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옥 에세이작가님이 처음으로 지은 책 <참견은 빵으로 날려 버려>가 너무 좋았다. 두 번째 책을 내셨다고 할 때부터 쇼핑카트에 찜콩 해뒀었는데 뭐랄까... 핫도그의 밀가루 전부 떼어먹고 제일 마지막에 소시지를 남겨뒀다가 천천히 먹으며 행복을 배가 시키던 어린아이 마음이었달까.이제야 읽게 되어 작가님께 (혼자) 미안한 마음.대신에 받은 날 바로 하던 일 전부 제쳐두고 좋아하는 커피와 과자봉지 옆에 끼고 앉아서 빠져들어 읽었다.이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남겨둬야 하는데 계속 생각하면서 변비 걸린 강아지처럼 끙끙 거렸고.책을 읽는다는 것은 쓰신 분과의 대화 시간이다. 그 대화가 서로 마음이 맞아도 재미있고 생각이 달라도 배우는 것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런 어른>은 다시 나누고 싶은 이야기 시간이 되어 주었다.특히 진정한 "어른" 이 되어가는 것에 고민이 많은 요즈음 그런 고민을 나보다 먼저 더 깊게 한 분과의 대화에서는 배우는 점이 더 많을 수밖에.'나만 이런 내가 한심하고 답답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도 여러 번 받았다.첫 책이 (남들 보기에) 까칠한 언니의 시원한 한 방을 남겼다면 이번 책은 여전히 세상에 까칠해 보이는 시선이라도 그 안에 담긴 부드러운 마음이 더 짙게 느껴졌다.프롤로그만 읽어봐도 이 작가님이 평소에 얼마나 "다상량" 하신 분인지가 느껴진다. 이런 분이 쓰신 글이니 잘 읽히고 재미있고 독자도 다상량하게 만드는 것이 당연하지.프롤로그에 "어쩌다" 어른이 아니라 "어쨌든" 어른이 되었으니 어른으로서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싶다고 쓰셨다. 총 38편의 실린 글들은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한 번은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들이다.나도 작가님처럼 누군가 내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꼭 행복해야 해?"라고 되물으며 당당하고 싶다. 전혀 마음의 동요 없이 씩 웃으며 산다는 건 다 이런 것 아니겠냐며 상대방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내 나잇값을 제대로 하고 있구나 싶어 흐뭇해진다.다른 사람의 욕심부리는 미운 얼굴을 보면서 나의 그런 모습도 투영시켜보며 너그러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어떤 일에서건 먼저 내 감정에 적나라하게 솔직하지 말고 잠시 내 기쁨과 슬픔에 대한 평정심을 찾는 어른.실수를 하면 변명보다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고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내가 선택했다면 과정에 성실히 임하고 그 결과에는 책임지는 어른.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작가가 정말이지 어른스럽게 느껴진다.같은 생각을 나누면서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았고 나와는 다른 생각엔 다른 사람의 정제된 생각을 읽어보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이것이 책을 특히 에세이를 읽을 때 얻게 되는 알짜배기 선물 같다. 직접 마주 앉아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며 감정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고 저자와 원하는 만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 생각이 더 확고해지기도 하고 저자의 생각이 맞다 무릎을 꿇게 되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어느 쪽이든 마음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한다.그러기에는 아무 말이나 쓰여 한 권이 채워진 에세이를 읽는 것은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불쾌감을 주는데 이번 선택은 옳았다!한 번 더 읽어봐야지 싶은 에세이는 사실 별로 없는데 김자옥 작가님 글은 내 스타일?!곧 세 번째 책이 나올 것 같은데 기대를 하고 있어도 좋겠다.김자옥 작가님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녀의 글이 내 마음을 움직이고 기다리게 만들고 있으니.
