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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트렌트 돌턴 장편소설
이 책에 대한 첫 번째 호기심은 띠지에 적힌 "제제"에서 비롯되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나에게 어떤 책이었던가?
아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독서등 아래에서 눈을 맞추며 매일 밤 함께 아껴읽던 가슴 시리고도 따뜻했던 이야기지 않은가.
끌리지 않을 수가 있나.
이번엔 "엘리"다.
7백 쪽에 가까운 이 예쁜 책을 처음 손에 쥐고 표지 위의 작은 새와 남자아이를 손으로 쓸어 보았다.
나중 이 둘은 마냥 예쁘고 고운 그림만이 아닌 걸 알게 되지만.
이 이야기에 온전히 빠져들기 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엘리가 사는 세상은 나의 세상과는 많이 달라서 그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주변 인물들을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했으니.
엘리는 영리하고 감성적인 특별한 아이다.
이 아이의 아픈 이야기에 빠져들기로 마음먹고 귀를 기울이는 노력의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엔 나를 잊게 되었다.
실제로 이야기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난 씻는 것도 먹는 것도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것도 어려워졌다.
엘리의 행방과 그 아이의 안전이 너무도 궁금해서.
피를 토하면서도 술에 취하는 아빠,
마약에 빠져 짐승의 울음을 울고 빠져나오지만
라일에 이어 테디와도 같이 살겠다는 엄마,
말 대신 허공에 글을 써서 대화하는 형,
의수족 보조기 판매 업체를 운영하며 끔찍하고 잔인한 짓을 일삼고 마약을 밀매하는 타이터스 브로즈,
타이터스의 부하로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이고 신체를 절단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하는 이완 크롤,
실제 인물이라고 밝혀진 전설의 탈옥수이자 엘리의 베이비시터인 아서 슬림 할리데이.
이 주요인물들은 긴밀히 짜인 그물처럼 서로 얽혀있다.
슬림 할아버지에게 들은 수많은 이야기들과 그와 함께 했던 많은 순간들이 후에 하나씩 이야기의 고리로 연결되며 이어지고 마지막 순간 엘리를 살리게 된다.
그 시계탑! 이리 이어질 줄 전혀 짐작도 못했고말고.
엘리가 행운의 손가락을 잃던 순간,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울분을 참지 못하며 아닐 거라고 부정했다.
꿈일 거라고 분명 꿈에서 깰 거라고.
그러나 결국 그 가여운 아이의 손가락이 그 악인들의 손수건에 싸여 사라졌음을 알게 되면서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해야 할 일들을 다 쌓아두고 엘리만 눈으로 좇았다.
엘리가 잘린 검지 관절의 고통을 참을 때에도 엄마를 만나고 싶어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가 벽 아래로 떨어지던 그 순간에도 테디의 욕설과 매질을 참으며 엄마를 구해내려 하던 순간에도 엘리는 용감하고 특별했으며 더는 아이가 아니었다.
주변에 멀쩡한 어른 하나 없이도 엘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결국 온 세상에 악이 드러나는 순간,
이젠 다 끝났구나 마음을 놓았다가
'헉' 소리와 함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는 경험을 했다.
아름답고 특별한 아이의 성장기라고만 하기에는 이 이야기는 너무 많은 요소들을 담고 있다.
서스펜스, 미스터리, 감동과 전율
공감과 분노
마침내 엘리가 사랑을 찾고 행복해져서 정말 다행이다.
그 아이는 충분히 그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여러 문학상을 섭렵했고 호주에서만 5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더니
'아이고 가슴이야... '
읽는 동안 5년은 늙었다
너무 생생하고 강렬해서 꼭 신문 사회란을 읽는 것 같더니 그럼 그렇지 작가의 실제 경험이 담뿍 녹아 있다고 한다.
다 읽고 책을 덮으며 깨달았다.
'아! 이 작은 새!! 솔새였어. 솔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