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샘터역사동화 4
김종광 지음, 김옥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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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선생님의 열하일기는 교과서에 배운 정도이지 직접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요.

원작 열하일기에는 이야기보다 연암 박지원 선생님의 사상과 관찰, 감정이 주를 이룬다고 해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는 열하일기를 박지원의 관점이 아닌,

하인으로 따라간 열세살 소년 장복이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랍니다.

역사동화로 재탄생한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는 이야기가 있으니 아이들이 참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열하일기를 읽어보지 않은 어른인 저도 흥미롭게 펼쳐들었습니다.


등장인물을 통해 별명, 성격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요.

장복이, 뚱선비(연암 박지원), 창대, 백동수, 조수삼, 유구국 공주, 난항 등 주요인물을 미리 봐 줍니다.


장복이의 아버지가 뚱선비를 모시고 연경으로 떠나기로 하고 이미 쌀 다섯 섬을 받았는데 앓아누우시는 바람에,

장복이가 대신 따라가게 되어요.

그렇게 중국사신단을 따라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장복이는 기록하기로 해요.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가 새치기한 나이 든 사람에게 옳은 소리했다가 매맞고 밥도 못 얻어 서글픈 장복이에게,

뚱선비는 자신의 쌀밥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어요.

이에 장복이는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막 나왔다.

맞으니 분해서 나기도 하고, 고마워서 나기도 하고, 맛있어서 나기도 한다.

맛있어 나는 눈물은 끼니때마다 흘려도 좋겠다."

매일 일기처럼 기록하는 내용은 주요 여행 경로를 포함하여 자신이 겪은 일, 느낀 점을 아이답게 솔직한 표현으로 풀어 적고 있어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라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좀 더 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기에도 참 좋겠구나 싶었어요.

당장 일기를 적을 때나 독서기록장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겠지요.


광대 달문이를 만난 장면은 참 신비롭기만 한데요.

줄타기, 판소리, 뛰어오르기, 재담, 소리 흉내, 춤도 조선에서 제일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달문이의 놀음을 장복이의 눈으로 보니 재미가 더합니다.

2페이지에 걸쳐 큼직한 그림으로 표현된 장면까지 더하니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달문이, 한세상 잘 놀다 가오!"

소리치며 장대 끝을 달려 붕 뛰어가서 사라진 달문이, 정말 어디로 갔을까요?


조공을 일방적으로 바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무역'으로 해석하는 뚱선비의 말도 참 와 닿더군요.

똑같은 상황을 보고도 달리 해석하는 것은 역시 폭넓은 식견이 있어야 가능하겠지요.


"온통 짙푸른 세상이 펼쳐졌다.

하늘 아래 또 하나의 하늘이 있는 듯했다.

강을 수만 개 합쳐 놓아도 견줄 수가 없는 넓이였다.

끝이 보이지를 않았다.

만약 저 멀고 먼 곳에 있는 하연 선이 바다의 끝이라면,

그 끝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게 틀림없었다.

티끌처럼 작은 모래들이 햇빛을 깔아 놓은 것처럼 눈부셨다."

바다를 처음 마주한 장복이의 표현은 아이들이 처음 바다를 보았을 때의 느낌과 같을까요.

사실 요즘 아이들은 매스컴을 통해서도 접하고 여행을 이른 나이부터 다니기에 말로만 듣는 상상 속의 바다를 그려보지 않았기에 바다에 대한 첫 느낌이 이러하지는 않을테지요.

장복이를 통해 바다에 대한 느낌도 새롭게 가져보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끝 의주 고을에서 장복이는 부모님께 편지를 쓰지요.

의주에 말이 천지라는 것도 의주성이 평양성만큼 넓고 튼튼하고 멋지다고 쓰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무예가 가장 뛰어난 백동수 무사 아저씨도 만났고,

우리나라에서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김홍도 아저씨와

도둑 일지매와 홍길동이 세운 나라인 유구국 공주님도 만난 이야기를 전하면서 곧 중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물이 불어 몇일을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떠나는 길이 만만치 않지요,

구룡정 나루터에서 준비된 배에 말, 짐, 하인, 관리들이 나뉘어 이동합니다.

"오리 압에 푸를 록, 강이 오리 모가지처럼 길고 강물이 푸르다는 뜻이니라." 뚱선비의 압록강 뜻풀이도 들을 수 있어요.

그렇게 도착한 구련성에서 장복이는 잠자리도 마련하고 음식 준비도 도우면서 고된 하루를 보냅니다.

이 글을 읽는 동년배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내가 장복이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하지 않을까 싶군요.

물론 지금이 얼마나 편안하고 행복한지도 감사함을 느끼겠지요.


중국으로 들어가는 대문 '책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뚱선비는 내내 감탄을 하지요.

"어느 한구석에도 빈틈이 없어.

물건 한 개라도 허투루 굴려 놓은 것이 없잖은가.

...

물건을 이롭게 쓸 줄 모르면, 생활을 넉넉하게 할 수는 없는 법이지.

우리가 오랑캐 나라라고 무시했던 중국은 모든 물건을 이롭게 쓸 줄 아니 살림살이가 넉넉한 것이야.

우리 조선은 물건을 제대로 쓸 줄 모르니 안타깝지 않은가?"

남들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것들까지 골똘히 살피고 다니는 뚱선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어요.

새로운 문물을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연암 박지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답니다.


지금까지 거쳐 온 성 중에 가장 컸던 봉황성의 열 배는 되는 요양성에 온 일행이에요.

요동에서 볼거리로 꼽는 백탑은 정말 그 당시에는 거대함 자체였을 법해요.

"겉은 흰색이었고, 8면이었다.

13층이나 되었는데 까마득하게 높았다.

