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바삭 갈매기
전민걸 글.그림 / 한림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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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부산여행을 다녀왔어요.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태종대에서 유람선을 타고 갈매기떼와 함께 바다를 달렸지요.

물론 그들이 원하는 건 새우깡이었지만요.

 
그리고 다음날은 해운대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주현이가 몰려드는 갈매기떼에게 새우깡을 주고 싶어해서 아빠가 사 왔는데요.

과자봉지 소리만 들어도 아는 건지, 후각이 귀신같은 건지 어찌나 몰려들던지요.

그리고 과자를 던질 때마다 서로 받아 먹으려고 무섭게 싸워서 제대로 주지도 못했답니다.

 
해운대는 시내에 바다가 있다보니 바닷가에는 갈매기 반, 비둘기 반이더군요.

갈매기들은 바다로 갈 생각도 없이 모래사장을 걸어다닐 정도였답니다.

 
그때도 참 궁금했는데요.

왜 갈매기가 저토록 새우깡을 좋아할까?

그들에겐 물고기가 더 맛날텐데, 왜?

하는 의문이 들었지요.

 
그 궁금증을 풀어줄 <바삭바삭 갈매기> 소식에 반갑게 만나보았어요.

주현이도 오자마자 포옥 빠져 읽어주었어요.

여기선 새우깡이 아니라 나초라면서 웃네요.

아마도 바삭바삭과 더 잘 어울리는 과자로 나초가 당첨되었나봅니다.

 

주인공인 갈매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되어요.

살 던 큰 바위섬, 파란 하늘, 구름, 따뜻한 바람.

잡은 물고기 먹는 걸 즐겼던 그때를요.


큰 배가 지나가면서 아이들이 던져주는 무언가를 먹게 됩니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냄새에 코끝이 찡했어."

과자에 대한 첫 느낌이에요.

 
이어서 과자 맛을 흠뻑 느낍니다.

"그건 마치 훌쩍 날아오른 뒤에

바다 한쪽이 쿵! 무너져 내린 거대한 구멍 속으로

바닷물과 함께 빨려 드는 느낌이었어.

바삭! 바삭!"

 
그림으로 표현된 구멍으로 소용돌이치는 바닷물,

갈매기의 충격받은 모습이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군요.

 
생전 처음 맛 본 과자의 맛은 한번 맛 본 이상 헤어나올 수가 없나봅니다.

바로 중독이 되어버린 걸까요.

 
그들은 바다를 떠나 부둣가에 자리를 잡고 바삭바삭한 그걸 찾느라 바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던져주는 물고기는 이제 비려서 쳐다도 보지 않게 되었지요.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이 해운대에서 싸우던 갈매기떼가 떠오르는군요.

 

주인공 갈매기는 그렇게 바삭바삭을 찾아 거리를 헤매다가

개를 피해 들어간 창고에서 드디어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앞에 있는 모습은 또 다른 충격을 던져줍니다.

"얘들은 누구지?

어째서 이런 곳에...

털도 빠져 있고, 똥에다가 쓰레기...

얘네 날 수는 있을까?"

 
갈매기보다 먼저 바삭바삭에 중독되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들은

바로 비둘기떼입니다.


시내에서 흔하게보는 비둘기떼.

사람도 차도 무서워하지 않고 피하지도 않는 비둘기를 볼 때면 얘넨 더 이상 새이길 포기한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갈매기는 비둘기를 보며 자신의 미래를 보았겠지요.

 

갑자기 공격하는 고양이를 피해 날개를 젓고 또 젓는 갈매기에요.

숨이 가쁘고 목이 마르고, 쿵쾅쿵쾅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 오지요.

나는 방법은 그새 까먹은 걸까? 싶은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겨우 지붕 위로 피한 갈매기는 멀리 바다에 지나가고 있는 큰 배와 갈매기떼를 봅니다.

저들도 나와 같이 바삭바삭에 중독되었구나.


갈매기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하지요.

여기 머물러 바삭바삭에 영원히 길들여질 것인지,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을 것인지요.

 
마지막까지 움켜쥐었던 바삭바삭을 과감히 던지고 날아가는 갈매기의 모습이 참 멋져보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그의 갈매기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어 바삭바삭을 거뜰더도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동화책을 읽는 내내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새우깡을 처음에 갈매기에게 맛 보여준 것도 사람일테고,

지금은 갈매기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더 많은 새우깡을 앞다퉈 던져주고 있으니 말이에요.

갈매기에게 새우깡은 당연히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된지 오래인 듯합니다.


사실 과자는 내 아이에게도 많이 먹이는 걸 조심하는데요.

물고기를 먹는 갈매기에게야 이로울 것이 전혀 없다는 것쯤은 알 것입니다.

그냥 먹는 모습이 신기해서 던져주기에는 갈매기에게 너무 잘못하는 것이 아닌지,

그들이 정말 바다를 떠나 비둘기처럼 사람 옆으로 오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나 주현이는 앞으로 절대로 새우깡을 갈매기에게 주지 않으리라 결심했답니다.

갈매기가 갈매기답게 살 수 있는 날을 꿈꿔봅니다.

 

[본 포스팅을 작성함에 있어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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