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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고블린 ㅣ 네버랜드 클래식 43
조지 맥도널드 지음, 제시 윌콕 스미스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나 사랑하는 네버랜드 클래식에서 <공주와 고블린> 신간 소식을 들고,
'세계 최초의 본격 어린이 판타지 문학'라는 문구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며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어요.
사실 저는 판타지는 그닥 즐기지는 않았는데요.
주현이를 기르면서 명작들을 읽어주고 영화를 보여주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니아 연대기, 쥬만지 등의 판타지물의 매력에 포옥 빠졌답니다.
<공주와 고블린> 얼핏 제목과 표지만 봐서는
공주와 괴물이야기?
그럼 왕자는 안 나오는건가?
하며 일반적인 공주시리즈의 정석을 떠올리다가,
판타지물인데 그렇게 평범할리가?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는 고전을 원전 그대로 싣다보니 꽤나 두툼한데요.
주현이는 표지를 보더니 흥미로운가 봅니다.
일단 엄마가 먼저 읽어보고 같이 읽기로 했어요.
두꺼운 책은 엄마가 먼저 내용을 이해해야 아이에게 읽어줄 때에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설명도 하면서 끝까지 읽힐 수가 있더군요.
258페이지의 두툼함과는 상관없이 어찌나 술술 읽히는지요.
판타지물이다보니 장면을 영화처럼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에 페이지를 자꾸만 넘기게 됩니다.
공주 아이린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쇠약한 왕비가 공주를 낳자 공주는 시골 별궁으로 옮겨와 유모 손에 자라게 되어요.
여덟살 공주는 어느날 궁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문을 발견해요.
그 문 속에서 물레질을 하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지요.
할머니는 공주가 이곳에 왔을 때 같이 왔다는 말을 하면서,
자신이 잣는 실은 공주를 위한 거라고 해요.
그리고 자신을 공주의 고조할머니라고 소개하지요.
하지만 공주가 보기에는 너무나 젊고 이쁜 할머니의 모습은 도저히 우리가 알고 있는 할머니와는 다르게 묘사되지요.
공주는 할머니의 존재를 믿고 안믿고의 마음에 따라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지요.
누구에게나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요.
그렇게 비둘기가 날라다 준 세상에서 가장 가늘면서도 질긴 거미줄로 실타래를 완성한 할머니는
반지 끝에 연결하고 공주를 지켜줄 거라고 반지를 공주에게 선물합니다.
위험에 처했을 때 반지를 침대 베개 밑에 넣어두고 실을 따라 가면 길을 찾을 것이라구요.
자다가 위험을 느낀 공주는 실을 따라 가게 되고,
그곳에 고블린에게 갇혀 있던 어린 광부 커디를 구출하지요.
고블린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나오는데요.
괴물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은 지상에서 세력다툼을 하다 쫓겨 지하로 내려간 종족이
오랜 세월동안 지하에서 살면서 변종이 된 경우라고 해요.
머리가 단단하고 발가락이 없어 발이 취약점인 고블린.
그들은 자신들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에게 큰 반감을 가지고 있고,
공주를 납치해 왕자의 부인으로 맞이함으로써 자신들의 평화를 모색하지요.
이 계획을 몰래 엿듣고 쫓던 커디가 잡혀서 돌무더기에 갇혀 있던 걸 공주가 구해준 거지요.
하지만 커디는 공주의 말을 전혀 믿을 수가 없어요.
누구든 공주의 말만 듣고 존재하지 않는 실이나 할머니를 믿기는 어렵지요.
커디를 데리고 할머니를 찾아가지만 역시나 존재를 믿는 공주 눈에만 보이는군요.
커디가 자신의 말을 안 믿자 속상해하는 공주에게 할머니는 조언을 해 주시지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믿고 싶은 만큼만 믿기 마련이지.
더 많이 믿는 사람들이 더 적게 믿는 사람들을 비난해선 안돼."
"커디도 달라질 테니 어디 두고 보렴.
그때까지 잠시 오해를 받는 정도는 네가 감수해야 한다.
사람들은 다들 이해받고 싶어 하잖니.
