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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나온 구비구비 전래동화 ㅣ 교과서에서 나온 시리즈
곽영미 지음, 이규옥.민재회 그림 / 계림북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유아 때부터 책읽기의 재미를 알려준 전래동화. 무슨 단어인지도 모르면서도 이야기 흐름에 맞춰 귀담아 듣던 꼬맹이가 이제는 제법 자기 의견을 말할 정도로 컸어요. 이제 좀 컸다고 두툼한 읽기 책을 끼고 사는 주현이와 다시금 전래동화를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교과서에서 나온 구비구비 전래동화>는 교과서에 실린 전래동화를 모아서 읽을 수 있어 좋겠구나 싶었지요.
또한 다양하게 실린 친구들의 독서록까지 같이 볼 수 있으니, 주현이의 독서록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표지 그림부터 아주 익살스럽게 반기는군요.
전래동화에 빠지면 안되는 호랑이와 토끼. 각자 무슨 꿍꿍이를 하는 양 눈의 방향이 달리 설정된 것도 보이구요.
첫 페이지에는 아이의 독서 성향을 알아보는 네, 아니오 퀴즈가 나와요.
역시나 주현이는 '이야기가 좋아' 스타일이군요.^^
어떤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지 먼저 살펴보면서, 이건 아는 이야기, 이건 모르는 이야기 구분도 해 주구요.
제목만 봐도 재미있을 거 같다며 '야들야들 다 익었을까?', '박박 바가지'에 제일 관심을 보이네요.
책은 또 처음부터 읽는 맛도 있기에, <토끼와 호랑이>부터 읽어내려갔어요.
물론 이 이야기는 다른 그림으로 몇 권을 읽어서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었어요.
이 책을 통해 좋은 점은, 서두에 스토리텔링 할머니가 이야기 해 주듯이 중요 부분을 짚어 주고 있어 좋더군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읽기 전에 이야기를 짐작하고, 몰입도를 높이게 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떡 먹을 생각에 군침이 도는 호랑이.
하지만 돌멩이를 떡이라며 열심히 굽는 토끼.
동상이몽을 하는 토끼와 호랑이의 그림이 재미나기만 합니다.
요즘 들어 새로운 자아가 생기는 중인 주현이는, 토끼를 탓합니다.
왜 맨날 호랑이는 당하고 토끼를 못 잡아 먹느냐면서 울분을 토하는데요.
그냥 처음부터 호랑이가 토끼를 바로 잡아 먹었어야 한답니다. 헉^^; 왜 이러니 딸아. 흐흐.
유아 때 무조건 힘이 약한 동물 편을 들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옳고 그름의 기준을 두고 판단을 하기 시작했어요.
원래 호랑이는 토끼를 잡아 먹는 동물이니까 괜찮답니다.
토끼는 자꾸 호랑이를 속여서 싫구요.
그래, 주현이 말도 일리는 있지만 동심에서 멀어지는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살짝 들었어요.
이야기 마지막에는 이야기마다 교훈이 되는 점을 들려주고 있어요.
토끼의 꾀와 호랑이의 욕심. 호랑이가 욕심을 버리고 토끼만 잡아 먹었다면 이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겠지요.^^
이야기 마다 다양한 독후활동을 수록하고 있어 책 읽는 시간보다 한 고개, 두 고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시간이 더 길어서 좋았답니다.
<한 고개 : 줄거리를 생각해 볼까요?> 코너에서는 깜찍한 캐릭터로 변신한 주인공들의 만화컷으로 이야기를 다시 한번 훑어봅니다.
엄마는 여기서 목소리 연기와 의성어, 의태어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해 주니 본 이야기보다 더 재미나다며 깔깔거립니다.
<두 고개 : 엉뚱한 생각을 해 볼까요?> 코너에서는 아이들마다 다른 의견을 내 놓아요. 어떤 의견에는 주현이도 강하게 동의를 하고 어떤 아이 의견은 콧방귀를 뀌기도 합니다. 내 생각에만 빠지면 다른 생각은 틀렸다는 아집에 빠질 수 있는데요. 여러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은 코너네요.
엄마랑 책 읽기를 주로 하는지라 반대의견이라고 해도 엄마 의견 하나밖에 접할 수가 없는 주현이에게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는 이런 코너는 아주 유용하겠어요.
<세 고개 : 독서록을 어떻게 쓸까요?> 다양한 관점에서 독서록을 쓰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어요.
매번 독서록을 쓸 때면 유형별로 이미 정형화되어 가는 게 안타까웠는데요. 여기서 제시하는 4가지를 보고 어떻게 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4가지 독서록이 머릿속에서는 그려지고 있겠지요.
<네 고개 : 이제 독서록을 써 볼까요?> 코너에서는 마인드맵을 통해 이야기 정리를 하고 <세 고개 : 독서록을 어떻게 쓸까?>에서 제시한 2번째 방법인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에 맞춰 작성한 글을 보여주고 있어요.
독서록을 쓰라고 하면 으레 인상적인 장면을 떠 올리고 자신의 느낌을 적는 것으로 마무리하는데요. 이렇게 내가 주인공이 되어 독서록을 쓴다면 내가 토끼가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펴며 이야기가 풍성해지겠군요.
주현이도 호랑이에게 뜨거운 돌멩이를 먹인 건 너무한다며 맞아맞아를 연발합니다.
