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 2014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 수상작 생각하는 숲 17
인디아 데자르댕 글, 파스칼 블랑셰 그림, 이정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공주니어 생각하는 숲 시리즈> 신간으로 만나게 된,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예요.


◆ 생각하는 숲은?

깊이 있는 이야기로 생각의 폭을 넓히고,

세상을 보는 지혜와 철학에 눈뜨게 합니다.

생각하는 숲 시리즈는 앞의 전권을 들여 읽은지라 어떤 철학적인 메시지를 줄지도 기대가 되는 책이었어요.

제목부터 크리스마스에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특히나 또 눈길을 끈 부분은,

바로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수상작이라는 거지요.

◆ 라가치 상은?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도서전인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해마다 세계에서 출간된 그림책들 가운데 작품성과 예술성 독창성이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권위 있는 그림책 상입니다.


어떤 그림과 내용으로 감동을 줄지 보기 전부터 설레이던 책입니다.

 

어제 패딩턴 시사회를 보고 오니 도착해 있는 책.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며 반겨한 모녀에요.

마침 패딩턴 영화를 보면서도 가족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온 지라,

그 감동을 이어 잠자리 독서로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를 읽어보았어요.


그림책이긴 하지만 꽤나 큼직한 사이즈에 71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함을 가진 책이랍니다.

도입부를 읽기 시작했지만 끝이 궁금한 주현이는 오늘 밤에 다 읽을 수 있냐고부터 묻더군요.

"당연하지~~"

엄마도 결론이 궁금하거든요.^^


마르게리트 할머니는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요.


왜일까요?

이제 할머니의 이야기가 시작되어요.


할머니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해마다 음식을 정성껏 차려 자식들과 함께 보내는 때가 있었어요.

몇해 전부터 할머니는 기억이 장난을 쳐서 자꾸 잊어버리기도 하고,

손이 떨려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게 되셨지요.

자식들은 파키슨병이 아니라고 안심시켰지만 할머니는 늙어가고 있음에 서글프기만 합니다.


몇 해 전 60년을 함께 한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단짝 부드로도, 오빠도 이웃집 친구들도 한 명씩 세상을 떠났어요.

할머니 삶의 한 부분이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기분은 어떨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삶은 그렇게 흘러가지요.

이제 곧 할머니 차례도 올 거예요.


죽음이 코 앞에 와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삶은 더 이상 삶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할머니는 더 이상 집밖에 나가기도 꺼려졌어요.

집이 가장 안전한 울타리라는 생각에 밖이 두렵기만 했지요.


80이 훌쩍 넘은 할머니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

자식들에겐 해가 될까 혼자만의 시간을 나름 잘 보내는 법을 터득했지요.


자식들의 모습이 액자로 그려진 모습을 보며, 주현이는 왜 얼굴을 공개하지 않느냐며 궁금해하네요.

아마도 그만큼 자식들과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어요.

그만큼 자주 만나지 않고 액자로만 매일 만나는 사이랄까요.


그리고 찍찍이 실내화.

할머니는 미끄러져 혼자 외로이 죽는 것보다, 그런 모습을 자식들이 발견하고 죄책감에 시달릴까봐

영 거슬리는 소리를 견디는 걸 택하지요.


크리스마스 날,

할머니의 저녁 시간을 완벽하게 준비했어요.

부엌으로 가서 자신의 저녁을 챙기는 할머니.

냉동 도시락이 전자렌지에서 돌아가고,

혼자만의 샴페인을 터뜨리고,

거실에 돌아와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을 켜지요.

 

이어진 바깥에서 나는 굉음과 딩동 초인종 소리에 순간 놀라는 할머니.

이 시간 방문할 손님도 없는지라 도둑은 아닐까 걱정부터 앞섰지요.

창밖으로 바깥 상황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문을 열지만,

걸쇠는 그대로 있는 상태에요.

갑작스런 차 사고로 지나가던 이가 도움을 청해 전화를 쓰도록 해 주지요. 물론 밖에서요.

이어서 아이의 화장실 사용까지 허락하고 도어 체인을 걷고 집으로 들이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파티는 시들해졌어요.

온통 창밖의 차 속으로 신경이 쓰였지요.

콜롬보처럼 그들이 어떤 상황인지 추리하면서요.

차 안에서 캐롤송이 나오고 그들이 차 안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을 보며 할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그리고 갑자기 조용하고 깜깜해진 차 안.

할머니는 전기가 나가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요.

먹을거리를 챙겨 도움을 주기 위해 용기를 내어 어려운 발걸음을 옮기는 할머니.


떠나는 그들을 보며 할머니는 그동안 집에만 있던 자신을 돌아봅니다.

자신이 두려워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요.


할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정말 할머니가 두려워한 것은 삶이었어요.


주현이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할머니가 정말 두려워한 건 뭐였을까?"

"할머니는 살아가는 게 무서웠던 거야. 삶을 사랑해야 하는 걸 이제 안 거지."

9살 주현이도 할머니의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 삶이라는 걸 알아주네요.


노인들에 대해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작가 인디아 데자르댕이에요.

동정이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그분들을 말하고 싶었다는군요.

고독하지만, 슬프거나 무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합니다.


저는 읽는 내내 저희 부모님을 떠올렸어요.

연세가 드시면서 몸 이곳저곳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본인이 아시는 어느 순간부터,

여행도 외출도 꺼리시는 모습이 마르게리트 할머니와 같더군요.

그럴수록 자꾸 움직여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마음도 헤아리지 못한 제가 보여 죄송했어요.

지금은 노인들의 몸 상태를 이해하고 그분들이 편안해하시는 집에서 더 많이 뵙는 방법이 맞다는 것도요.

크리스마스는 아이와 같이 즐기는 시간이 되어버렸는데요.

올해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따뜻한 연말을 보내야겠어요.

그분들에겐 같이 하는 시간 자체가 소중한 삶일테니까요.


[ 시공주니어북클럽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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