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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바로 나야!
유다 아틀라스 글, 다니 케르만 그림, 오주영 옮김 / 포이에마 / 2014년 4월
평점 :
이스라엘 어린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시인인 저자 유다 아틀라스는 이 책을 한때는 어린이였고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한 모든 이에게 바치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동화책을 어릴 때보다 더 많이 읽고 있는 어른인 나 또한 다시금 순수함을 찾고 있으니 이 속에 충분히 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정직함에 이스라엘 사람들도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몇 세대가 같은 시를 암송하며 아이의 모습에 투영된 자신들을 발견해내고 있다는 [그 아이가 바로 나야!].
읽는 내내 아이의 모습이 투영되었고, 내 모습 또한 보여서 키득키득 웃음이 났다.
어쩌면 정말 어른도 평생 어린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인정하기 싫어 애써 어른인척 하는 이도 있고, 아이와 같이 동화되어 어울리는 이도 있겠다. 물론 나는 후자에 속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지금도 아이와 함께 아이 생각 읽기에 빠져 있다.
90여 편의 시들은 어린이의 언어로 사소한 순간, 경험, 어려움, 주저함, 사고방식 등을 포착한 것이라고 하니 어린이를 대변하는 글들을 얼른 만나보고 싶었다. 그 속에 내 아이의 마음도 그리고 어린 나의 모습도 있을테니 말이다.
책 표지부터 특별하다.
10개의 문에서 각기 다른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까?
"똑같은 아이인데, 왜 문이 여러개지?"
"그 아이가 바로 얘인가?"
그 답을 찾아 책 속으로 들어가보았다~~
90여 편의 시는 읽기 수월하여 금새 읽어내려갔다.
한편 한편 읽으며 아이의 생각 읽기를 깊이 있게 나누는 순간도 있었고, 아이의 생각과 다를 때에는 책 속의 그 아이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다 옮길 수는 없기에 아이와 내가 공감했던 글 위주로 몇 편 옮겨보았다.
책 속의 아이는 힘들 때 조용히 안아달라고 청한다.
"주현이도 그러니?"
"아니, 난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다정하게 물어봐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게 좋아."
"이런 마음이 들 때는 안아달라고 해 주렴."
"응~~"
아직은 주현이는 엄마의 관심이 더 좋을 때인가보다. 언젠간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런 순간이 오면 꼭 안아줄께, 아마도 사춘기가 아닐까 싶다.
겨울옷을 입을 때 옷 소매를 꽉 잡고 있다가 놓치는 순간을 묘사한 글이다.
"주현이는 어떻게 하지?"
"난 끝까지 옷 소매를 꽉 붙잡고 있지." 실제 상황인 양, 손에 힘을 주며 말한다.
"그렇지, 주현이는 절대 안 놓치지. 그런데 놓치면 왜 싫어?"
"속으로 들어가면 꺼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싫어."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하면서도 깔깔된다.
겨울옷 입을 때 항상 실랑이하는 이 행동들이 떠올라 엄마도 웃음이 나는 글.
다음에는 주현이도 이 아이처럼 장난스레 옷 소매를 놓치 않을까? 일상의 짜증스러운 일도 재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걸 알기를.
엄마가 집에 왔는데
밖에서 짜증이 났나 봐.
그럼 안 봐도 뻔해.
내가 뭘 하든 상관없이
나는 혼나게 되어 있어.
이 글은 엄마가 너무 뜨끔했다.
내 모습이 보여, 딱 엄마네 할까봐서. ㅎㅎ
그래서 그냥 이실직고 먼저 말을 건넸다.
"엄마도 이럴 때 있지?"
"응~ ㅋㅋ"
"맞아, 너도 학교에서 학원에서 짜증나면 엄마한테 투정부리잖아. 알아달라고."
"응~~"
"그동안 미안했어.^^ 엄마도 그래, 너한테 화가 나는게 아니라 엄마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거야. 이해하지?"
이 참에 그동안 미안했던 것도 사과하고, 너나 나나 사람 마음은 같다는 것도 이해받고 싶었다. 어른도 결국 사람이니 말이다.
그래도 아이 앞에선 되도록 이런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다짐도 하면서.
엄마가 먼저 잠이 들면 엄마를 깨우면서도 깨지 않도록 가만가만 깨운다는 아이.
"난 안그러는데? 난 엄마가 먼저 잠들면 끝까지 깨우는데."
"주현인 엄마가 먼저 잠들면 왜 깨워?"
"내가 먼저 자야 되니까~~난 엄마가 먼저 잠들면 무서워."
그렇구나. 가끔 엄마가 먼저 잠들라치면 깰 때까지 흔들어 깨우는 통헤 짜증이 날 때도 있었는데.
그래, 주현이부터 먼저 자야겠구나.
아빠,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아빤 항상
그래, 그래, 그러잖아요.
