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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 수업론 :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 ㅣ 아우름 5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5년 4월
평점 :
원제목인 <수업론 :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배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수업이라는 말은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배울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시점에, 무엇을 가르쳐 줄지 좀처럼 알 수 없는 사람 밑에서, 무언지 알 수 없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저자는 25세 때 합기도의 다다 히로시 선생님을 만나 무도 수업에 임한지 40년이 흐른 지금도 합기도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겸손하게 답하고 있습니다. 수업이라는 건 수업하는 주체인 자신이 점차 변화하는 것으로 어제 알았던 것을 오늘이 되어 알 수 없게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수업을 함으로써 '나'라는 감옥에서 벗아나는 경험을 많은 젊은이들이 경험해보기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그것을 해낸 뒤라야 말할 수 있다고 해요. 자기 자신에게조차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남과 우열을 비교하고 강약이나 잘하고 못함을 논할 수 없음을요. 이 책은 수업이란 어떤 것인지를 이해시키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평생 연마한 무도에 빗대어 삶을 살아가는 수업론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이고 반복하여 읽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입력과 출력이 동시에 일어나는, 간발의 차이도 두지 않는다는 의미의 석화지기와 같은 상태, 상대적으로 심신의 성과가 조금도 저하되지 않는 주체 즉 무적의 주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주체가 과연 있을까? 나를 초월한 나란 어떤 것일까? 일년 전부터 건강을 위해 요가를 하고 있는 저로서는 요가 중에 명상을 하는 시간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또한 요가 수련 중 동작들에 연연하지 않고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사이 어느 순간 그 동작이 내 몸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는 상태를 이르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보았습니다.
끊임없는 수련과 배움을 통해서만이 더디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경지를 어느 순간 뛰어넘어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는 경지. 이는 무도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살면서 우리가 끊임없이 수련해야 할 모든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겠지요.
단순히 욕심에 얽매여 과거에 얽매이고 현재의 시간에 묶여 급급하게 살아간다면 더 나은 나를 찾기 위한 과정도 수련도 그 이상의 어떤 것도 만날 수 없겠지요.
요가 동작을 통해 나에 집중하는 수련 시간을 가지면서 내 몸의 구석구석에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새로운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내 몸이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음에 처음에 당황하였고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움직이면서 어느새 자연스러워짐을 배우며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에 하는 사바사나 동작을 통해 내 온 몸의 힘을 빼고 바닥으로 가라앉음과 동시에 무아지경에 이를 때면 세상의 걱정거리가 애초에 없던 사람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느낌은 너무나 생소하여 몇 달 동안은 편안하게 눕더라도 정신은 말똥말똥했지요. 어느 순간 나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찾아온 편안함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늑함을 주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아마도 나를 넘은 나의 경지는 의식하지 않은 나를 초월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바쁜 현실에서 누구와 경쟁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무조건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으로 무한질주를 하는 요즘 세대에는 이런 수업론을 배울 기회가 없었음에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비상 상황에서도 무적의 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함을 말이지요. 그래야 자아를 넘어 어느 순간에도 동시에 대적할 수 있는 나를 성장시킬 수 있음을요.
성숙이란 철저히 신체적인 경험이고 레비나스의 영적 성숙을 달성한 자만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앙을 짊어질 수 있다고 자신의 깨달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신앙이 뿌리내기로 개화하는 것은 인간의 살아 있는 신체이고, 신앙이 목표로 하는 것은 영적인 성숙이라는 것을 레비나스의 소중한 가르침으로 전해줍니다.
"무언가를 배울 때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무지란, 변화를 방해하는 힘입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어제에 안주하지 마세요. 지켜야 할 나를 버릴 때 천하무적이 됩니다."
우치다 타츠루가 40년 동안 무도와 철학을 통해 전해주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책입니다.
[ 샘터 물방울서평단을 통해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