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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ㅣ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명신 옮김, 리처드 핸슨 사진 / 샘터사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들의 정원>은 정원 디자인 및 조경디자인을 공부해온 저자 재키 베넷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영국 작가 19인이 살았던 집과 정원,
작품의 배경이 된 숲과 들판, 산책로, 작가와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있어요.
로알드 달은 집시하우스를 배경으로 생물들을 관찰하여 벌레 또는 애벌레와 같은 크기의 아이를 만들어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를 탄생시켰어요.
로알드 달은 딸 올리비아가 홍역에 걸려 일곱 살에 세상을 떠났을 때에도 식물을 돌보며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고 해요.
20세기의 천재 작가 로알드 달을 창조해낸 오래된 오두막은 그가 심은 라임 나무 아래 오솔길에 변함없이 남아 있다고 하니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작가별 정원과 작품소개도 각 작가별 마지막 페이지에 수록하고 있어요.
작가이자, 역사가, 화가, 정치가였던 윈스터 처칠 경의 차트웰은 정치생활에서 밀려났을 때에도 이곳에서 글을 써서 가족을 부양하고 차트웰을 유지했다고 하니 애정이 얼마나 가득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을증을 다스리기 위해 야외 작업, 특히 키친 가든의 담장을 다시 세우는 일에 몰두하였고 과수원에 자두, 사과, 배나무 등을 심고 아이들을 위해 나무 위에 집을 지을 만큼 정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힘을 얻었음을 알 수 있어요.
월트 스콧의 애보츠퍼드는 14년 동안 공을 들여 초라한 농가에서 환상적인 성으로 탈바꿈한 곳이에요.
동화 속에서 나올 법한 포탑이나 실내장식을 갖춘 애보츠퍼드의 특별한 건축물을 스콧의 미래의 수입까지 가져다 지어졌지만,
출판 동업자의 파산으로 그도 사실상 파산했다고 해요. 스콧은 애보츠퍼드를 잃는 대신 자신의 글로 빚을 갚았고 애보츠퍼드는 신탁 관리되었답니다.
스콧은 생전에 대부분의 빚을 갚을 수 있었고 죽음을 앞두고 강이 내다보이는 식당에 간이침대를 설치하고 죽는 순간까지 펜을 쥐고 있었다고 합니다. 스콧의 인생은 정원과 글쓰기가 같은 비중을 차지했구나 알 수 있어요.
19명의 영국 작가의 정원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작가의 고뇌와 기쁨이 함께 한 공간인 그들의 정원이 있었기에,
그들의 작품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구나 알 수 있었어요.
사진으로나마 그들의 정원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또한 그들의 정원을 방문할 수 있는 정보를 부록으로 싣고 있어요.
주소, 홈페이지 주소를 통해 영국에 갈 기회가 된다면 몇 군데를 직접 가서 작가들의 발자취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누구나 위로받고 싶은 공간,
나만의 조용한 공간을 꿈꾸는데요.
도시에 사는 저로서는 한적한 시골이나 절을 떠올리곤 했는데,
<작가들의 정원>을 읽으면서는 이런 나만이 공간이 작게라도 있으면 삶이 참 여유로워지겠구나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런 곳에 오두막을 짓고 글을 쓴다면 술술 쓰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유명한 영국 작가들이 그들의 정원을 거닐며,
소설 속의 소재로 활용하고 등장시키면서
현실 속에서 상상력을 불러와 글로 남긴 기록들을 보고 있자니,
작가의 상상력은 그냥 생기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요즘은 창의력의 시대라 하고,
창의력은 경험에서 우러난다고들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정원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잠재되어 있는 그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놀이터가 될 것이며,
어른들에게는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 속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노년의 전원주택이 아니라,
지금 우리집 마당에 작은 텃밭이라도 흙을 밟고 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어봅니다.
[ 샘터 물방울서평단을 통해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