그런 만큼 오해를 받게 되면 몹시 힘들어하고.
하지만 남들에게 이해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단다.
남을 이해하는 것."
공주가 거짓말을 한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커디에게 커디의 엄마도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군요.
"네가 이해하지 못하니까 믿지도 못하는 거지.
만일 네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공주님의 얘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었겠지.
모든 정황을 다 알게 될 때까지는 함부로 거짓말이니 뭐니 하진 말아야 한다."
내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상황에 맞게 전달해주는 삶의 소중한 가치가 와 닿아요.
주현이도 나중에 이야기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오겠지요.
커디는 공주가 걱정되어 고블린의 계략을 궁을 지키는 경비병들에게 알리지만
다들 말도 안된다며 무시하지요.
경비병들이 고블린으로 오해하고 쏜 화살에 부상을 당한 커디는 궁에 갇혀 있다가,
할머니가 나타나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경험을 하죠.
이어서 궁은 공격을 받아 아수라장이 되고,
커디는 갑자기 나타난 실을 따라가 자신의 집으로 이미 피신해 있는 공주를 만나게 됩니다.
공주 역시 공격 전에 실의 도움으로 궁을 빠져나간 거지요.
위험이 나타날 때마다 미리 경고하고 도움을 주는 할머니와 실과 등불.
참으로 신비로운 매개입니다.
고블린은 1차 계획이 실패하자 2차 계획을 실행에 옮겨요.
바로 갱에 홍수를 일으키는 거였는데 이 또한 커디의 빠른 판단으로 갱으로 통하는 구멍을 막아 피하게 되지요.
하지만 궁으로 연결된 구멍으로 물이 쏟아지면서 궁에 홍수 피해가 오지요.
홍수가 날 조짐을 한 발 앞서 소리로 알아낸 공주와 2차 계획을 알고 있던 커디의 말을 믿고,
왕은 모든 이들을 이끌고 대피하지요.
오히려 고블린들의 동굴이 물에 잠겨 그들의 왕궁은 사라지게 됩니다.
남은 고블린은 지상으로 올라와 순해졌으며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천천히 돌아왔다고 해요.
작가의 멘트가 초반, 후반에 이야기 속에 언급되는데요.
공주, 할머니, 왕자에 대해서는 기존의 이들과는 다른 인물임을 강조하지요.
그렇고 그런 인물이 아님을요.
정말 읽다보니 강인하지만 예의바른 공주와
공주를 위해 모든 위험을 내다보고 도움을 주는 할머니,
왕자는 아니지만 공주를 위해 위험할 때 도움을 주는 영리한 커디.
그리고 후반부에 그 둘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이상 풀어나가지는 않지만,
해피 엔딩일 거라는 예측까지 가능하게 하지요.
<공주와 고블린>은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었어요.
고블린과의 싸움에서 팽팽한 긴장감,
공주와 할머니의 만남부터 서로에 대한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
왕의 공주에 대한 무한 사랑,
그리고 화목한 가정의 커디와 부모님의 서로에 대한 믿음까지.
아이린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평화라고 해요.
결국 평화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린이 같은 이름을 가진 고조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땅 위와 땅속 왕국 간에 대통합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조지 맥도널드는 "나는 어린이가 아니라, 어린이 같은 모든 사람을 위해 쓴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평화, 화합, 용기, 배려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기에 더욱 기억에 남을 고전입니다.
나니아 연대기, 쥬만지와 같이 앞으로 영화로 만나게 될 거 같은 예감이 드는
멋진 판타지 문학 <공주와 고블린>이었어요.
이제 아이랑 다시 한번 같이 읽기를 하려고 합니다.
초등2학년인 아이와 읽기에는 글이 긴 거 말고는 크게 어렵게 읽혀지지 않을 거 같군요.
32장을 나눠 읽기를 하다보면,
너무 재미나서 어느날은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여러 장을 읽을 거 같군요.
엄마가 말해주고 싶은 삶의 소중한 가치도 전달하면서
판타지 문학 <공주와 고블린>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렵니다.
[ 시공주니어북클럽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