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소녀 생각하는 숲 14
잭 샌닥 글, 모리스 샌닥 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스 샌닥이 그림을 그리고 형 잭 샌닥이 글을 쓴 형제가 같이 한 동화 <서커스 소녀>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어요.

바로 <서커스 소녀> 랍니다.

모리스 샌닥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손이 가게 되는 책인데요. 형인 잭 샌닥의 글과 어떻게 어우러져 표현되었을지 더욱 기대되었답니다.


표지를 보면 서커스 소녀가 얼굴에 그림이 그려진 사자랑 나란히 앉아 시선을 한쪽으로 고정시키고 있군요.

둘은 어디를 보고 있는 걸까요?

우리도 이야기 속에서 그 흔적을 따라 가 보기로 했습니다.

 
서커스 소녀 플로라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커스 나라에서만 쭉 살아왔어요.

그러던 어느날 플로라는 관객들이 나오는 섬뜩한 꿈을 꾸면서 관객들이 사는 바깥 세상은 어떤 곳일지 궁금해집니다. 서커스 단원들은 플로라의 질문에 하루 종일 머리를 땅에 대고 빙빙 돌고, 보랏빛 연기구름이 되어 사라지고, 온몸에 거미줄을 칭칭 감고 산다는 등 엉뚱한 답을 주지요.

플로라는 신기하고 희한한 바깥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직접 나가서 알아보기로 하고 그날 밤 서커스단 밖으로 나갑니다. 이를 지켜보는 서커스 단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지요. 자기들이 옳은 일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밖으로 나온 플로라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살펴볼 계획으로 긴 밧줄을 큰 아름드리나무 두 그루에 묶고 그 위를 오고 가기로 했어요. 처음엔 두렵고 겁도 났지만 곧 만나게 될 바깥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며 두려움을 떨쳐냈지요.

두 페이지에 걸쳐 그려진 플로라의 모습이 몽환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달빛 아래 줄타기를 하는 플로라.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떨림과 함께 전해져옵니다.

글로 표현된 플로라의 생각들도 너무나 서정적으로 잘 표현이 되었어요.

섬세한 감정 읽기가 그대로 전해져 나라도 저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답니다.

아침 해가 뜬 마을 풍경은 서커스가 시작되는 풍경과 흡사했어요.

그리고 이어진 마을 사람들이 정신 없이 오고가며 바깥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답니다. 작은 강아지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정신없이 자기 일만 하는 사람들, 아저씨들이 파이프 담배를 피며 이야기하는 것을 말다툼하는 것처럼 보이고, 아이들이 술래잡기 하는 것은 싸우는 것처럼 보였지요. 세상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그들의 머리 위에서만 보니 이런 오해들을 하게 된 건지도 모르고 플로라는 실망을 하게 되어요.

그러면서 플로라는 자기가 꾸었던 끔찍한 꿈을 떠올립니다.

처음부터 이 꿈 이야기가 참으로 궁금했는데요. 드디어 나와서 속 시원하게 궁금증을 해소해주네요.

그 꿈은 바로바로 서커스 관객들의 얼굴이 어릿광대 고무도장으로 똑같이 보여서 섬뜩했던 거에요.

그 이후에는 서커스를 구경 온 관객들의 표정이 모두 똑같아만 보였고 그걸 확인해 보고 싶었던 거지요.

접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그래도 용기내어 알고 싶은 갈망이 전해집니다.

이를 해결할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용기를 내게끔 도와준 서커스 단원들의 마음이 고맙기까지 하네요.

하지만 하루종일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도 확인하지도 못한 플로라는 너무나 슬퍼집니다.

크게 실망하여 돌아오는 길에 까르르거리는 웃음소리에 이끌려 들여다 본 집 안 풍경을 보고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제 원하는 답을 찾았겠지요?


서커스단으로 돌아 온 플로라는 단원들에게 자기가 본 것을 알려줍니다.

바깥 세상 사람들도 우리하고 똑같다는 것을, 얼굴 하나하나가 다 다르다는 것을요.

그리고 멋진 계획을 세우지요.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기로요.

그리고 이어지는 서커스 단원들의 멋진 쇼가 이어집니다.

세세하게 표현된 서커스 단원들의 멋진 동작들을 잭 샌닥의 글로 한번 읽으면서 연상을 하게 되고, 이어진 뒷 페이지에는 모리스 샌닥의 그림으로 다시금 장면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녀는 바깥 세상의 관객이 되어 어느새 공연을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어릴 때 병약하여 늘 침대에 누워 지냈던 동생 모리스 샌닥에서 형 잭은 웃음과 위안을 주는 존재였어요. 두려움에 가득 찬 어린 시절을 보낸 동생 모리스 샌닥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려는 형의 따뜻함과 다정함이 깔려 있는 <서커스 소녀>였습니다.

형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서커스 소재에 맞게 환상적인 그림으로 화답한 모리스 샌닥의 그림이 조화로와 글과 그림이 하나로 연결되어 감동이 배가 됩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 불안감이 있을 거에요. 그것을 스스로 깨고 넘을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 주위의 어른들의 몫일 테지요. 그냥 바깥은 평온하고 아무 일이 없다고 안심시킬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 너머의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내 경험으로 만들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렇게 해야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고 한뼘씩 성장할 수 있을테니까요.

<서커스 소녀>는 아이에게는 꿈을 현실로 제대로 바라보게 되는 플로라를 통해 용기를, 어른에게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어른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는 한편의 성장 드라마와 같이 다가옵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오래도록 감동을 선사해 줄 <서커스 소녀>를 선물 해 준 모리스 샌닥과 잭 샌닥 형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