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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선물이야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48
황선미 지음, 이고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3월
평점 :
<마법 같은 선물이야>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님의 작품이라는 말에 더 관심이 가는 책이었어요.
주현이랑도 재미나게 본 애니메이션이었던지라 모녀가 설레임을 안고 같이 읽어내려갔습니다.
표지에 보이는 두 남자아이.
그리고 둘이 가지고 있는 물건 위로 초록 빛이 펼쳐지는데요.
어떤 선물일지 궁금합니다.
재하에게 여동생 재희가 생겼어요. 엄마의 산후조리 차 외할머니가 집에 와 계셔서 재하는 할머니랑 고모가 사는 캐나다에 여행을 가게 되어요. 아기 때 보고 처음 만나는 고모네 가족, 특히 고모 아들인 외사촌 에디는 어떤 아이일까 궁금하지요.
지루하고 기나긴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재하는 처음으로 떨어진 엄마가 그립기만 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 모든 곳이 낯설고 두렵기만 하지요. 반갑게 맞아주는 고모와 고모부. 그리고 에디. 낯설음에 에디의 인사에 바로 대답하지 못한 재하는 서먹서먹하기만 합니다.
이야기는 재하의 시점에서 진행이 되어요.
다가가기 힘든 에디의 하는 행동들이 불친절하게만 다가오고 동성이고 동갑임에도 둘은 가까워지기가 힘듭니다.
손님인 재하에게 신경쓰고 친절하게 대하는 고모와 고모부의 행동들. 그럴수록 더욱 삐딱하게 구는 에디. 재하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재하는 이제 겨우 일곱살이거든요.
기자인 고모의 취재 차 같이 하게 된 오로라 여행길에 올라서도 둘은 따로 놉니다. 혼자만 영어도 안 통하고 에디는 틈을 안 주고 엄마는 보고 싶고.
잔뜩 심통이 난 재하는 소심한 복수를 단행합니다. 크리스마스에 생일을 맞은 에디의 선물로 엄마가 준비 해 준 선물포장지를 마음대로 북북 찢어 버리지요. 그 속에 든 것은 산타할아버지가 눈썰매를 타고 있는 오르골이었어요. 오르골 소리에 재하 곁으로 몰려든 누나, 형 들 틈에 에디도 있지만, 에디는 여자애들이나 갖고 노는 거라며 또 심술맞은 소리를 하지요.
에디의 선물을 뜯었다는 미안한 마음도 잠시, 에디에게 선물을 줄 타이밍도 놓지고 싫은 소리까지 들으니 선물을 주고 싶지도 않은 재하에요. 과연 오르골은 에디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요?
오로라를 보러 가는 버스 안에서 흰여우를 목격한 재하.
자고 있던 에디를 부랴부랴 깨우지만 이미 지나간 뒤이지요.
에디는 재하에게 뻥쟁이라고 하고 재하는 그 말에 발끈하지요.
심술이 난 에디는 "재하 코를 아프게 때려 주고 싶어." 합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주고 받고 마는 에디와 재하. 또 어긋나고 마는군요.
오르라를 보러 간 텐트 안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 바로 에디의 생일이랍니다.
모두의 축하를 받는 에디에게 오르골을 전해주지 못하는 재하에요.
에디에 대한 미안함과 할머니에게 들을 꾸중 때문에 재하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마지막 여행 날.
개썰매 타기가 자기 생일 선물이라면서 에디는 맨 앞자리를 탑니다.
서로의 몸을 최대한 밀착하고 올라탄 개썰매.
바람도 날카곱고 손끝 발끝이 딱딱하게 얼어서 아프고 칼로 살을 베는 듯한 추위를 재하는 실감합니다.
개썰매 전에 얼음낚시에서 갓 잡은 물고기가 펄떡이다 금새 하얗게 얼어 버리는 모습으로 표현된 영하 30도의 날씨. 어떠한지 상상해 봄직합니다.
꽁꽁 언 몸으로 내리던 재하와 에디는 눈 바닥에 찍힌 핏자국을 발견하지요.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개들의 맨발.
에디는 개썰매를 타자고 우긴 자기 때문에 개가 다친거라며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글썽이지요.
재하는 에디의 목을 안아주고 위로해주구요.
둘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 가슴 찡한 울림을 줍니다.
서로의 마음을 이제야 제대로 본 두 아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여행의 마지막 날. 오로라를 보기 위한 마지막 기다림의 시간이에요.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고 싶은 고모의 마음과 달리 날씨는 눈발까지 날리고 있어요.
그런데도 하늘에 별이 총총한 것이 좋은 예감이 드는군요.^^ 아이들이 읽으면서 암시를 주는 장면들이 참 좋아요. 아이는 이런 문구를 보며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흥분될테니까요.
두 시가 넘어 곧 철수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에 눈썰매를 열심히 타는 재하와 에디.
둘의 표정만 봐도 제법 가까워졌음을 짐작할 수 있군요.
버스에 올라타던 재하는 오르골을 잃어버린걸 알고 울음을 터뜨리지요.
에디의 찡그린 얼굴이 잠시 고민했다는 걸 보여주는군요.
에디는 재하의 손을 끌며 이번엔 재하를 도와주기로 합니다.
