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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족 - 가족문제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황선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3월
평점 :
황선미 지음
책 제목인 "희망가족" 앞에 작은 글씨로 "가족문제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라는 수식이 붙어 있다. 어느 가정이라도 들여다보면 걱정근심 하나 없는 집이 없더라. 그 가정 안에서 자라며 알게 모르게 습득한 가족문화가 나를 통해 아래 세대로 계승된다. 내 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배운 사랑이 내게 전해지고 난 그것을 다시 나의 아이에게 전한다. 내 어머니가 어머니와 겪은 결핍이 내게 흡수되어 그것 역시 나의 아이를 젖게할 것이다. 한 번은 직시하고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내 대에서 끊어낼 것, 고쳐 전해야 할 것들은 꼭 그렇게 해내고 싶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나를 만든 과거의 가족의 이야기, 2장은 나의 현재 가족의 이야기, 3장은 가족의 발달사, 4장은 내가 만들어 갈 미래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며칠 전 나를 눈물 쏟게 했던 1장은 나를 만든 뿌리, 나의 원가족에 관한 것이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된 가족, 장녀라는 위치가 주는 책임, 혼자 노력하고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에 대한 억울함에 관해 읽기 시작하면서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책 속의 내담자처럼 나도 똑같이 묻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나만 변해야 하나요."
이에 대한 작가의 답은 나에게 희망이고 위로가 되었다.
"단순히 A B=C 가 아닙니다. A B AB=C 가 됩니다. A와 B가 만나 만들어 내는 관계의 역동 AB가 더해져 C가 됩니다. 내가 성장하면 내가 다른 사람과 만드는 관계의 질도 커지게 마련입니다. 변하지 않는 가족에 낙심 말고 우선은 스스로의 변화를 만들어 가세요."
가족 내에서 원하지 않았어도 맡았던 역할, 부모님의 삼각관계 안에서 어른 흉내를 내던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40년 전의 어린 나를 떠올렸다. 지금의 역할 말고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어떤 역할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어떤 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2장에서는 나의 결핍이 배우자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물었는데 슬프지만 너무도 분명히 이 답을 알고 있다. 6학년 때 졸업 문집 맨 마지막 장에 반 친구 60명의 10문 10답이 모두 실려 있었다. "당신의 이상형은?"이라는 질문에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장난스럽게 "돈 많고 명 짧은 사람"이나 "00처럼 잘 생기고 키 큰 남자"라고 답을 적었는데 나만 "너그럽고 이해심이 깊은 사람"이라고 진지한 답을 적었다. 그 당시엔 몰랐는데 몇 년이 지나 문집을 읽어보다가 감춘 속내를 읽히는 것 같은 부끄러움에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역설적으로 그때부터 그 장은 절대 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없애버리고 없는 문집 속의 나의 답을 사진처럼 찍어 머릿속에 영원히 기억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 판단했던 결핍을 이상형의 선택에 그대로 녹여내었다. 그것도 6학년밖에 안된 아이가. 가족은 이렇듯 촘촘히 연결되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그 아래 놓인다.
한 챕터가 마무리될 때마다 작가의 도움말이랄까, 마지막에 녹색 글자로 적힌 조언과 질문들이 마음에 철렁하고 닿았다.
이 부분만 모아서 따로 읽어봐야겠다.
"이제는 당신 인생을 살아도 괜찮습니다.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서 부모님의 인생을 사셨습니다. 이제 편하게 당신 인생을 사세요."
나는 1장의 원가족을 지나 2장의 현재 가족을 지나가는 중이다. 3장에서 우리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가 가족도 나이를 먹기 때문이라고 달아놓은 데서 전율이 일었다. 난 어느새 또 한 장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들 모두 기억하고 다짐하세요.
자녀가 준비될 때 알아서 부모를 떠나는 게 아닙니다. 부모가 자녀를 조금씩 어른으로 만들 준비를 시켜 주는 것입니다. 독립에 필요한 거리 조절은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선물이지 자식이 저절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 부분은 지금 나에게 딱 약이 되는 조언이라 인덱스를 붙여 놓았다. 손으로 직접 적어 보고 싶은 구절이다. 독립은 아이 스스로 부모를 밀어내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 부모가 자녀를 보낼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아이만 준비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란 것도 안다. 아이를 독립시키고도 어른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일일이 따라붙어 다시 보호자가 되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모 스스로도 마음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억울함과 분노는 '자기애'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란 것도 깨달았다. 이는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란 것도. 사랑을 갈구하였으나 사랑받지 못하고, 관심받고자 하는 욕구가 좌절되고 보상받고자 하는 욕구 역시 좌절될 때 스스로가 불쌍해지고 억울해지지만 더 이상 자신을 피해자로 두지 말라는 조언은 따뜻했다. 충분히 분노했다면 이제는 스스로를 변화시켜 다른 사람들을 끌고 가고 그들에게로 시선을 돌릴 때이다.
용서를 베풀면 상대는 수혜를 입는데 이 과정에서 용서하는 사람은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라 '베푸는 자'로 승격된다.
용서하지 못하면 평생 피해자로 남는다. 내가 준비된 때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위해 용서한다.
가족은 생물이다. 만들어지고 활성화되며 늙고 해체된다. 영원한 가족은 없다. 가족은 변한다. 그러니 걱정 말고 더 나은 변화를 일구어내는데 박차를 가하라. 스스로를 가엾게만 보는 연민에서 벗어나 변화하기로 마음먹고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서는 누구나 히어로가 된다고 황선미 작가는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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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