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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평점 :
나무 탐독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나이가 들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사계절에 맞춰 변하는 나뭇잎의 색깔, 모양이었어요.
언제 저 나무가 저 자리에 있었나 싶게 눈에 들어오는 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그동안 앞만 보며 살아왔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서,
생활 속의 자연이 제일 먼저 새롭게 다가온 듯합니다.
서울 사람이다 보니 자주 보이는 나무 몇 그루만 제대로 알 뿐이지,
숲에서 마주하는 나무들은 이름표를 봐야지만 무슨 나무라고 알려줄 수 있어 아쉽기도 했는데요.
나무 탐독을 통해 나무 박사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어보았습니다.
나무마다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역사, 인물과 연결하여 살아 있는 나무의 삶을 듣는 듯합니다.
하멜의 표류기를 통해서만 접했던 하멜이 전남 강진 성동리 은행나무 밑에서 고향을 그리며 버틴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곳에 가게 된다면 저자와 같이 저도 은행 나무 아래 앉아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습니다.
닭 뼈다귀를 빼 닮은 비자나무 가지를 보니 웃음이 나오는데요.
얼마전 제주 여행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었던 비자림을 갔더라면 이 나뭇가지를 직접 눈으로 보았을 텐데 아쉽네요.
저자가 가장 오래된 친구 나무로 꼽는다는 비자나무는 천년의 역사 속에서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나무라고 합니다.
독도 사철나무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게 되었을까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가슴아픈 우리 역사가 고스란히 녹여져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씨앗을 따 먹고 독도에 날아와 퍼트린 철새들을 통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사철나무는 일제 강점기 하에서도 꿋꿋이 버텨내어 2012년 광복절을 맞아 동도 천장굴 사철나무가 천연기념물 53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한 독도지킴이로 함께 할 사철나무가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갈등'이라는 말이 칡과 등나무를 뜻한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등나무와 칡나무가 서로 뒤엉켜 풀어낼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단어의 의미가 그대로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를 통해 단어의 속뜻까지 알 수 있으니 재미나기만 합니다.
문화재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최고령 나무는 강원 정선의 두위봉에 자라는 천연기념물 433호 주목입니다.
나이가 천사백살, 계백 장군과 김유신 장군이 동갑내기라고 하니 살아있는 역사와 같은 나무입니다.
이 나무를 본다면 역사 속 인물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사도 세자의 비극을 지켜본 나무를 지금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창경궁 선인문 회회나무인데요.
얼마전 딸아이 역사체험으로 다녀온 창경궁인데 이 나무를 못 알아본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당시 쉰 살 남짓했던 나무는 지금은 삼백 살쯤 되어 원래 20미터는 자랄 수 있는 나무이나 현재 4미터 남짓으로 사도세자의 비극을 보고 가슴속에 피멍이 들어 나무 줄기 속이 썩어버렸다고들 얘기한다고 합니다.
역사 속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나무라니 놀랍기만 합니다.
다음에 다시 찾게 된다면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간직한 나무입니다.
방송국 창사 특집 '팔만대장경' 프로그램 제작시,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의 재질인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의뢰받은 저자는
팔만대장경이 어디에서 만들어 해인사에 보관되었는지를 나무의 재질과 보관상태를 추적조사하여 밝혀냅니다.
또한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경판 보관 건물 바닥의 숯 매몰설도 직접 파 봄으로써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었으며,
지혜로운 조상들이 흙으로 습도를 조절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제작 기법이나 보관 기술 등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미스터리 유물로 우리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연구 또한 필요함을 전합니다.
수목학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실습시 나무로부터 경험할 수 있는 세 가지 맛을 학생들에게 보여준다고 해요.
고로쇠나무의 단맛, 거제수나무의 쌉쌀한 맛, 그리고 소태나무의 쓴맛까지.
인생을 살면서 소태 맛을 볼 날도 있음을, 젊은 날 쓰디쓴 맛을 먼저 봐야 단맛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음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나무박사답게 나무를 통해 인생의 참맛을 가르치니 살아있는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겠습니다.
요즘 곱게만 자란 젊은이들에게 소태나무의 쓴맛을 보여준다면 살면서 힘든 시기가 와도 우뚝 일어날 것만 같습니다.
함께 하는 나무를 통해 들여다보게 되는 역사와 역사 속 인물 이야기,
추억과 함께 했던 나무들의 이야기,
30-40전만해도 중부지방에서 볼 수 없었던 멀구슬나무를 교정에서 만나 온난화를 실감했다는 이야기 등.
나무 박사답게 나무를 통해 들려주는 삶의 혜안이 가득한 나무 탐독입니다.
서울에 사는 저로서는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궁궐 속에 있는 나무를 통해 역사를 재미나게 접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궁궐을 찾게 되면 아이에게도 나무를 보여주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나무 탐독을 다시금 살펴보고 가야겠습니다.
나무는 천목천색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특별히 좋아하는 나무를 지정하기가 어렵고,
어떤 관점에서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싫어하는 나무는 없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나무처럼 사람을 본다면 색깔만 다를 뿐 잘못된 만남, 괴로운 만남,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만남은 없다는 저자의 말씀이 와 닿습니다.
살다보니 사람 관계 속에 힘들어할 때가 있지만 결국 나와 다름을 인정하면 서로에게 편해짐을 알기 때문이지요.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나무 탐독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 샘터 물방울서평단을 통해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