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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 수술 보고서 ㅣ 시공 청소년 문학 56
송미경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광인? 수술?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누가 광인이며 또 어떤 수술을 해서 정상인이 된다는건지 듣도 보도 못한 소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광인 말기 판정을 받은 환자 이연희가 집도의인 김광호에 의해 수술되어지는 과정을 보고서 형식을 빌어 객관적인 시각에서 써 내려가고 있다. 주관적으로 이야기가 흐를 때면 각주를 달아 김광호가 객관성을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수술대를 하얗고 동그랗고 차가운 책상으로 설정하면서 광인의 원인이 학교, 곧 교실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어지는 수술 과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술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가 되어 한참을 읽으면서도 글의 의미가 무언지를 찾는라 애를 썼다.
수술은 이연희가 입었던 더플코트의 박음질을 풀고 초록색 스웨터의 올을 풀고 뇌의 주름에 있는 기억들을 지우는 과정에서 이연희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상처를 인정하고 비로소 용기를 내어 온몸을 감쌌던 핏줄을 스스로 끊어낸다.
이연희가 다시 깨어났을 땐 빨간 실뭉치는 다시 초록색스웨터로 스스로 잘랐던 머리는 자라있어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옴으로써 상처가 치유되었음에 안도하게 된다.
하지만 이연희 본인이 왜 광인이 되었는지를 중간중간 풀어내면서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또한 담담하게 얘기하면서 연희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었다.
심한 곱슬머리 때문에 절친 세린이를 주축으로 푸들이라 불리며 집단따돌림을 받고 개짖는 소리와 기어 다니라는 요구에 머리카락을 스스로 잘라 위기를 극복하려 몸부림쳤던 연희의 모습을 보며 현재 왕따의 심각함에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를 목격하고도 외면한 선생님과 전학생이 와서 고발한 후에도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며 묵인하는 선생님의 태도에 비겁한 어른들의 시선이 묻어나 마음이 아팠다.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 광인의 길을 택한 연희와 같은 피해자들이 갈 곳이 어디일까.
비겁하지도 외면하지도 그렇다고 그들에게 복수하지도 않고 스스로 광인이 되었다가 수술을 통해 극복한 이연희의 용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녀를 광인으로 만들었던 집단 속에 숨은 나약한 존재들이야말로 광기에 휘말린건 아닐까? 이 시대에 바닥으로 떨어진 도덕성을 회복하고 더불어 사는 참된 가치를 교육해야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임을 자각하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접한 책이, 내 아이들의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면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수술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청소년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저자 송미경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글로 위로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부모로 선생님으로 함께하는 우리 또한 어떤 위로로 그들을 감쌀지 고민해볼 부분이다.
연희가 스스로를 옭아매었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보며, 옆에서 누군가 의지하고 힘이 되어줄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 힘든 시기를 헤쳐 나올 수 있음에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오늘날 청소년에게 필요한 이는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봐주는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같은 시기에 서로 의지하는 친구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광인이 되지 않는 시대에서 아이들 모두 정상인으로 행복을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