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허삼관 개봉 소식을 듣고 보고 싶었던 이유는 단연 하정우라는 배우가 감독과 주연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허삼관과 힐링캠프에 출연한 하정우의 입담을 들으며 정말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지요.

아이 방학 중이라 영화관에 가기가 여의치 않아 책으로 반갑게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책 소개를 접하기 전까지는 영화 허삼관만 알았지, 원작 <허삼관 매혈기>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

세계가 사랑하는 중국 최고의 작가 위화에 대한 소개글을 읽으며, 이렇게 좋은 원작이 있었기에 영화화가 가능했구나 알 수 있었어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허삼관의 주요 내용과 매치하며 읽는 재미 또한 솔솔했습니다.

원작에 가깝게 표현한 하정우와 하지원의 연기가 떠오르면서 역시 하는 마음에 영화가 더욱 보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정우는 허삼관을 가부장적인 어른인 아버지가 아닌 자식들과 똑같이 투정하고 친구 같은 아버지라고 표현했었는데요.

그런 허삼관을 책으로 만나는 것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허삼관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상도 하면서 페이지를 넘기니 두툼한 책을 휘리릭 읽게 되더군요.


처음에 우연히 피를 팔아 큰 돈을 벌게 된 허삼관은 그 돈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여인에게 거금을 들여 먹을 것을 사 주고 공을 들여 결혼을 하지요.

그렇게 일락, 이락, 삼락 세 형제를 얻어 잘 살다가 큰 아들 일락이가 자신을 닮지 않고 하소용을 닮았다는 이웃들의 소문에 점점 의심이 커지지요. 의심은 현실로 다가오고 허삼관은 속아서 결혼했다는 생각에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일락이와 부인 허옥란을 구박합니다.

그러면서도 9년 동안 키워 온 큰 아들에 대한 마음 또한 절절하여 심적으로 갈등을 겪는 모습이 여과없이 보여집니다.


가뭄이 들어 죽만을 먹는 생활에 지친 아들들과 아내에게 잠자리에서 말로써 음식을 만들어주는 허삼관의 재치는 웃음을 자아냅니다.

모두가 숨죽이고 배고픔도 잊고 침을 꼴깍 삼키는 장면이 연상되면서 둥둥 떠다니는 홍사오러우가 보이는 듯합니다.


어느날 일락이가 큰 사고를 치뤄 병원값을 물어줘야 하는 일이 생기자 또 한번 자신의 피를 팔게 됩니다.

이와 같이 살면서 중요한 고비 때마다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피를 파는 허삼관을 보면서는 가장의 책임감은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됩니다.

또 반면에 자신이 피를 판 돈으로 온 식구가 국수를 먹으러 갈 때에는 자신의 핏줄이 아닌 일락이는 빼고 가는 유치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락이가 간염에 걸려 상하이 큰 병원으로 먼저 이송이 되고 뒤따라가는 허삼관은 가는 곳마다 들러 피를 팔지요.

한번 피를 뽑으면 3개월은 쉬어야 하지만 아들을 살리고픈 마음에 이를 무시하고 뽑다가 죽을 뻔한 고비도 넘길 정도로,

아들을 향한 부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지요.


과연 언제까지 피를 팔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끝까지 읽게 되는데요.

이제 아들들도 장성하여 가정을 꾸려 출가하고 더 이상 큰 돈이 필요하지 않은 허삼관입니다.

그는 마지막 피를 뽑은지 십일 년 만에 어느날 문득 피를 팔면 항상 먹었던 승리반점의 돼지간볶음과 황주가 먹고 싶었지요.

그래서 피를 팔러 갔지만, 나이 예순의 허삼관은 늙은 피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하고 크게 낙담하지요.

새삼 자신이 늙음에 이제 피도 팔지 못할 정도의 나이듦에 슬퍼함을 보고 이해를 하지 못하는 아들들에게 허옥란은 아버지가 너희들을 위해 언제 피를 팔았는지를 조목조목 알려줍니다.

그리고 허삼관을 데리고 가 그가 그토록 원하는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주문하여 그의 마음을 위로하지요.

마지막까지 가슴 찡한 감동까지도 느낄 수 있는 허삼관이었습니다.


"맛있는 건 원래 다 먹고 나서도 더 먹고 싶은 거야."

"일이란 다 닥쳐야 하는 거요. 사람이란 막다른 길에 이르러서야 방법이 생기는 거란 말이외다.

그건 막다른 길에 이르기 전에는 행동을 취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이지."

"사람 마음이 뱃가죽으로 덮여 있으니 얼굴만 알아서는 속마음을 모른다구."

"일락아, 내 말 꼭 명심해라. 좋은 쇠는 칼날에 써야 한다는 거."

...

이 책이 좋은 점은 인생을 살면서 얻는 삶의 지혜들을 허삼관과 주변인물들의 일상과 말을 통해 녹여내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배우지도 못하고 조그만 동네에 갇혀 사는 허삼관이라는 인물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싶지만,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는 책이나 배움으로서 얻는 것과는 다른 진실함이 묻어납니다.

삶의 고단함가 슬픔을 능청스럽게 표현한 허삼관의 익살과 해학이 그대로 녹아든 일생을 읽다보면,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이런게 삶이구나 다가옵니다.


유쾌하지만 진한 감동을 주는 <허삼관 매혈기>를 끝까지 읽다보니 영화로는 어떻게 끝을 맺을지 더욱 궁금증이 생깁니다.

조만간 영화관을 찾아 또 다른 감동을 느끼고 싶습니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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