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 - 옆에 있어 서로서로 고마운 교실 이야기
오은주 지음 / 라온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학교 선생님은 가까이 하기엔 참 어려운 분이다.내 아이를 맡아주셨고, 누구보다 내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시는 분이라 상담을 통해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을 들을 때면 선생님의 능력이 놀랍기까지 하다. 점점 집보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딸아이를 보면 어찌보면 부모보다 더 아이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게 당연하지 싶다.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고 싶은 분이기에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을 통해 선생님께 한발 다가가 보았다.
 
국어 선생님으로서 국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기르고자 노력하는 모습들에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다.
틀에 박힌 딱딱한 수업보다는 놀이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국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다. 조별로 김밥 재료를 준비해서 김밥을 말고 발표하는 수업부터 낙엽 다섯 개씩 주워와서 교탁 주위에 뿌리고 하는 시 외우기 콘서트를 꾸준히 시행하고 있으시다. 기타 동아리를 이끌며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도 다니시고, 크리스마스 축제 UCC 동영상을 찍어 아이들과 추억을 함께 하고.
이런 창의적인 놀이 수업을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재미날까. 오래도록 국어 시간이 기억에 남겠구나. 참 좋은 선생님을 만나 행복한 순간을 함께 했구나.


중2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항간에는 우스개 보리로 북한이 못 쳐들어오는 것이 중2가 무서워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만큼 반항적이고 사춘기의 극에 달한 중2. 그들을 교사생활 20년 중 15년을 지켜보았다는 오은주 선생님의 소개글만 보아도 힘이 느껴졌다. 가까이서 본 중2는 정말 그렇게 소문대로 무서운 아이들일까? 정말 우리 때처럼 순수하고 여린 아이들의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까? 그들의 학교 생활은 얼마나 치열할까? 모든게 궁금하기만 했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동안 너무 소문에만, 그것도 안 좋은 소문만 들었던 건 아닌가, 과도하게 걱정거리를 안고 내 아이와 주위의 사춘기 아이들을 바라본 건 아니었나 싶었다.

선생님은 가까이서 봐 온 아이들이 얼마나 순수한지, 선생님의 한 마디로도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습들을 일지를 쓰듯이 아이마다 기록하여 읊어주고 있다. 그 기록의 순간들은 스승과 제자의 정으로 찡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순수한 제자의 모습에 감동하는 선생님의 사람내음에 훈훈하기도 하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갓 태어난 아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으로 새로 태어나는 중이다. 그러니 예전에 말 잘 듣고 애교 부리던 어린아이의 모습은 잊어버려야 할 것 같다. 대신 새로운 모습을 존중하고 좋은 방향으로 자라도록 그 옛날처럼 손도 잡아주고 걸음마도 가르쳐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선생님 말씀대로 사춘기는 어른으로 가기 위한 축하할 성장 단계이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막상 닥치는 아이의 반항에 당황하고 기싸움을 하느라 정신적인 소모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갓 태어난 아이와 같이 사랑으로 다시 보듬어야 할 시기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선생님과 함께 한 아이들은 우리 때 사춘기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예민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게 반항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나만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빛을 내는 아이도 있고, 어릴 때부터 학원에 의지하다보니 스스로 학습이 안되고 부모의 뜻대로 움직여 놀 줄 모르는 안타까운 아이, 공부에는 소질은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소설을 쓰고 인정받는 아이까지 다양하다.

자신의 딸을 키움에 있어서도 스스로 학습을 습관들여 자기의 꿈을 찾고 노력하는 자세를 중요하게 여기는 선생님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와 닿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꼭 아이의 담임으로부터 내 아이를 위한 지침을 듣는 듯하다.

- 공부를 하면서도 인내와 노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워야 한다.
- 철없던 아이도 눈 깜짝할 새 어른이 되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해나간다.
- 아이에게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직업에 대한 탐색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해서 의욕 없는 아이로 만들지 말고 때로는 엉뚱한 일도 도전해보게 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우리의 과제가 될 것 같다.
- 중학생 아이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 춤을 잘 추든, 노래를 잘하든, 진행을 잘하든, 피구를 잘하든 뭔가 하나는 잘해서 그것으로 인정받은 아이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무언가를 위해서 성실하게 연습하는 자세도 배울 수 있다. 성공의 경험은 어느 날, 공부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오면, 공부하는 자세로 이어질 것이다. 또 앞으로 어떤 날, 삶의 목표가 결정되는 날이 온다면, 꾸준히 연습하는 인내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 아이들이 무수히 실패를 겪고 자랄 수 있도록 기다리는 부모님은 몇이나 계실까? 실패도 성장 일부라고 믿고 어떤 성과를 스스로 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부모님,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 행복은 오랜 기다림 후에 자기가 원했던 일을 이루었을 때 오는 법임을, 이 시대 부모님께서 꼭 아셔야 할 진리이다.

아이를 키움에 있어 절대적인 진리는 '아이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기'임을 다시금 새긴다.

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격려해주기가 더해지면 되는 것을, 너무나 많은 걸 해 주려고 부단히도 애쓰고 힘들어한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함을 즐기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는 데 더 힘써야 함을 말이다.


오은주 선생님은 자신의 이야기, 학교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학생과 학부모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싣고 있다.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믿고 따르는 부모님들 이야기 속에서 나의 학창시절을, 내 아이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이 더 내게 다가온 것은 정말 내 아이의 선생님으로 맞이하고 싶은 분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단호하지만 가슴 따뜻한, 항상 아이의 마음을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선생님.

모든 선생님들의 마음이 이와 같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모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으로 교실이 가득 채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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