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어른이 되어감을 실감하며 감사하면서도 육아가 쉽지만은 않았다. 아이의 성장 단계별로 매번 고비가 왔고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자괴감에 사로잡히기도 여러 번. 그때마다 힘이 되어 준 건 나와 같이 힘든 시기를 겪는 엄마들의 체험담을 담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전문가들의 육아서였다. 다 같이 한 배를 탔다는 동지애로 든든함을 느껴 힘을 얻었지만, 딱히 해결점을 찾기는 쉽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해결된다는,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밝은 세상이 오리라는 기대감만으로 버티다보니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위태위태한 상황이라고나 할까.

9년 째 아이를 키우며 유아 때 문제는 그래도 잘 넘어갔다쳐도 작년부터 초등학교 생활이 추가되고 앞으로 닥칠 사춘기까지 상황이 그리 녹녹치는 않은 현실이다.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아이를 키우며 제일 많이 되내이던 말 "왜 부모되는 법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거야?"

그렇다. 아이를 낳으면 그냥 키우던 과거 세대와는 달리 부모가 해야 할 일이 하나부터 열까지 끝이 없다.

매번 아이 성장 주기에 맞춰 부모가 알고 있어야 하는 방대한 지식들이며 현명함까지.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기에는 한도 끝도 없어 지치는게 아닌가 싶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가 않다.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부부애는 동지애가 된지 오래되었고 아이가 성장한 이후 부부만의 삶은 또 어떻게 꾸려갈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나와 아이,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부모로 산다는 것>을 펼쳤다.

  

저자 제니퍼 시니어는 프리스턴 대학교 인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뉴욕 매거진」에서 20년 이상 정치와 사회 분야의 굵직굵직한 인물기사와 커버스토리를 다뤘다.

저자는 역사,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조사와 실험들,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과거 세대와 전혀 다른 아이들의 출현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다. 그리고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족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부해나간다고 하니 '부모'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도 이 책은 육아서가 아님을, 이 책은 아이에 대한 책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435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시행했던 부모 역할에 대해 되짚어 보며 안도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며 또한 위로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닥칠 거대한 사춘기라는 풍랑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어 안도감마저 들었다.

부모로 산다는 건, 내가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자연스레 되는 것이 아님을 사회과학적이 측면에서 이해를 할 수 있는 진정한 부모되기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휘리릭 읽고 "맞아. 이 시기에는 그랬지."하고 단순히 공감하고 넘어갈 책도 아니다. 아이를 키우며 같이 성장하는 부모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보니 부모로서 맞이하는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지침이 되는 글들이 너무나 많다.

앞으로 사춘기를 맞이할 딸 아이를 바라보니, 사실은 겁이 나기도 한다. 나는 아이와 같이 사춘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까? 이미 겪은 선배맘들의 가감없는 경험담과 사춘기의 특성을 바로 알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임신과 수면 부족이 미치는 영향, 왜 아이가 부모를 미치게 만드는지를 설명하는 생물학적 토대들, 아이와의 행복한 기억이 덧없이 사라져버리는 이유, 결혼생활의 변화들, 일과 양육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들, 가사분담에 대한 남녀의 생각 차이, 과잉양육시대 부모의 역할 변화, 싱글맘의 고민,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충격적 심리 변화, 아이들과의 생활과 대화를 통해 부모가 새롭게 배우는 것 등 수많은 변곡점과 갈등의 요인들을 분석한다.

오늘날의 부모들이 왜 그렇게 힘든지를 보여주는 여러 연구 결과들을 수록하여 타당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두 살배기 아이를 둔 엄마는 평균적으로 3분에 한 번씩 어떤 명령을 내리거나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60퍼센트만 복종한다는 연구, 집에 있던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가 여전히 자식을 데리고 있는 부모에 비해서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 짜증은 늘고 자제력은 낮아질 뿐 아니라 다른 유혹에 굴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 아이의 출생과 더불어 부부의 잠자리 횟수는 1/3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평균적으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뚜렷하게 내리막으로 치닫는다는 여러 보고들, 돈∙일∙친척∙친구∙섹스 등 어떤 것보다 아이가 부부싸움의 주요인이라는 연구 등은 아이가 부모의 삶을 어떻게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준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미국에서도 육아에 있어서는 아빠의 기여도가 35퍼센트에 불과하여, 엄마들의 불만지수가 높음에 놀랐다. 가부장제도가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오죽하겠는가.  

