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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47
이기훈 지음 / 비룡소 / 2014년 1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글 없는 그림책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것도 엄청나게 거대한 책으로다. 유아 때 들인 트럭 이후 이렇게 큰 책은 처음인 듯.
두께도 상당히 두툼한 것이 바닥에 배를 깔고 보기 시작했죠.
표지 그림만 보고도 아이는 거대한 것을 느끼나봅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그림에 글이 익숙해진 이제 초등2학년이다보니, 무슨 내용이야? 무서운 거 아니야? 살짝 겁부터 내네요.
엄마도 글 없는 책은 간만인지라 아이보다 먼저 그림읽기를 하고 보면서 무서운 내용이 아니라고, 같이 이야기를 꾸며보자고 제안했어요.
주현이도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엄마와 같이 그림읽기를 차근차근 해 보았답니다.
2013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 수상작가, 201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이기훈님이 들려주는 그림 속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지는데요.
첫 페이지.
정말 강렬합니다.
모녀는 불타올라 원을 빠져나와 번진 태양에 온통 시선을 빼앗겼어요.
이내 바짝바짝 메마른 대지, 그리고 사람들이 눈에 띄는군요.
"얼마나 뜨거울까?"
기우제를 지내고 비가 내리지 않아요.
사람들은 오래된 동굴 속에 가려둔 벽화를 보고 물을 뿜어내는 물고기를 찾아 떠납니다.
가는 길에 마주하는 곳에 엄청나게 큰 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 배는 뭐지? 글쎄, 나중에 사용하려고 만드나보다.
이어서 사람들을 따라 빅 피쉬를 찾아 시선을 이동합니다.
힘든 협곡을 줄타기를 하고 물이 철처 흘러 넘치는 거대한 산을 올라가 드디어 마주한 빅 피쉬.
"이렇게 물을 뿜는데 왜 사람들은 물이 없어서 힘들어 했어?" 의아한 듯 물어보는 주현양.
앞의 그림들을 살펴보니, 거대한 산은 사람들이 사는 곳과 동떨어져 있어서 물이 이동하지 않는 걸 발견하고야 "아~" 합니다.
거대한 물고기와 사투를 벌여 드디어 포획하여 이동하는 사람들.
그들 곁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동물들이 줄을 잇지요.
거대한 물고기를 독차지 하기 위해 사람들은 물고기를 가두고, 동물들과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싸움이 이어지지요.
갑자기 동물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자기들이 물고기를 독차지함에 승리를 쟁취한 듯 축제 분위기가 되는데요.
하지만 입을 내내 막아 두었던 거대한 물고기는 점저 더 거대해지고 거대해져서 드디어 폭발하지요.
엄청난 물을 뿜어내는 빅 피쉬.
"물고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어. 물을 뿜어내서 그런가봐."
역시 그림읽기에는 엄마보다 한수 위입니다.^^
그렇게 대홍수 속에 떠내려가던 사람들은 거대한 배를 만나지요.
빅 피쉬를 찾아 갈때 만들어진 그 배가 완성된 것이군요.
이미 그 배에는 사라졌던 동물들이 있구요.
이 대목에서 노아의 방주를 떠오르더군요. 주현이도 어렸을 때 같이 읽은지라 노아의 방주를 얘기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거대한 먹구름이 지나가고 드디어 햇살이 비추는군요.
이제 곧 이 고난이 끝날 것을 암시해주는 듯합니다.
엄청나게 큰 책, 사이즈를 보니 351x270이군요.
이 큰 책의 양 페이지를 190여 컷의 크고 작은 그림들을 만화 컷처럼 구성하여 한 편의 웅장한 애니메이션을 본 듯합니다.
내용 또한 자연에서 얻은 빅 피쉬를 인간들이 소유하려고 하는 탐욕에서 동물들과 빚는 문제들을 현재 시점에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네요.
신비한 물고기 이야기와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게 하는 그림책이군요.
글이 없어도 그림만으로도 이야기가 충분히 이어지는 책. 생각거리가 가득한 그림책.
점점 그림보다 글밥이 많아지는 책을 읽고 있는 초등2학년인 딸 아이에게도 오랜만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 읽기였어요.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스노우맨을 미니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도 참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은 후 애니메이션으로 감동을 이어가면 더 오래오래 기억에 남겠지요.
이 책을 덮으며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이제 다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처럼 출발선에 선 듯, 다시 세상이 시작되는 기분이 듭니다.
처음엔 그림이 주는 이미지에 무섭다고 했던 주현이도 엄마랑 같이 읽기를 하고 생각도 하면서 그림 읽기에 흠뻑 빠져서인지, 혼자 읽기도 하는군요. 독서대 두배만한 크기로 걸쳐 놓고 보니 그림 읽기가 더 재미난가 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그림책 읽기를 많이 하라는 말이 더 와닿았던 시간이었어요. 글에 익숙해지다보니 그림읽기 비중이 줄어들고, 그림만 있으면 시시하거나 무슨 이야기일지 상상이 점점 안되나봐요. 앞으로도 이런 생각거리가 가득한 책들도 그림책으로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