나도 알아요.
아빤 내 말 하나도 안 듣잖아요.
이건 아빠가 좀 찔리는 글이겠다.
언제나 딸하고 말하고는 싶어하는데 딴 생각이 많은 아빠.
들어도 좀 지나면 또 묻고, 같은 걸 묻는다고 주현이는 짜증나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언제나 그래.
야채를 주면 고기를 먹고 싶어.
고기를 주면
국을 먹고 싶어.
국을 주면
감자를 먹고 싶어.
초콜릿을 주면
그럼, 초콜릿을 먹고 싶어.
마지막 구절에서 빵 터지는 먹보양 주현이~~
절대 공감인가보다.
평상시 식탁에서는 메뉴 갖구 트집을 잡다가도 언제나 초콜릿이면 오케이인 주현이니까.
왜
손님들이
우리 집에
애를 데려오기만 하면
난 걔랑 다투고,
우리 부모님은 꼭 걔 편일까.
엄마가 뜨끔한 글.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남을 더 배려애햐 한다는 마음이 앞서 내 아이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그래서 이런 경우 각자 내 아이 편을 들기로 한 적도 있다.
정말 비슷해서 걔가 꼭 나 같아서 좋아.
달라서 짜증이 나긴 하지만 달라서 재밌기도 해.
나랑 비슷한 친구, 다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글이다.
같아도 달라도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들려주어 좋았다.
항상 엄마가 말하는 것을 이렇게 풀어주니 앞으로 친구와의 갈등 시 이 글을 다시금 읽어줘야겠다.
우리집에서도 항상 아빠가 하는 말,
"한 모금만 마실게" ㅎㅎ
아빠도 그런다며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었단다. ㅎㅎ
아빠한테 이 글도 보여줘야지~~
엄마 아빠,
내가 일찍 자기를 바라면
텔레비전 좀 꺼주세요.
같이 손해를 봐야죠.
ㅎㅎ 일찍 자는 주현양 맞아맞아 한다.
주현이 재우고 몰래 나와 드라마 보는 엄마는 뜨금하더구나.ㅋㅋ
수천 번, 눈을 뜨려고
뜨고 있으려고 버텼어.
...
엄청 애썼지만 항상 헛수고야.
나는 막판에 잠이 들거든.
주현이, 자기도 그렇다며 공감한다.
"왜 눈을 뜨고 있었어?"
"무서워서."
"그러니까 잠이 안 오지. 이젠 불끄면 눈을 꼭 감아봐. 금방 잠이 들어서 무서울 새도 없을테니까."
항상 잠들기에 애를 먹는 주현이, 이렇게 눈을 뜨고 버텼구나.
앞으론 눈을 감겨주고 손을 꼭 잡고 자야겠다.
꿈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영혼이 빠져나온거 같다며, 어떻게 이렇게 그렸냐며 신기해한다.
"나도 떨어지는 꿈 꾸는데..."
"이렇게 쑤욱 떨어져?"
"응. 근데 꿈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안 아파."
"그런데 심장은 쑥 떨어지는 느낌이지?"
"응, 철렁해~"
최근 들어 떨어지는 꿈을 꾸기 시작한 주현이.
처음엔 놀라더니 키가 크는 꿈이라고 하니 요즘은 이 꿈도 나름 즐긴다. 또 키 크는 꿈 꿨다고~~
90여 편의 글을 하나하나 낭독하며 아이와 생각을 나누면서 마음이 따뜻했다. 착한 글들이 나와 내 아이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듯하다.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글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주현이도 공감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끔은 자기는 이렇지 않았는데 하며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든 아이가 같은 마음은 아닐테니까, 그 아이가 너가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단다.
이 세상 누군가의 상황을 대변한다 생각하니 아이 입장, 친구 입장에서 읽을 수 있는 좋은 글들이 하나 하나 소중하게 다가온다.
아이가 친구랑 싸우고 왔을 때 친구편을 들어 대변인 노릇을 하다보면 토라지는 아이를 볼 수 있다. '엄만 왜 내 편을 안 들고 친구 편을 들어?' 아차 싶지만, 상대방 마음을 생각도 안하고 넘길까 두려운 엄마의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그럴 때에도 이 책에서 해당 되는 부분을 들쳐서 같이 읽기만 해도 아이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다. 어떠한 잔소리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글 속의 아이를 통해서 스스로를 돌아볼 것이라 믿는다.
[그 아이가 바로 나야!]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친구들과 같이 이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매일 한편씩 읽어주고 생각을 나눈다면 친구들 관계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갑자기 선생님께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 되었다.^^
저자는 "제가 쓴 것은 아이들에게 대한 것이지만, 동시에 어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자기 느낌이나 생각을 숨기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사람이 되어가는지 발견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함께 읽으며 아이의 속마음도 보고, 나도 돌아보는 시간을 갖음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