KBS < 펫 비타민> 제작진 지음계획 없이 누리와 함께 살게 되면서 그동안 숱하게 키워온 강아지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키웠구나 깨달았다.정말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내 시간과 마음을 나누는 일에서부터 시작이다.그저 예쁘다고 곁만 내어줘서는 끝까지 함께 하기 어렵다.이제 견생 19개월 차인 우리 집 막내는 벌써 여러 번 병원 신세를 진 터라 나로 하여금 더 많은 시간을 내어 반려견의 건강에 관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그때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게 되었는데 당장 손에 쥐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끓었다.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은 하나라는 '원헬스'의 개념도 사람이 반려동물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반려인의 건강을 책임지기도 한다는 관점도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KBS에서 연예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나와 반려동물의 건강을 살피고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이 바로 이 책 제목과 같은 "펫 비타민"!책을 넘겨보며 방송에서 봤던 강아지들을 다시 만나며 반갑기도 했고.반려견의 건강 전반을 살펴보는 법부터 함께 살면서 꼭 알아야 하는 주의할 점까지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지루하지 않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르게 재미있게 읽었다.마냥 소설처럼 재미있다만 연발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성숙한 반려인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알아야 하는 것이 너무 많구나 하는 깨달음에 진지해졌기 때문이다.그동안 알고 싶었던 누리의 마음도 알게 됐고, -예를 들면 누리는 (낳아준 엄마, 워리) 엄마를 기억하고 있겠구나 싶고- 내가 귀엽다고 예뻐하던 '두 발로 서기'가 누리의 대퇴골두에 얼마나 좋지 않았나도 깨달았다.아직 어리지만 누리의 시간은 사람인 나보다 5배 빠르게 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되새기며 노령견의 경우 어떤 질환을 조심해야는 지도 예습했다.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강아지들의 사인을 먼저 캐치해서 알아내는 것도 반려인의 자질임을 다시금 다짐한 좋은 시간이었다.먹이면 안 되는 음식이나 올바른 식습관도 두고두고 참고하며 책을 펼쳐보게 될 것 같다.이 책을 읽으며 건넛방에 있는 아들에게 이 부분을 톡으로 보내주었는데-평소에 아들 얼굴이 침범벅이 되는 터라;;;- 바로 내게로 오더니 자기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오필 지음 저자는 어떤 한 주제가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생각들의 편린들을 모두 엮어 책을 내었다.그래서인가 책의 내용은 사랑 얘기 담긴 연애편지 같다가 하루를 돌아보며 쓴 일기 같고 누군가에게 보내는 다정한 편지 같다.시처럼 함축적이기도 하고 구구절절 설명이 자세하기도 해서 읽는 장마다 다른 마음으로 대하며 읽었다.저자가 남자분이란 것도 나중에야 알았는데 왜 그런가 떠올려보니 이십 대 초반 아가씨의 정서가 듬뿍 느껴지는 글들 때문이었다.책을 모두 읽은 후에 인터뷰한 기사를 찾아 읽고 사진을 보며 감성이 충만하신 분일 거란 짐작이 더 확고해졌다.누군가에겐 그저 사소한 일상이 저자의 글을 통해 특별해지고 그것들이 쌓여 빛을 발하는 삶, 이 책을 써냄으로써 오필님이 바라던 것은 그것이었을 것이다.크게 세 챕터로 나뉘어있는 글들은 제목만 훑어도 사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내가 지나온 20대와 30대가 에피소드마다 떠올랐고 그때 나의 상대방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구나 흥미로웠다.힘들었고 어두웠던 내 젊은 날, 나는 내가 젊다는 것을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저자는 쓰고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매만지고 어리숙했던 그때의 나보다 훨씬 현명하게 그 길을 지나고 있음이 반가웠다.'모든 일에 끝이 있다는 믿음으로 지금 겪고 있는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한다'라거나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운동하고 싶은 시간이 없는 거다'라는 말들은 단순한 조언을 뛰어넘어 뼈 때리는 잠언 수준이 아닌가.지금 세상을 앓고 있거나 사랑에 넘어져 상심한 사회 초년생들이 읽어보면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고 외로움은 반감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책을 읽어보고 고칠 점은 조용히 알려달라신 오필님의 인터뷰에서 그분의 섬세하고 예민한 심성이 느껴져 응원하고픈 마음이 되었다.'별똥별은 소원을 이뤄주는 별이 아니라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별'이라고 믿는 찬란한 젊음들에게 그대들은 그대들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찬사와 결코 늦지 않았다는 따뜻한 응원을 전하고 싶다.미약했을지 모를 '젊음'들은 점차 더 큰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내가 누굴 지적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