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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일본의 만능연예인 기타노 다케시가 언젠가 이런말을했다고합니다.
"세상에 가족같이 지긋지긋한것도없지만 그렇다고 떨쳐버릴수도없는것이 가족"이라구요
참 공감이가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어느때는 사람을 지긋지긋하게 옭매기에 훌훌떨쳐버리고싶지만 세상사가 고달플때 위로가되주는거는
그래도 가족만한것은 없으니까요
"인생을 훔친 여자"를 통해 알게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는 작가에대한믿음을 배신하지않는 멋진 작품이
습니다.
그녀의작품에서는 완전한 선인도 악인도없습니다.
악인이라면 악인이랄수있는 사람도 나름대로는 선의를갖고있으며 선인으로 묘사되는사람도 때로는 악인못
지않게 이기적입니다.
"인생을 훔친 여자"도 그랬지만 "이유"에서도 이점은 두드러집니다.
허영에들떠 안하무인인 시즈코도 사실 유별나게 못된여성이아닌 우리주변에서도 볼수있는 평범한주부이고
자신의자식까지 거부하는 유지도 그의성장과정을보건대 가족이라는 굴레를거부하는것이 이해가가며 명백
한 범죄자인 부동산회사의사장도 꼭 탐욕에서만은아닌 자기나름의선의를갖고 일을저지릅니다.
문제는 어느사람에게는 선의인행동이 다른사람에게는 지독한악행이되는거죠
바로 인간사의 이런복잡한 일면을 미야베 미유키는 정교하고 사려깊게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그것이너무 친절하여 조금은 절제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드는것도 사실이구요
(사실 미야베 미유키의 단점은 너무 인물들의행동을 세세히 변호하려하는거같습니다)
그러나 도시라는 정글속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한편으론 증오하고 상처주는 가족의초상을 이토
록 공감가게그리는 작가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이작품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저마다 상처를갖고있고 그상처는 사실 어제,오늘에생긴게아닌 오래전서부터
생긴것입니다.
그러나 늘 서로 치고받지만 적어도 숨기는것이없이 솔직한 카타쿠라가족을제외하고는 그들은 저마다 상처
를 은폐하고 외면하다가 결국은 조그만계기로 쌓아온것들을 폭팔시켜버립니다.
그것은 때로 고이토와 이시다처럼 자신의분수에넘치는 집을가지려는 허세로나타나기도하고 야시로처럼 폭
력적으로 가족의굴레를 거부하는것으로 나타나기도합니다.
그리고 가장 비극적인형태의파국은 스나카와처럼 자신의진짜가족을버리고 자신의이상대로 가짜가족(자신
은대안가족이라고 생각했지만)을 만들려다 파국을맞게되기도 하구요
그들은 문제의본질과대결하며 가족들과 대화하기보다는 그것들을회피하며 다른것으로 문제들을 은폐하려
고했습니다.
바로 그은폐가 호화주택구입으로 상징되는 물신주의로나타남을을 작가는 우리에게 르포의형식으로 생생히
우리에게 상기시켜줍니다.
그리고 그회피와 은폐의결과는 그들이 지키려했던 가족을이 오히려 위기에 처하게하고 (이시다와다카라이
가족) 결별을하게되고(고이토)심지어는 처참한 파멸을하게됩니다(스나카와가족)
특히 스나카와의경우는 정말 안스럽습니다.
자신은 가족의굴레를견디다못해 도망쳤으면서 비슷한 처지였던 야시로에게는 가족의의무를 강요하는 모순
된행동을함으로써 자신뿐아니라 다른사람들까지 파멸시키거나 파멸직전까지 몰아넣습니다.
악인은아니었지만 악인의행동못지않게 파괴적인결과를 낳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고할까요?
결국 문제와정면대결하지않고 은폐로일관하면 우리에게 오는것은 파국뿐이라는것을 이작품의등장인물들
은 보여줍니다.
아울러 주택문제던 신용불량의문제던 그것은 개인과사회가 함께 풀어가야하는거지 어느일방이나 개인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서 해결되는것이 아님을 재치있게 상기시켜줍니다.
작가는 거창하게 사회개혁을 부르짖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체제안에서의 해결을 제시한다는점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선배인 마쓰모토 세이초같은 사회파들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느낌도듭니다.
어느님이 지적한데로 그런점이 이분을 일본에서 가장인기있는 작가인 이유인지도요
그러나 그럼에도 온통 사건만벌려놓고 수습도못하는 거창한보담은 그녀의 소박함이 훨씬 좋게 느껴집니다.
"인생을 훔친여자"로 알게되고 "이유"로 확고한 믿음을 저한테 준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작품도 읽게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