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머나먼 곳 생각하는 숲 15
모리스 샌닥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공주니어 생각하는 숲] 시리즈는 주현이와 생각나누기를 할 수 있는 어린이 철학 책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는 책이다.

주현이 손이 자주 가는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생각하는 숲] 시리즈이다.


이번에 신간 [시공주니어 생각하는 숲 15]로 만나게 된 책.

모리스 샌닥의 <아주 머나먼 곳>


모리스 샌닥을 알게 된 건 주현이 네살 무렵 들인 시공주니어 칼데콧 수상집이였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는 어린 주현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복읽기를 거의 하지 않는 주현이가 또 또 읽어달라하여 엄마도 폭 빠지게 된 이야기다.

그 후에도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영화개봉을 하여 반가운 마음에 찾아보며 즐거워했지.


표지 속 거울에 비친 아이가 제목과 같이 정말 '아주 머나먼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옆에 놓인 여행가방과 모자, 옷차림, 그리고 열린 창문까지 암시를 주고 있는 듯하다.


읽어주는 내내 모리스 샌닥의 전작들이 오버랩되었다.

그냥 내 느낌이었나 싶어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엄마에게 혼난 후 맥스가 머나먼 곳인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떠나는 설정이다.


엄마가 아기를 씻기느라 바빠 마틴의 질문에 답해 주지 못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이 입장에서는 마틴과 같이 엄마의 무관심도 꾸중 못지 않게 상처가 되는 상황일터이다.


이처럼 일상 속 사소한 부딪침으로 아이들은 피난처를 꿈꾸는구나.

이를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아주 머나먼 곳>에서 잘 대변해주고 있다.


바로 짐을 챙기는 심술난 마틴의 표정이 엄마에게 다소곳이 물어보던 착한 표정과 상반되어 마음을 표현해 주고 있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아주 머나먼 곳'을 찾아 길을 나선 마틴은 늙은 말, 참새, 고양이를 차례로 만나 그들도 아주 머나먼 곳을 그리워함을 알게 된다.

각자 생각하는 '아주 머나먼 곳'에 대한 해석이 다 다름은 인식하지 못한 채, 목적지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급 친해진다.


말 : 말들이 꿈꾸는 곳

참새 :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곳

고양이 : 하루 종일 노래해도 뭐라고 하지 않는 곳

마틴 : 누군가 내 질문에 대답해 주는 곳


그리고 고양이가 제안하는 '아주 머나먼 곳'이 자기들이 그리던 그곳이라고 믿고 따라가는데...
고양이를 따라 들어간 곳은 모퉁이에서 두 번째 창문이 있는 지하실.

이들이 강조하는 '아주'의 의미와는 상반된다. '아주 머나먼 곳'이 아닌 '아주 가까운 곳'인데^^


기어 들어간 그곳에서 그들은 각자가 그리던 '아주 머나먼 곳'에 도착한 듯 바람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마틴 : 온갖 질문을 하기 시작

참새 : 자기가 태어난 곳의 사람들이 얼마나 고상한지 이야기 함

말 : 눈을 감고 사과나무 위로 펄쩍 뛰고 파란 풀숲에 누우면 풀이 담요처럼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꿈 꾸기

고양이 : 햇빛과 새끼 고양이에 대한 즐거운 노래 부르기

그렇게 한 시간 반 동안 아주 행복한 친구들이다.


하지만 각자의 바람이 너무나 달라 분쟁이 일어난다.

마틴이 질문이 너무 많아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 고양이.

노래를 하지 말고 질문에 답만 해 달라는 마틴.

너무 시끄러워 꿈을 꿀 수 없다는 말.

친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전혀 고상하지 않다는 참새.


어찌보면 예정되어 있던 파국이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아주 머나먼 곳'에 대한 생각이 달랐고,

찾아간 그 곳은 그들이 꿈꿨던 곳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결국 하나 둘 자리를 떠나고 마지막으로 마틴도 나온다.


"엄마가 아기를 다 씻겼을지도 몰라."

"아직 목욕이 안 끝났으면 계단에 앉아 자동차들을 세면서 기다려야지."

"그다음에 엄마가 나한테 말해 줄 거야.

고상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왜 말들은 꿈을 꾸고,

고양이들은 노래할 줄도 모르면서 늘 노래하는지 말이야."

마틴은 집까지 줄곧 뛰어갔답니다.


집 = 아주 머나먼 곳

이라는 답이 자연스레 나온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아주 머나먼 곳'을 떠올리게 한 단서를 찾아보았다.
 
맥스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그 때 머나먼 세계 저편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어.

찾았다~~^^

머나먼 세계 저편 = 집 = 아주 머나먼 곳


마틴이 돌아옴에 안심하면서도 책망하는 주현이다.
"엄마가 답해줄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지 뭐하러 나갔어?"
생각해보면 주현이도 끊임없이 먼길을 떠나곤 했는데 다 잊은 모양이다.ㅎㅎ
 혼나면 옷장 속에 숨어 있고 어는새 웃으며 돌아 오곤 했었는데...
좀 커서는 엄마한테 꾸중 들으면 바로 피아노로 가서 쾅쾅쾅 화풀이를 하기도 하고 금새 엄마에게 돌아왔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자기 생각이 커지자 일기나 말로 엄마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도 하니.
아이의 성장과정에 따라 '아주 머나먼 곳'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달라지나보다.

어찌보면 모리스 샌닥의 이야기 속 아이들은 아직 미숙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주 머나먼 곳으로 떠니는 건 아닐까.
그곳에서 만나는 괴물들, 동물 친구들과의 문제를 통해 자신의 답을 찾고 한뼘씩 성장해 부모 옆으로 어느새 돌아오는 건 아닐까.
아이들 시각에선 나도 그랬지 위안받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난 언제든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까지 주는게 아닐까.
아이들은 그렇게 시나브로 성장함을 들려주고 있다.


모리스 샌닥의 이야기 구조는 아이들의 마음 속 상처를 공감하기부터 시작되어 아이의 이유있는 반항을 이해할 수 있어 좋다.

뭐든 마음대로 결정하고 권력자로 보이는 어른,

그들에게 굴복하기 싫은 마음과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하는 모습,

그리고 해결책을 가지고 달려오는 모습까지.

아이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통해 아이는 대리만족을 엄마는 아이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을 인을 세번 새기다 한번 화를 냈다고 자기변명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선 웬 날벼락인가 하는 표정이다.

그때 아이들은 '아주 머나먼 곳'으로 떠날 것이다.


이제 아이의 눈을 보고 조용히 말해주자.

지금 엄마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엄마가 너의 질문에 답을 못해주는 이유를.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좀 더 자라면 '아주 머나먼 곳'에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순간 겁이 난다.

사춘기가 되어서도 언제나 돌아올 수 있도록 '아주 머나먼 곳'이 너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집'이라는 것을 기억하도록 해 주자.

우리에겐 더 많은 속마음을 말해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임을 기억하자!


[시공주니어북카페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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