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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니버스 ㅣ 독고독락
조규미 지음, 이로우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알게 된 같은 반 친구 람은 내가 다니는 학원 앞 원룸텔에 혼자 살고 있다. 장래 희망이 영화감독이며, 자신을 시간 여행자라 소개한 상상력이 풍부한 람,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 듯 돌고 있는 내게 람의 이야기는 그저 허무맹랑한 상상일 뿐이다.
람이 시간여행자라는 사실은 그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조금은 엉뚱하고 어설픈 시간여행자인 람, 그런 람이 있어 나는 숨막히는 일상을 벗어나 탐정처럼 미행이란 것도 해보고 가출도 해본다.
전학 가기 전 담임선생님께 작별 인사를 하겠다고 교무실에 간 람이 자신의 본명은 ‘시미람’이며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별 이름이라 엄마가 자신의 이름으로 지었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나도 좋아하는 별이라고 이야기한다.
람을 미행한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친 담임선생님, 선생님의 교통사고와 편지, 선생님의 유서가 된 편지가 비에 번지지 않기를 바라며 한 이야기...
“우리 할아버지가 엄마 어렸을 적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
람이 했던 말이 문득 스친다. 다음날 원룸텔을 찾아간 나는 깨끗이 치워진 방 저편에서 뭔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우리는 항상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을 느끼며 사는 것 같다. 입시 공부에 찌든 학생이 간절히 원하는 것, 아니 모든 아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고 있을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을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물론 정해진 규정이 없거나 그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시간여행이 가능할지라도 세상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할 수도 있다. 서로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바꾸려 한다면 그 무질서는 곧 멸망일테니까...
갑갑한 현실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만 같지만 이 숨막히는 시간도 곧 끝날 것이다.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면 이보다 더한 아픔도 견디고 지나왔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이 현실이 버거운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