어리석은 호랑이가 동정표를 받는 순간이군요.^^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한 주현이가 접하지 않은 이야기를 읽겠다고 차례에서 골라 읽기 시작했어요.
그래그래, 아무렴 어떠니. 네가 읽고 싶은 게 우선이지~~^^
그렇게 고른 <야들야들 다 익었을까?>. 역시 먹보양이 고를 만한 주제지요. 뭘 먹었는지가 궁금해서 뒷페이지를 살짝 넘겨 그림부터 봐 줍니다.^^
'슬기로운 생각'에 대한 이야기군요.
돌쇠는 어떤 슬기로운 생각을 했을까? 엄마도 궁금해집니다~~
꿩고기를 혼자 다 먹고 싶었던 욕심쟁이 양반이 돌쇠에게 '까'로 끝나는 세 줄짜리 시를 먼저 짓는 이가 모두 먹는 내기를 제안합니다.
돌쇠는 보란 듯이 꿩고기를 하나 들고 시를 줄줄 외우며 낼름 먹어치웁니다.
야들야들 다 익었을까?
쫄깃쫄깃 맛있을까?
냠냠 어디 한번 먹어볼까?
하하. 재치꾸러기 돌쇠같으니.
어이 없이 당한 양반의 표정이 안됐으면서도 쌤통이군요.
고기를 안 드시면 기운이 없지 않겠습니까?
기운이 없으시면 넘어지지 않겠습니까?
넘어지시면 제가 업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 꾀에 넘어간 양반에게 돌쇠는 너그러운 마음까지 보이는군요.
양반도 껄껄 웃으며 돌쇠가 주는 고기를 날름 받아 먹는군요. 양반은 돌쇠의 꾀에 감탄했겠지요. 자기보다 배움이 없으니 얕잡아 보았던 양반도 앞으로는 이런 꾀를 내지 않을테구요. 양반을 골탕먹였지만 슬기롭게 상황에 대처한 돌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도 '까'로 끝나는 시를 지어 볼까?
책을 읽을까?
숙제를 할까?
다 싫은데 어떡할까?
마지막 부분을 읽어주니 주현이 까르르 넘어갑니다. 자기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게지요.
내친 김에 우리 모녀도 한 수씩 읊어보았다지요.
고양이를 기를까?
강아지를 기를까?
다 기르고 싶은떼 어떡할까?
밥을 먹을까?
빵을 먹을까?
다 먹고 싶은데 어떡할까?
<박박 바가지>는 어리석은 도둑이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인데요.
상황마다 진땀 빼는 도둑이 눈에 보이는 듯 재미나군요.
도둑이 들었음을 눈치채고 나가보라는 할머니와 잠에 취해 귀찮은 할아버지.
도둑은 엿듣고 있다가 동물 소리로 모면을 하려고 하는데요. 잘도 속는 할아버지와 달리 예민한 할머니 때문에 잔머리 굴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코끼리 소리인가 하는 엉뚱한 말에도 도둑은 얼른 코끼리 소시를 내어 위기를 모면하려고 해요.
"코코, 끼리끼리, 코코, 끼리끼리......" 어떻게 이 소리를 낼 생각을 했는지, 또 이 소리에 넘어가는 할아버지에 웃음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할머니의 성화에 밖으로 나온 할아버지를 피해 부엌 항아리 속에서 바가지를 뒤집어 쓴 도둑.
할아버지는 바가지를 두들기며 혼잣말을 하지요.
"이건 뭔고? 바가지인가, 아닌가?"
도둑은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지 뭐야.
"박박, 바각바각, 박박, 바각바각......"
잠이 떨 깬 할아버지,
"그렇지! 틀림없이 바가지지."
ㅎㅎ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게 또 전래동화의 매력이겠지요.
이 이야기의 그림이 제일 인상적이었다며 독서감상화까지 이어서 그려주었어요.
아주 열심히 따라그리기를 하느라 입술이 쭈욱 나와 있군요.^^
글을 쓰는 공간이 적다보니 내용도 상대적으로 짧게 쓰는 경향이 있어 좀 아쉬운데요.
그래도 나름 할아버지가 맨 정신이었다면 도둑의 소리를 믿지 않았을거라며 의견을 내 놓는군요.
<교과서에서 나온 구비구비 전래동화>는 주현이가 기존에 보아왔던 전래동화 한권에 해당하는 분량을 6페이지에 압축해서 싣고 있어요. 전혀 어색함이 있다거나 간략해서 재미가 없다거나 하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의 행동 묘사와 감칠맛 나는 대사, 그리고 상황에 딱 맞는 익살스러운 그림이 잘 어우러져 혼자읽기에도 아주 재미난 전래동화군요. 오히려 이야기에 맞춰 간결하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가 짧은 시간 집중해서 읽기에 좋았답니다.
이미 여러 전래동화를 접한 저학년 아이들에게 이야기 외에 생각거리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교과서에서 나온 구비구비 전래동화>였어요.
전래 동화는 이래서 유아 때, 저학년 때에 걸쳐 여러번 반복 읽기를 하는구나 이해가 되었어요.
유아 때 본 걸 또 읽으면 재밌을까 싶으면서도 주기적으로 보다보니 전래동화는 몇년씩 책장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제 자기 생각이 자라는 초등2학년 주현이에게 전래는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거 같아요.
<교과서에서 나온 구비구비 전래동화>를 통해 접한 다양한 독서록들을 활용하면 주현이의 생각도 독서록도 성장하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