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꽃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8
최은영 지음, 김송이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간 꽃> 책 소개를 통해 이야기를 알고 꼭 읽고 싶었어요. 

아직 주현이가 읽기에는 무거운 내용이지만, 엄마가 미리 읽고 아이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었답니다.


감기 막바지가 힘들었는지 스르르 낮잠이 든 주현이 옆에서 배송된 <빨간 꽃>을 펼쳐 단숨에 읽어 내려갔어요.

울컥하는 부분이 너무 자주 나와 마음이 점점 아파오면서 읽다가 나중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닦을 겨를도 없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엄마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캐나다로 2년 동안 조기유학을 다녀온 지우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이야기 속 화자인 지우가 마치 내가 된 양 같이 가슴 졸이고 엄마에게 할 말도 못하고 가슴에 병을 키우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혹시 내 아이도 이렇게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기억을 돌려보기도 했답니다.


아이의 숙제까지 엄마가 알아서 찾아주고 아이가 설 곳을 빼았는 지우 엄마를 보면서 점점 더 학습적으로 해야 할 부분을 체크하고 있는 저의 모습도 투영해보면서 얼굴이 뜨거워지더군요.

지우 엄마 말대로 너 잘되라고 내가 이렇게 열심히인데... 하는 생각을 저도 어느순간 가지고 있기에 엄마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를 보면 답답해하고 채근하게 되고 큰소리도 내게 되었던 게지요.


지우처럼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이 주위에 참 많습니다.

엄마가 여러 학원과 학습지를 상담받고 정해주는대로 따라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선택권이 있을까요. 그러면서도 너를 위해서라고 포장을 하고, 왜 못하냐고 또 아이를 몰아붙이게 되지요.


캐나다에서도 영어가 익숙치 않아 왕따가 되어 힘겨운 생활을 보내고 온 지우는 돌아온 학교에서도 친구와의 오해로 힘든 생활을 이어갑니다. 성격까지 소심하게 변한 지우는 친구들에게 다가가기도 학교생활에 다시 적응하기도 힘들기만 합니다.

아이의 상황은 고려치 않고 남보라는 듯이 잘하라고 다그치기만 하는 엄마, 항상 회사 일로 바빠 모든 결정권을 엄마에게 주어버린 아빠. 집도 아이에겐 숨고 싶은 공간일 뿐입니다.


돌아온 지우는 심한 스트레스로 사회 시험, 국어 시험 시간에 스르르 잠이 들어 빵점을 맞고 교실을 뛰쳐 나가 교문 앞에서 또다시 잠이 듭니다. 선생님이 지우의 증상을 엄마에게 알리겠다고 하자 말리는 지우의 말이 가슴을 칩니다. "엄마는 화를 내실 거예요. 막 혼내실 거고, 저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될 거예요."


병원에 가서 기면증 진단을 받은 지우에게 엄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지우를 힘들게만 합니다.

지우와 엄마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라는 말이, 학업에 대한 성취욕이 지우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엄마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엄마도 같이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엄마도 아이에게만 올인하고 스스로 힘들어함을 인정하면서 서로에게 한발 다가갑니다.

"엄마는 진작부터 아팠어. 무엇엔가 만날 쫓기는 것 같고, 조이는 것 같고... 그래서 너한테 더 그랬나 봐."

지우 엄마의 말에 요즘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더구나 아이만 바라보고 있는 전업주부라면 공감이 가는 말이라 와 닿았어요.

아이의 성적이 엄마 성적이 되는 양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경쟁적으로 사교육으로 아이들을 몰아가고 있는 현실이니까요.


지우도 유학 전 단짝 은채와의 오해를 풀고 친구들에게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면서 학교생활에 차츰 적응하게 됩니다.


지우가 사회 시험지에 온통 빨간 비를 맞은 것을 하나하나 꽃으로 피우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장면은 지금 떠올려도 뭉클합니다.

아이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도 죽이는 것도 바로 부모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아이를 위해서 그랬다는 것은 부모의 비겁한 변명일 뿐이지요. 무엇이 내 아이를 위한 것인지 부모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실행해야겠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선택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아이가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지, 부모가 아이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님을요.


잠든 아이 옆에서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지우 마음처럼 조금씩 가벼워졌습니다.

지우 엄마가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었다면 먼저 지우에게 손을 내밀 여유를 지녔더라면 좋았을 것을 안타까워 하면서 한편으로 같은 엄마로서 지우 엄마 또한 가여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저 또한 아이바라기를 하면서 어느 순간 아이를 점점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섬뜩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힘든 부분에 있어 제일 먼저 의지하고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바로 부모가 될 수 있을 때 부모와 아이의 관계 형성이 잘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엄마가 무서워서 할말도 못하는 아이라면 너무 불쌍하잖아요. 엄마라는 존재는 보듬어주고 마냥 따뜻한 울타리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지우 이야기를 듣고 작품으로 옮겨 최은영 선생님은 누군가 대신 그림 그림에 자신을 맞추느라  지쳐 가는 요즘 아이들이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도록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나를 만드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그리고 사회의 어떠한 흐름도 나를 대신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을 때, 여러분 가슴속에는 빨간 꽃이 흐드러지게 활짝 필 겁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멋진 친구들이 되어 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로 아이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고학년을 위한 동화이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어느 순간 평정심을 잃고 경쟁에 내몰릴 수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에 더 없이 좋은 동화로 추천합니다.

자신을 잃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또한 부모, 어른들의 따스한 배려와 지지일 것입니다.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말 한마디 살갑게 해 주고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여유를 저부터 가져야겠습니다. 아이 말에 먼저 귀 기울이고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주어 아이보다 한박자 쉬어가는 기다림을 연습해야겠습니다.

내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 하나만 잊지 않는다면 내 아이에게도 빨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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