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의 아이들 네버랜드 클래식 42
에디스 네스빗 지음, 찰스 에드먼드 브록 그림, 정미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네버랜드 클래식 문고는 명작 읽기를 한참 하던 몇 년 전부터 눈여겨보았었다. 작년에 한참 고전읽기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원전에 가장 가깝다는 평을 듣는 네버랜드 클래식에 더 눈길이 갔다. 저학년이 읽기에는 상당히 두툼한 책이 대부분인지라 선뜻 구입하지 못하다가 엄마부터 다시금 고전 읽기를 해 볼 마음으로 작년 말에 들이게 된 우리 모녀를 위한 고전이다.

주현이가 제일 먼저 고른 책은 <세라 이야기>. 이미 어린이 명작 시리즈를 통해 소공녀를 여러 편 접한지라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네버랜드 클래식의 원전을 읽는 것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다. 세밀하게 묘사된 문구 덕분에 세라에 대한 소개만도 한참을 읽어야 하니 두꺼운 책에 익숙치 않은 주현이에게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 싶었지만, 매일 30분씩 읽어주기를 일주일 넘게 진행했다.
어차피 주현이에게 바로 읽힐 생각으로 들인 고전이 아니다보니 엄마의 올해 목표로 전권 다 읽기를 잡고 먼저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엄마 역시 두꺼운 책 읽기에는 익숙치 않은지라 짬짬이 읽다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게 되어 1시간씩 집중 읽기를 해야지만 속도도 나고 이해도 훨씬 수월함을 느꼈다. 
신간으로 접하게 된 <네버랜드 클래식 42. 기찻길의 아이들>부터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읽어보았다.

역시나 318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다.
주현이는 제목만 봐도 감이 오는 건지, 휘리릭 그림을 넘겨보며 감동적인 책이냐고 묻는다.
"글쎄, 엄마도 처음 접하는 책이라 잘 모르겠구나. 읽어보고 감동을 전해줄께~~"
 
사춘기 때 명작에 빠졌던 엄마에게도 생소한 <기찻길의 아이들>이다.
좋아하는 책만 반복해서 본 지라 내가 놓쳤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가 에디스 네스빗의 이력을 보니 반가운 <모래 요정과 다섯 아이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머나, 이 책을 쓴 작가였구나 알자 어찌나 반갑던지. 그렇다면 분명 모험과 용기가 가득한 내용이리라.

부족한 것 없이 살았던 로버타, 피터, 필리스 삼 남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들의 방문 이후로 모든게 변하게 된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갑자기 한적한 시골로 쫓기듯 이사를 하게 된다.
처음 기차를 타고 이사오는 날.
 
"아이들은 앞으로 기차를 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 될지 그 순간엔 미처 몰랐다. 앞으로 기찻길을 얼마나 사랑하게 될지도, 기찻길이 곧 새로운 삶의 중심이 되리라는 것도 상상하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이런 복선을 중간중간 배치하여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도록 하고 있다. 고전읽기를 처음 하는 아이들이라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조금만 더 더 읽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사려깊고 의젓한 큰딸 로버타, 생기 넘치는 개구쟁이 피터, 순수하고 엉뚱한 막내 필리스는 이사 온 곳의 환경이 이전과 달라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시골 생활에 적응해가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한 것은 그들을 처음으로 맞이해 준 기찻길을 보러가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어떤 기차가 몇 시에 지나가는지 알게 되면서 9시 15분 상행선을 '초록용'이라고 부르며 아빠가 계신 곳으로 가서 그들의 사랑을 전해 달라는 의미로 손수건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차 승객 중 노신사가 이들에게 반응을 해 주면서 매일 인사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된다. 

그동안 편하게 살았던 엄마는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글을 쓰게 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다 앓아 눕게 되고 병간호에 필요한 먹을 거리마저 사기에 넉넉치 않은 형편이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도움을 받을 곳이 없던터라 로버타는 노신사에게 정중히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전달하고 노신사는 흔쾌히 호의를 베풀어주어 엄마의 병은 곧 호전된다.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묘안을 짜 내고 실행에 옮기는 로버타의 용기가 참으로 대견한 부분이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생각하고 순서대로 진행하는 모습은 지혜롭기 그지없다. 
 
친구가 된 짐꾼 퍽스가 평생을 생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걸렸던 아이들은 몰래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마을 사람들의 정성어린 선물을 모아 전달하는데 퍽스는 동정이라 생각하여 오해가 커지지만, 곧 로버타가 전해주시는 메시지를 들으며 눈 녹듯 마음이 열리게 된다. 마음은 있지만 선뜻 호의를 베풀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사실은 알고 보면 이리도 따뜻하고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은 있어도 이목 때문에 주춤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부분이었다. 아이들처럼 순수한 마음 그대로 가감없이 전한다면 오해가 있더라고 풀면서 해결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아이들에게 베운다.