결혼을 하고서야 집안 일에 조금씩 기여를 하기 시작한 오늘 날의 젊은 아빠들은 아이를 키움에 있어서도 나름 적극성을 띄고 참여를 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엄마 입장에서는 부족하기 그지 없다.

  

하루종일 아이와 있으며 진을 뗀 상태여도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은 일단 자기부터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당연히 갖구 있으니 육아에 지친 엄마는 기댈 곳이 없고, 그렇게 부부관계 또한 서로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미국의 중산층을 기준으로 인터뷰를 하고 수록한 내용들은 현 대한민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놀랐다.
전 세계가 미래의 불확실성에 몰려 아이를 미래에 필요한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이 아이들이 맞이할 미래라는 것은 어떤 건지도 모른채, 부모도 아이도 너무 힘든 현실을 사는 건 아닌지.
결국 답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냥 그대로 두어도 잘 되리라는 것이다. 알면서도 가만 있기 힘든 현실이 더 어려운건 아닐지.
지금도 방과 후 수업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는 이유도 나 또한 아이를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씁쓸해진다.

 

책 속으로

 

 

이 책은 아이에 대한 책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책이다. 『첫 임신 출산에 관한 모든 것이 임신에 따른 변화를 알기 쉽게 설명하겠지만, 당신의 아이가 세 살, 아홉 살 혹은 열다섯 살일 때 당신이 이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그렇다. 당신의 아이가 당신 부부의 결혼생활이 나아갈 방향, 당신의 직업, 당신의 친구, 당신의 야망, 당신의 내면의 자아를 자기 마음대로 비틀 때 당신은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 p.21-22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어린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그리고 가족경제를 지탱하는 부담은 오로지 부모만 지게 되었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하고 먹였으며 아이는 이제 돈 먹는 하마가 되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인간관계 균형이 무너졌다. 아이들은 이제 일을 하지 않았고 부모들은 두 배로 일을 했다. 아이들은 손아랫사람에서 손윗사람으로 바뀌었다. - p.19 

 

5장에서는 사춘기를 다루는데, 이 시기가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모가 오랜 세월 보호하고 돌보았던 아이들은 이제 자기들만의 독특한 생물학적 변태 과정을 통해 성인으로 변모하면서 부모와 함께 생활한다. 그러나 이 어색한 조정 상황을 다룬 글은 거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를 통과하는 바로 이 시기에 부모는 폐경이나 퇴직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런 공백은 특히나 더 놀랍다. - p.23

 

아이를 키우는 일은 현재의 자기를 있게 하는 데 엄청나게 크고 많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을 수도 있다.  - P.24​

 

부모에게 가장 절실히 스스로를 비판하는 마음이 들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사춘기 아이들이다. 아이가 우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우리가 과연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 그리고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도 사춘기 아이들이다. 우리로 하여금 부모로서 내렸던 여러 결정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과연 우리가 부모 역할을 잘했는지 성찰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사춘기 아이들이다. - p.368

  

바로 이 점이 핵심이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온갖 실수를 하지만, 저마다의 버릇과 눈높이로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 깊은 생각을 하고 성취를 이뤄 내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 p.383

  

부모 노릇이라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엄마 아빠가 된다는 것은 우리의 본질과 관련된 것이다.  - p.391

기쁨과 같은 감정은 우리의 기본을 드높이는 만큼 우리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의무와 같은 다른 것들은 우리 삶에 배경으로 소리 없이 흐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더 힘들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전반적인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어 주며,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보다 많이 공명하도록 해 준다. - p.395

 

 

우리는 우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 즉 우리의 어린아이들을 우리와 묶어서 하나가 된다. 그리고 이 아이를 돌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더 이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고, 기쁨을 느끼는 방법을 점점 더 익히고, 그 아이들에게 점점 더 놀란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가장 순수한 차원의 ‘선물의 사랑’이다. 이 사랑은 아무리 큰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마치 기적처럼 찾아온다. 찾기만 한다면. - p.435

 

 

책 속의 내용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자 일부를 수록한다.

이 부분만 보아도 절대 공감할 내용이 가득할 것이며, 이를 계기로 <부모로 산다는 것>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리라 믿는다.

 

부모가 됨으로서 우리가 얻는 것은 부모되기를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는 우리의 모습이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실로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관심 밖의 분야에도 폭넓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사회적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임은 분명하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 역할을 수행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선물의 사랑을 얻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내 아이의 부모됨을 즐기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이렇게 방대한 조사와 연구결과를 토대로 객관적은 자료로서 부모에 대해 알려준 저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세상에 부모로 살아가고 있고, 예비 부모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