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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ㅣ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평점 :
이 책은 2014 런던 도서전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고 아동문학의 밀리언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의 신작으로
서평을 통해 내용을 듣고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에요.
외동 여아를 키우다보니 아이가 성장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고 있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얼마전 영화로 보았던 '우아한 거짓말'은 정말 섬뜩했지요. 밝기만 하고 모범생인 내 아이가 친구에 의해 교묘하게 왕따가 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어요. 가족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아이의 고통을 눈치도 채지 못한 것이 무엇보다 힘들더군요. 누구보다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이런 현실을 고발하는 책을 미리 읽어두고 싶었어요.
아직 저학년인 딸아이와 같이 읽기에는 주제가 다소 무겁다보니 엄마 혼자 읽을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책이 배송되면 자기 책인지 알고 먼저 달려오는 딸아이에게 딱 걸렸네요.
표지와 제목을 보자마자 "구두에서 무슨 일이 생긴거야?" 하며 같이 읽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잠자리 독서로 몇일 동안 같이 이어 읽기를 했어요.
2/3 정도 읽을 무렵, 아이는 내용이 힘들었을까요. 그만 읽고 싶다고 하네요.
주경이와 친구들의 관계를 이해할 정도는 아니어도 그 힘든 마음고생이 느껴졌나 봅니다.
결론은 엄마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알려주기로 하고, 나머지를 읽기 시작했어요.
주경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반 친구를 주기적으로 돌려가며 따를 시키는 혜수파에 의해 지금 마음고생이 심한 때이지요.
혜수와 같은 영어학원을 갈 때면 어김없이 오는 혜수의 문자 "주경 M2!" 암호와도 같지만 M2 초콜릿을 사 오라는 거지요.
주경이가 원해서 사 오는 것처럼 교묘하게 상황을 만들어가는 혜수를 보면 참 섬뜩하더군요. 초등학교 4학년, 11살 아이들의 세상이 이렇게
치밀하고 주도면밀하다니 말이에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혜수파 눈에 거슬리지 않게 사는 주경이에요.
전학 온 명인이가 시험성적이 좋아 칭찬을 받자 혜수는 샘을 내지요.
주경이를 시켜 명인이의 구두 한짝을 밖으로 던지게끔 만든답니다.
제발 던지지마!, 읽으면서 바랬지만 혜수의 독촉에 던져버린 구두 한 짝.
표지의 그림은 바로 갈등하는 주경이가 눈을 질끈 감고 던지는 장면이었답니다.
자신을 괴롭혀 온 친구들의 행동을 떠올리는 주경이.
애들이랑 내 얘기를 하며 킥킥대고,
급식을 혼자 먹게 만들고,
신발에 물을 부어 두고,
말실수인 척하며 엄마 가게를 개죽집이라고 하고,
아빠 없는 애처럼 생겼다느니
머리를 툭툭 치며 무뇌아라고 놀리는 일.
더한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주경이는 그렇게 구두 한 짝을 던져버립니다.
곧바로 놀라 아래로 내려가지만 구두도 혜수도 보이지 않아요.
그때부터 마음을 졸이기 시작하는 주경이.
몇일 후 학교 담 모퉁이에서 개가 물어뜯고 있는 명인이의 구두를 발견하고 필사적으로 빼앗으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아요.
엄마 심부름으로 편찮으신 명인이 할머니에게 죽을 가져다 드린 날,
주경이는 그 구두가 돌아가신 명인이 엄마가 사 준 선물이라는 걸 알게 되지요.
자신이 할 잘못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깨달은 주경이는 우산도 놓고 명인이네 집을 빠져나와요.
감기로 몇일 쉬면서 주경이는 비로소 엄마에게 모든 걸 털어 놓아요.
엄마는 그동안 혜수에게 괴롭힘을 당한 주경이가 안쓰럽기만 합니다.
주경이는 쉬는 동안 전학갈 생각으로 네 통의 편지를 써요. 명인이에게 사과의 편지를, 정아와 우영에게 고마웠던 일에 대한 감사의 편지를,
선생님께 구두사건과 혜수에 대한 일을 고백하지요.
명인이는 주경이에게 사실 확인을 해요.
"나처럼 마음이 아팠냐고."
"미안해."
명인이의 아픔과 주경이의 미안함이 녹아드는 대화를 읽어주며 제 마음도 눈도 같이 울었습니다.
명인, 정아, 우영과 학예회 때 깜짝팀을 만들어 노래를 열창하는 주경이에요.
'외로운 나의 벗을 삼으니 축복받게 하소서'부분에서 자꾸 울음이 나오지만 기다려주는 친구들이 있어 끝까지 부를 힘이 생기지요.
주경이의 모습이 이제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평화로움을 찾은 듯이 환하게 웃고 있군요.
모든 일을 알게 된 선생님 앞에서 혜수는 장난이었다며 반성하는 듯 하지만 학원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주경이는 결심을 하지요.
'앞으로도 별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변한다고 해도 시간이 꽤나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달라지는 수밖에.'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른 주경이가 참 대견스러웠어요.
주경이의 마음이 담긴 황선미 작가의 심리 묘사와 대사가 하나 하나 와 닿아 내 아이의 속 마음을 듣는 듯이 콕콕 파고들었습니다.
신지수 작가의 그림은 비가 내렸다 개었다 하는 주경이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친구를 괴롭히는 이와 같은 행동이 정당하지 않음에도 여전히 자신보다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정말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요?
그냥 내 아이가 피해자가 아니길 바라는 소극적인 대처로는 해결되지 않을 문제이지요.
아이가 힘든 일을 당했을 때 힘이 될 수 있는 부모가 되는 일, 내 아이가 부당한 일에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