부위의 흥분으로 일어나는 현상일 수 있구나!

애쉬는 애매한 상황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명확한 상황에서도 동조가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심리학들은 집단이 세 명 이상으로 커지더라도 동조 현상이 더 이상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조를 위해서는 세 명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세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곧이 믿게 된다는 뜻인 삼인성시호 역시 같은 맥락이다. ( 동조 / 144-145쪽 )

- 동조 현상은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보통 포털 뉴스 댓글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누가 강경하게 첫 댓글을 달면, 그 밑으로 그와 유사한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혼자 아이디를 바꿔가며 적거나, 매크로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동조 현상에 따른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도 한다. 동조현상은 우리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한 발짝 떨어져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정신분열처럼 심각한 정신장애부터 가벼운 우울까지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자극들에 주의가 분산되어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선택할 수 있는 주의 집중 능력을 가지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필요한 자극에만 주의를 집중하느냐, 아니면 너무 많은 자극에 주의를 기울여서 스트레스를 받느냐는 초보자와 전문가의 차이다. ( 몰입 / 166쪽)

​- 칙센트미하이가 개념화한 몰입에 대한 설명이다. 몰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 '몰입'에 '희열'이 있는 건 확실하고, 기타 부정적인 감정들을 제거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나도 몰입!!!

가장 심각한 정신장애로 알려진 정신분열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신분열로 보이는 행동적 특징이 기원전 14세기의 힌두 문서에서도 나타난다. 오래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긴 하지만,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신분열은 발병 후 방치되는 기간이 길수록 인지 기능의 손상이 심해진다. 따라서 빠른 시일 안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려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정신분열은 인생의 꽃을 한창 피우려는 시기에 발병하기에 가족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증상은 더 악화된다.

정신분열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비율이 대략 0.5%라고 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 200명 중 1명은 정신분열로 고통받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신분열의 올바른 이해가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 정신분열 / 439쪽 )

정신분열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측두엽에 위치하는 도파민 수용기의 수가 더 많은데, 측두엽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이는 정신분열의 환각 증상 대부분이 환청이라는 점과 일치한다. ( 정신분열 / 442쪽 )

- 뉴스에서 자주 듣게 되는 정신분열, 요즘에는 조현병이라고 이름이 바뀌었지만, 어쨌든 이름이 바뀌었든 간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해 불가능하고, 무섭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정신질환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위에 언급되었든 200명 중에 1명이 걸릴 만큼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질환이다. 애초에 조현병에 걸리지 않도록 모두 노력해야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조현병에 대한 기본 인식이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고, 기초 상식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무지로 인해 조현병을 방치하여 사회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동물이 무기력을 학습한다는 생각은 이단적인 것이었으며, 행동주의의 논지와 주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동물도 무기력을 학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학습된 무기력은 오늘날 우울을 비롯해 비관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인지양식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되었다.

그런데 행동주의의 한계와 인지심리학의 가능성을 보인 이 실험에서 정작 그의 관심을 끈 것은 둘째 집단의 개들 중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열심히 왕복 상자를 뛰어다녔던 1/3의 개들이었다. 분명 통제할 수 없는 경험을 했는데도, 이 녀석들은 포기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셀리그만은 낙관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 무기력이 학습될 수 있는 것처럼 낙관주의도 학습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긍정심리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 학습된 무기력 / 529쪽 )

- 학습된 무기력은 익히 들었지만 학습된 낙관주의는 처음 듣는다.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얼마 전에 읽은 <행복한 이기주의자>라는 책도 떠오른다. 무기력을 이겨내고, 포기할 줄 모르는 낙관주의로 즐겁고, 성취지향적으로 사는 게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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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관심 있고, 어느 정도 심리학 관련 개념이나 관련 실험에 대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는 일반인들이 읽으면 좋을, 심리학 개념어 책이다. 색인처럼 곁에 두고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마다 찾아 읽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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