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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길 ㅣ 문학동네 동시집 28
김철순 지음, 구은선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초등학교 2학년인 주현이는 유아 때인 세살 무렵부터 동시집을 들여서 읽어주었어요.
연령에 맞는 동시집을 여러 권 구입해서 누워서 반복해서 읽어주었는데요.
은율감이 있는 동시에는 집중해서 들어주더군요.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는 반복해서 읽어 외울 정도로 좋아하는 동시들이 생겼구요.
동시를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고운 말을 배우고, 다양한 어휘로 표현을 많이 들려주어서 좋았답니다. 그만큼 어휘력이 풍부해진 거 같아요.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서도 일년에 두 세권씩은 동시집을 따로 들여주어서 읽어주었는데요. 나이에 맞는 동시다 보니 공감이 되는지 좋아하더라구요. 가장 최근에는 말놀이 동요집을 통해 노래로 익히고 있어요.
그 덕분인지, 작년에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방과 후 수업으로 동요부르기를 선택해서 1년 넘게 진행해 오고 있답니다.
제1회 지용신인문학상, 2011년 『한국일보』『경상일보』신춘문예 당선
무슨 그림 같냐고 물으니, 사과 껍질을 돌돌 깍아놓은 거 같다고 하네요.
그런데 길? 은 무슨 의미일까요? 본문에서 시를 만나봐야 알겠지요~~
사과의 길부터 만나보았어요~
"표제 시 「사과의 길」에는 성장에 대한 아이의 두려움이 담겨 있다. 시인은 아기 사과꽃이 붉게 잘 익은 사과가 되는 과정 속에 해님이 아기 사과를 안아 주고, 비가 젖을 물려 주는 이미지를 더하며 아이들의 내면을 보듬어 준다. 아이들이 가진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시인의 바람이 아름다운 시편으로 이어져 가슴 흐뭇한 울림을 남긴다."고 소개되어 있는데요.
시만 단순하게 읽어내려가면 사과를 깍는 모습부터 연상이 되면서 어린 사과일 때로 돌아가서 사과가 자라는 과정과 고난이 그려지고 있네요.
마지막 문장으로 위로는 받는 느낌이네요.
엄마가 깍아 놓은 사과는
아주 달고 맛이 있어요
그냥 읽는 느낌이랑 의미를 알고 읽을 때랑 받아들이는게 달라지겠어요.
아래와 같이 여러 편의 시에 대해 함기석 시인이 해설하는 부분을 뒷 부분에 수록하고 있어, 엄마가 미리 읽어보고 시를 읽어준다면 아이가 더 깊이 있게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어요.
'달래' 시는 읽으면서도 재미나서 깔깔거렸는데요.
동음이의어 '달래'가 반복적으로 나오며 말재미를 느끼게 해 주네요.
"먹는 달래와 다른 주고받는 의미의 달래는 몇개일까요?" 문제도 내 보았어요.
잠깐 하더니~~ "3개!" 합니다.
이런 동음이의어를 가지고 시를 지으면 다양한 상황을 떠올리며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겠어요.
'가래떡'은 방앗간에서 가래떡이 나오는 기계를 봐야 이해가 되는 시이네요.
주현이는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걸 떠올리며 엄마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여주었어요.
나오는 구멍을 '똥꼬'로 표현하고 그것도 "두 개"임을 강조해 주어 웃음을 주네요.
생활 속에 보이는 것들을 시로 표현하니 이렇게 또 재미난 소재가 되는구나 놀랐어요.
아이와 같이 주변을 잘 살펴보고 놀이식으로 "뭘 닮았을까?" 생각을 주고받는 연습을 하다보면 일상이 더욱 재미난 시로 가득차겠구나 싶었답니다.
'우산'이 언제 사용되는지, 언제 쉬는지를 가지고 날씨랑 연결해서 표현해주고 있어요.
우산이 꼭 살아 있는 아이의 수다처럼 표현되어 있어 웃음이 납니다.
해님이 나오니까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비오는 날
큰 입을 벌리고
그렇게 조잘대더니
먹보양 주현이여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콩나물국' 이예요.
국그릇 속에서
올챙이가 꼬물꼬물
헤엄을 친다
허걱,
꼬리가 잘린 놈도 있다
콩나물 대가리를 싫어하는 주현이. 자기도 꼬리가 잘린 놈은 싫답니다. ㅎㅎ
'깍두기' 를 읽으면서 왜 이 아이는 깍두기를 치워 달라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네요.
밥상에 올라온
깍두기가 묻는다
"□에 들어갈 말은?"
엄마,
제발 깍두기 좀 치워 주세요!
아직 학습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은 터라, 깍두기를 보고 수학 문제의 네모를 연상하는 것이 와 닿지 않나 봅니다.
읽어주는 엄마는 맘이 짠하네요.
깍두기를 좋아하는 주현양이 수학 문제 때문에 싫어하는 날이 오지를 않기를 바래 보아요.
봄 산에서
산비둘기
구구단을 외워요
만날만날 하는데도
구구단을 못 외워요
"구구 구구."
"구구 구구."
그래서 내가 얼른 알려 줬어요.
"팔십일!"
이제 곧 구구단을 수학 시간에 배울 주현이예요.
제일 고난위도의 9단을 외우고 있는 아이가 비둘기의 구구 소리에 반응하는 것이 아이다운 발상이네요.
작가의 동시 세계를 해설하는 부분을 읽고 다시금 시를 읊조리면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그녀의 동시를 네 가지 특징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첫째, 사물에 대한 통념을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사물의 의미와 미적 가치를 재발견한다는 점
둘째, 재미있는 상상과 엉뚱한 해석을 통해 세상을 향한 긍정과 포용의 시선을 드러낸다는 점
셋째, 음성 연상을 통한 말놀이가 강조된다는 점
넷째, 어린 화자의 내적 고민과 갈등 심리가 잘 드러난다는 점
아이와 같이 찬찬히 읽으면서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까지 읽다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질 시들이네요.
여기에 구은선 화가의 다채로운 그림이 더해져서 시적 긴장감과 생동감으로 시를 읽는 재미가 배가 됩니다.
아이와 함께 그날 그날 상황에 맞는 시를 골라 읽고 마음읽기를 같이 해 보아도 참 좋겠어요.
앞으로 내적 고민이 많아질 아이에게 위로가 될 시집 <사과의 길>이 함께 해서 든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