요양성의 왼쪽은 바다이고, 앞은 거의 바다와도 같은 들판이란다."

마치 꼭대기에 앉은 까마귀 눈으로 보이듯이 전경이 훤히 펼쳐집니다.


"말처럼 생겼으니 굽이 두 쪽이니 말은 아니었다.

꼬리는 소처럼 생겼으니 머리에 뿔이 없으니 소도 아니었다.

얼굴이 양처럼 생겼으니 털이 꼬불꼬불하지 않으니 양도 아니었다.

말도 닮고 소도 닮고 양도 닮았지만,

분명코 말도 아니고 소도 아니고 양도 아닌 동물이었다."

무엇에 대한 표현인고 하니,

낙타를 처음 본 장복이의 말만 듣고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납니다.


요동 천리는 흙이 떡가루처럼 보드라와서 비를 맞으면 진반죽처럼 되어 늪처럼 빠져든다고 해요.

그래서 놓인 것이 바로 나무다리랍니다.

무려 200리(약 80킬로미터)에 걸쳐 깔려 있는 나무들은 한결같이 고르고 똑바르게 큰길을 내놓은 것처럼 표현되어요.

장복이는 나무다리를 최고의 장관으로 꼽기도 해요.

뒷장의 그림을 보면 이해가 수월하지요.


만리장성에 도달한 일행이에요.

성벽보다 더 높게 장대를 지어놓았지요. 장대를 올라가는 길은 바윗돌을 깍아 만든 돌계단이 백 층은 되는 듯하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양반과 역관이 얼마나 힘겹게 오르내렸는지를 '병든 개미처럼 헉헉대며 암벽 타기 수준으로 계단을 올랐다'로 짐작할 수 있지요.


만리장성! 만 리를 잇는 성벽.

한양에서 의주까지가 천 리,

압록강 건너서 요양까지가 또 천 리,

요양에서 산해관까지가 또 천 리.

지금까지 중국 사신단이 걸어온 삼천 리의 서너 배가 이어지는 성벽이라니 정말 엄청나군요.


내일이면 도착할 연경을 앞두고 일행들은 각자 자신이 여태까지 본 것 중에서 장관을 이야기하는데요.

백탑,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 나무다리, 만리장성 등을 꼽는데 수레를 꼽는 뚱선비에요.

중국의 수레 바퀴가 얼마나 완벽하고 둥글고 제대로 굴러가는지부터 시작해서 수레가 자유로이 다닐 수 있도록 시골구석까지 평평하고 쭉쭉 뻗은 길들도 칭찬하지요.

만리장성도 나무다리도 모두 수레의 힘으로 자제를 옮겨서 만들 수 있었으니 최고로 꼽는답니다.


연경에 도착해서 엄청난 규모의 배와 배의 구조를 보고 놀란 장복이에요.

중국 으뜸 장관으로 십만 척의 배가 모여 있는 연경 포구로 바꿀 정도지요.


마침내 연경성의 한 문으로 들어가자 사람과 가게의 바다가 펼쳐져요.

이제까지 거쳐 온 봉황성에 심양성에 요양성을 합친 것보다도 번화한 세상이라니 지금의 서울 정도일까요?

영통교라는 돌다리를 건너면서 다리의 장대함을 의주대로보다 폭이 넓었고 다 건너는 데 한 시간은 걸릴 만큼 길다고 표현해요.

다리 밑으로는 작은 배들이 자라 떼처럼 떠다녔다고 하니 그 규모가 엄청나구나 느낄 수 있답니다.


드디어 연경에 도착했어요.

한양성을 5월 25일에 떠나 의주대로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요동 천리를 지나, 만리장성을 넘어

마침내 연경에 들어온 오늘이 8월 1일.

두 달하고도 이레가 걸렸답니다.


나그넷길을 동안 장복이는 자신의 머릿속이 얼마나 알차치고 가슴이 얼마나 넓어지졌는지,

무사히 연경에 닿은 기쁨과 보람을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고 적고 있어요.

그만큼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여행은 사람을 성장시키기에 충분하지요.

어린 장복이는 두달 이레 전의 장복이가 더 이상 아니지요.


이 책은 동화이기에 한양에서 의주까지의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창작이라고 해요.

장복이가 쓴 한양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작가 김종광 선생님이 20여 종의 연행록과 1780년경을 알 수 있는 자료를 두루 섭렵하여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당대의 유명한 인물들로 연암 박지원, 위대한 화원 김홍도, 중인 시인 조수삼, 기인 광대 달문이, 무사 백동수 등을 두루 등장시켰고,

당시 풍속과 사회도 담아내어 스스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자 하셨답니다.

장복이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아이다운 느낌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의 아이들이 읽기에도 흥미진진하기만 합니다.

후반부는 열하일기의 초반 여정(압록강에서 연경까지)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하니 남은 이야기가 아직도 많음을 알 수 있군요.


아쉽지만 여행기를 마친다는 장복이.

연경에서 겪은 이야기와 한양으로 돌아오면서 겪은 이야기는 나중에 써 보겠다고 하니,

다음 편이 벌써 기대됩니다.


장복이와 같이 배울 것이 많은 아이들에게 여행이란 얼마나 크나큰 교육인지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요즘은 책으로 세상을 먼저 배우기도 하는데요.

아이를 키우면서 보니 백문이 불여일견임을 느낄 때가 많아요.

아무리 글로 여러번 설명을 해도 확 안 와 닿는 것도 직접 한번 보기만 해도 평생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글로벌 시대에 나아가라고 하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곳곳을 얼마나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었는지도 돌아보게 됩니다.

초등 저학년인 딸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겨울방학을 맞아 열심히 체험하고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도록 해 주렵니다.


[ 샘터 물방울서평단을 통해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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