기차역에서 길을 잃은 러시아 작가를 집으로 데리고 가 간호해 주고 노신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결국에는 가족까지 찾게 해 주고, 다리 다친 소년을 터널에서 구해 집으로 데려와 간호도 해 주는데 우연히도 소년의 할아버지는 노신사라는 설정도 흥미진진하다.

그렇게 아이들은 기차역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가면서 먼저 다가가 진심어른 마음을 보여주고 이에 어른들도 동화되어 가는 모습은 에피소드마다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어느 날, 돌과 흙덩이들이 기찻길로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 아이들이 느끼는대로 묘사한 부분은 실제 눈 앞에서 일어나는 사건처럼 생생하기까지 하다.
"정말로 마법 같았다. 건너편 둑의 약 18미터 안쪽에 있는 모든 나무들이 기찻길 쪽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맨 뒤에서 밀려 내려가는 회색 잎이 달린 나무는 마치 초록색 양 떼를 몰고 가는 늙은 양치기 같았다." - 본문 중에서
 
바로 도착하는 기차를 멈추기 위해 기지를 발휘한 아이들.
로버타와 필리스는 붉은 색 속치마를 벗어 깃발을 만들어 기차에 위험함을 알리는데. 바로 눈 앞에 기차가 거세게 들이닥쳐도 굴하지 않고 미친 듯이 깃발을 흔드는 로버타 덕분에 기차는 멈추고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며 삼 남매는 마을의 영웅이 된다.
어른도 하기 힘든 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여기고 무서움도 이기고 실행하는 아이들의 용기는 사건마다 더 빛을 발한다.
 
슬퍼하는 엄마를 배려해 아버지에 대한 일을 절대 물어보지도 않은 속 깊은 로버타는 우연히 지난 신문 속에서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은 것을 알게 된다.
인연이 깊어진 노신사에 로버타는 아버지의 억울함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오랜만에 초록용에게 손을 흔들러 나간 아이들에게 노신사 뿐 아니라 승객들이 힘차게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견하게 해 준다. 

집에 가는 길마다 마주친 마을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은 예감을 느낀 로버타는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기차역을 향해 달려가고...
그렇게 기다리던 아빠를 마주하게 된다. 아빠를 외치는 로버타를 보니 이제야 비로소 열두 살 아이다운 모습을 되찾은 듯하다. 그동안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해 동생들을 보살피고 배려하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던 로버타를 대견해하는 아빠의 대화가 너무나 따스하다.
그렇게 둘은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향하며, 앞으로 이들에게 또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감을 준다.

그렇다고 삼 남매가 항상 사이가 좋은 건 아니었다.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잘못이 있으면 진심으로 사과하며 마음을 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인간 관계를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누구나 살다보면 잘못을 하는데, 왜 어른이 되면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건지. 아이다운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어른들의 세상도 훈훈한 일만 가득할텐데 말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들 앞에서는 슬픈 내색 없이 항상 밝은 모습으로 대해 주는 삼 남매의 엄마를 보며, 엄마의 힘은 정말 위대하구나 싶었다. 생일을 맞은 아이를 위해 시를 지어주고, 아이들이 옳은 일을 할 때에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조언을 해 주며, 항상 마음만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다정하며 지혜로운 엄마의 모습이다. 또한 지금 처한 현실이 누굴 도와줄 여력이 되지 않음에도 발벗고 나서서 길잃은 러시아인을 도와주고 터널에서 다친 소년을 간호하는 일을 맡는 등 솔선수범하는 엄마를 통해 아이들은 이렇게 바르게 성장하는구나 싶다.
 
읽는 내내 갑자기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삼 남매가 똘똘 뭉쳐 새로운 환경을 마치 모험을 즐기듯히 헤쳐나가는 모습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어떤 문제든 이 셋이 나서면 해결되지 않을 일이 없고, 결말은 언제나 훈훈한 감동을 더하였다.
그런 그들에게 선물이라도 주듯이 간절히 원하던 아빠와의 재회는 우리가 원하는 행복한 결말이라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감동이 잔잔하게 남는다.
 
이미 수없이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라디오 드라마, 뮤지컬로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기찻길의 아이들>이라니, 책을 읽고 보니 성장하는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읽는다면 더 없이 좋을 고전을 찾아 감사한 마음이다.
주현이에게는 지금은 그림을 보면서 줄거리를 들려주었지만 나중에 영화로 같이 보고 책을 읽는다면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가 가득한 고전 <기찻질의 아이들>을 통해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할 편견 없는 마음,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 서로를 아끼며 성장하는 삼 남매의 우애까지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세상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가 먼저 다른 사람을 밀쳐 내지 않는다면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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