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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뜰
강맑실 지음 / 사계절 / 2021년 3월
평점 :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이 책을 읽으며 불현듯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라 미소 짓게 하는 걸 보니 나 역시 나이가 들었나 보다.
장닭에 쫓겨 마당을 가로질러 달아나던 기억,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놀다가 벌에 쏘여 울며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 그리고 흙길을 걸으면 왠지 모르게 편안해지는 기분까지 고이고이 간직되어 있던 기억들이 어디서부터인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걸 보면 추억을 먹고 사는 게 맞다.
돌이켜보니 내 어린 시절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요즘 잘 쓰지도 않는 ‘뜨락’이란 말도 떠오르고 ‘대청마루, 벽장, 우물, 장독대, 다락’... 이런 단어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이 책은 집을 매개체로 어린 시절의 추억을 펼쳐놓았다. 가슴 시린 아픔도 존재하지만 왠지 모를 따뜻함이 더 묻어나는 소중한 시간임이 틀림없다.
도시의 콘크리트 속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동화 속 이야기 같겠지만 바로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어른들이 그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살았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파스텔톤의 잔잔한 그림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편안함을 더해 주었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는 어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우리 주변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겉으로는 강한척하지만 정작 속은 너무나 여린 아이들의 마음에 작은 불씨가 되어 이 시기를 잘 버티고 견뎌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마음에 담길 수 있는 한 권의 책, 각자의 무게대로 지나온 어른들의 삶은 아이들에게 현재를 헤쳐나갈 수 있는 화수분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