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경 - 우리는 통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
손정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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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설 <왕경>을 만나기 전까지,

역사 소설을 제대로 읽은 적이 있나 잠깐 기억을 더듬어보았어요.

학교 때에도 역사 수업은 외우는 수업으로 싫어했고,

그렇다보니 커서도 사극도 그닥 즐기지 않게 되더군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역사에 관심이 가게 되는 요즘이에요.

여행을 가더라도 역사적인 장소를 찾게 되지요.

마침 얼마전 경주여행을 다녀온지라 이야기가 주로 전개되는 왕경의 모습이 낯설지 않더군요.
 

왕경은 신라의 수도 경주를 이르는 옛이름이에요.

한반도에서 첫 통일을 이루었던 신라.

이 시기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랍니다.


이 책을 쓴 손정미 작가는 2012년 봄부터 2년간 삼국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이와 깊은 관련이 있었던 당 태종에 대한 자료와

경주, 중국, 장안, 실크로드 등을 답사하며 소설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하니,

사실적인 장소를 묘사하기 위해 애쓴 작가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긴박했던 삼국 통일 바로 전의 고구려, 신라, 백제의 정치적 상황과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역사시간에 배웠던 내용도 떠올리면서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어요.


고구려 귀족에서 신라 노비가 되어 복수의 칼을 가는 진수,

신라의 진골이자 화랑인 막강한 세력의 김유,

백제에서 온 베일에 가려진 당찬 여자 정.

각 삼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고구려, 신라, 백제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통해 당시 시대적인 상황까지도 재미나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자라온 배경과 사상이 다른 세 명은 김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를 맡게 된 점원 정이, 고구려에서 온 패졸 노예로 일을 부리는 진수로 서로 만나게 됩니다.

삼국이 서로 전쟁을 벌여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세 주인공은 각자의 나라를 걱정하며 돌아갈 날을 꼽지요.

이 속에서 청춘남녀의 야릇한 감정도 엿보는 재미가 가슴을 두근거리게도 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로맨스가 아니라 역사소설이라는 점.

삼국 통일 전에 고구려와 신라, 백제, 당까지 서로 연합하여 수많은 전쟁을 치열하게 치르는 현장이지요.

각국의 이익을 위해, 내 나라가 살기 위해, 내 가족이 살기 위해서는 죽기살기로 싸워야만했던 상황 속에서 긴장감을 놓칠 수 없이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김유라는 인물은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가 되기까지 어릴 때부터 피나는 노력으로 이룬, 일상의 행복을 포기하고 얻은 값비싼 결과였지요. 남들은 부러워만 하지만 본인은 목숨을 내놓고 신라를 위해 다시 태어난 것이지요.

진수는 신라 화랑에 버금가는 고구려 신수두 대제를 눈앞에 두었던 인물이지요. 아버지를 김유가 이끈 전쟁에서 잃고 뒤늦게 따라갔다가 정찰대에게 붙잡혀 활 한 번 못 쏘고 포로가 되었지요. 언젠가는 김유의 목숨을 빼앗아 고구려로 다시 돌아갈 날만 꼽고 있답니다.

정이라는 인물이 가장 묘하고 마지막까지 반전이 있는 인물이에요. 중반부에서 정이 백제의 장군 윤충의 딸로 드러나는데요. 당과의 협정을 맺어 백제와의 전쟁을 앞 둔 김유를 살해하라는 숙부의 청도 끝내 물리치는 정이에요.

그렇게 홀연히 모습을 감춘 정이는 상인의 꿈인 서역까지 갔다 돌아오지요.

이미 사비성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정이를 맞이한 건 누구였을까요? 궁금증은 책 속에서 찾으실 수 있어요.^^


각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에 대한 미움으로 시작된 주인공들의 관계가 단군으로부터 유래된 한 뿌리임을 내용에서도 자주 언급이 되면서 인물들이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져요. 적이 아닌 한 민족으로서 마음을 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안쓰러움이 담긴 행동들을 표현하며 어느새 서로에게 눈길이 가고 마음을 열게 되어요.


황룡사 9층탑, 첨성대 등 유적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에서는 유적지가 세워지기까지의 시대적인 배경과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역사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을 떠올려보기도 했어요.

역사도 이렇게 스토리가 있는 책으로 배운다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구나.

교과로 배우기 이전에 책으로 만나는 역사는 그냥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기만 합니다.


"역사가 남으면 영원히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정의 숙부가 위태로운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서책을 챙기면서 했던 말에서,

역사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알고 후세에 남겨야 할 소중한 유산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역사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던 저도 <왕경>을 읽는 몇일 동안 역사 속 시간여행을 하며,

같은 민족으로 치열하게 살아갔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가슴졸이는 시간이었어요.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삼국통일을 이루는 날 다시 함께할 수 있으리라 열린 결말을 기대해봅니다.

그때는 힘들게 살아왔던 젊은 날의 기억들을 내려놓고 통일된 나라에서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샘터 물방울서평단을 통해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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