오르골을 찾는 사이 하늘에는 오로라가 나타났어요. 정말 마법같은 선물처럼 말이에요.
이어서 오르골을 찾아 준 에디.
재하는 에디에게 사실은 네 선물이었다고, 포장을 먼저 뜯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속 마음을 내비칩니다.
"넌 머리도 고불거리고, 키도 나보다 크고, 영어도 잘하고, 큐빅 퍼즐도 금방 맞추고... 난 널 싫어하지 않아."
숨죽여 듣고 있던 주현이 "무슨 말이야?" 하네요. ㅎㅎ
에디가 높이 든 오르골 위로 초록빛 오로라가 살아서 움직입니다.
에디도 속 마음을 말합니다.
"재하 머리는 고불거리지 않고, 할머니는 재하만 좋아하고, 은여우도 재하만 봤고, 변신 로봇도 재하만 가졌잖아?"
둘의 웃음이 막혔던 속을 뻥 뚫어주듯 시원하게 들리는군요.
중간에 오로라 여행이라는 소리에 재하처럼 주현이도 물어보더군요.
"오로라가 뭐야?"
고모가 재하에게 설명해주는 답변을 그대로 읊조려 주었어요.^^
"오로라는 태양에서 온 에너지가 공기와 반응해서 빛을 내는 자연 현상이야. 밤하늘에 아주아주 멋진 무늬가 나타나는데,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색깔도 굉장하대.
그 빛은 태양에서 아주 오래전에 출발한 셈이야. 태양은 지구랑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빛이 여기까지 오는 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려. 과거의 빛인 거지. 상상만 해도 굉장하지 않니?"
엄마도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정말 어떤 빛일까 저도 상상해보면서 말이에요. 주현이는 과거의 빛을 지금 본다는 말이 와 닿지 않는지 갸우뚱하는군요.
그렇게 마지막 장면으로 하늘을 수 놓은 오로라를 보면서 다시금 고모의 설명을 되내어 주었어요.
온 우주를 떠돌다가 마법같이 재하와 에디 눈 앞에서 선물로 다가온 오로라.
주현이도 저도 오로라를 눈앞에서 본 것처럼 기억에 또렷이 남을 거 같아요.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그림은 오르골 속에 녹아든 재하와 에디에요.
나란히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아이에게 정말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게지요.
이야기 중간에 특별한 선물을 하고프다는 고모의 말에 할머니의 말씀이 또 엄마인 저는 와 닿더군요.
"재하도 에디도 벌써 분명히 뭔가 얻었을걸. 애들은 언제 어디서나 배우게 돼 있어."
만일 제가 고모라면 할머니였다는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저 또한 당연히 낯선 곳에 온 손님인 재하를 위하는 행동들을 했겠지요. 그리고 또 에디에게 양보하고 잘 놀아주라는 말도 꼭 했을 거에요. 아마 에디를 몇번은 다그치고 울렸을테지요.^^;;
억지로 두 아이 사이에 끼어들어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고 기다리는 어른들을 보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마음 속에만 새기고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기다려주기!'
그렇게 둘은 같이 부대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던 거에요.
그리고 마침내 알지요. 둘은 누구보다 가까워지고 싶었다는 것을, 서로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커서 힘들었다는 것을, 나만 힘든 것 같아 억울했다는 것을요.
줄곧 재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내내 주현이는 재하가 너무 찡찡댄다고 툴툴거리더군요. 예전 같았으면 에디가 불친절하다고 에디를 탓했을 텐데 이상하게 재하를 탓하더라구요. 이전에 동화책을 볼 때면 주인공이 자신인양 동일시 해서 편들었는데, 이번엔 상대방인 에디의 입장을 어렴풋이 이해를 한 모양이에요.
마지막의 둘의 속마음을 들으면서야 재하의 마음도 이해를 하는 듯 조용해졌어요.
어느새 나와 남의 입장도 생각할 정도로 성장한 주현이가 보여 대견하기도 했답니다.^^
잔뜩 기대했다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을 겪을 때 밀려오는 실망감은 참으로 크지요. 살다보면 그런 일들을 무수히 겪으며 적당히 기대하는 법도 배우곤 하는데요. 또 삶이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포기하는 순간에 기적같이 바라던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오로라처럼요. 그리고 가까워질 거 같지 않던 둘에게 다가온 마법같은 열린 마음처럼 말이지요.
<마법 같은 선물이야>는 낯선 경험 속에서 성장하는 두 아이의 마음읽기를 천천히 보여주고 있어요. 앞으로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고 낯선 일을 겪으면서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감정들을 차근차근 풀어주고 있지요.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법, 마음과 같이 않게 반대로 나타나는 행동들, 상대방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기, 그리고 서로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법까지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힘들더라도 반드시 거쳐가다보면 내가 원하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요.
'아이를 기다리며 키우기'를 항상 되내이며 실제로는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을 보여주려고 했던 엄마인 저에게도 큰 선물로 다가온 이야기였어요. 아이 스스로 해결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야지만 비로소 아이의 길이 되는 것을 말이지요. 저는 옆에서 지켜보고 기다려주고 믿어야 함을요.
저와 아이에게 마법처럼 다가온 <마법 같은 선물이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