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을 위하여
윌리엄 랜데이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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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물을 보기 시작한 건 아마도 CSI 시리즈 덕분일 거에요.

매주 일요일마다 기다리며 시청했던 밤들... 그 이후에는 범죄 영화들을 섬뜩해하면서도 보기 시작했어요.

누구는 그런 끔찍한 이야기를 보면 정서에 안좋다고 하는데 이미 사회에 만연한 범죄들에 대해 알고는 있어야지 하는 마음도 있고, 그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궁금도 하여 보게 되더라구요. 보고 나서도 개운치 않은 마음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제이컵을 위하여> 책 소개글을 보면서 와 닿은 부분은 바로

"당신은 가족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였어요.

이 질문을 안고 책을 펼쳐 들었어요.


이야기는 2008년 4월 대배심의 증인으로 앤디가 소환되어 벤 리프킨의 살인 사건에 대한 심문으로 시작됩니다. 이후 이야기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앤디의 아들 제이컵의 급우인 벤 리프킨이 살해되면서 수사하는 내용과 현재를 오가며 이어집니다.

1년 전 수사는 제이컵의 아버지인 앤디 검사가 맡게 되지요. 아버지는 추호도 아들에 대한 의심 없이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을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의심이 되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합니다.

제이컵의 서랍에서 살인흉기로 의심되는 칼이 발견되지만 앤디는 바로 증거 인멸을 하고, 제이컵이 온라인에 살인 사건을 묘사한 글을 게재하지만 역시나 아버지는 삭제하지요. 추후 제이컵이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밝혀짐에도 앤디는 끝까지 제이컵의 결백을 주장합니다. 그와는 달리 아내 로리는 제이컵을 조금씩 의심하게 되지요.

앤디가 숨겨왔던 가족사를 듣게 된 후로 더욱 로리는 제이컵의 어린시절을 되짚으며 아이 주변에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을 떠올리며 혹시라는 의심을 품게 되지요.

살인 유전자로 칭하는 가족력을 피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기억 속에서 아버지를 지우고 부단한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앤디에겐 제이컵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과거와 마주하는 괴로움을 안겨줍니다.

제이컵에게 불리한 증언이 이루어진 날, 예상치 않은 진범이 자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자살함으로써 이야기를 결론에 다 다른 듯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는 숨가쁘게 진행이 된답니다.

추석 때 부터 짬짬이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이때부터는 끊어읽기가 힘들어지더군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펑펑 터지면서 제 머릿속도 끊임없이 진실을 쫓느라 복잡했어요.

그렇게 마지막 부분까지 충혈된 눈에 눈물약까지 넣어가며 새벽 2시까지 읽어내려갔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는 순간 뭐에라도 맞은 것처럼 심한 두통이 몰려 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금 제목을 들여다보며 찬찬히 생각하게 되었어요.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후 이야기는 추리물이나보니 직접 읽으실 수 있도록 남겨둘게요.^^


이 책에서 제일 와 닿았던 인물은 제이컵의 엄마 로리였어요.

너무나 평범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의 로리가 아들의 사건을 계기로 평생 몰랐던 남편 가족사를 알면서 내외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은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아팠어요.

30년을 넘게 의지했던 남편을 더는 믿을 수 없음에 좌절하는 절망감, 배신감, 그리고 내 아들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감과 부모가 잘못 키운 듯한 죄책감, 자괴감까지...


<제이컵을 위하여>는 살인 사건에 대한 진실을 찾는 추리물이자 동시에 가족과 사회 구성원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제이컵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은 친구 데릭이었고, 로리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은 평생을 의지했던 남편이 숨겨왔던 진실이었지요.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면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앤디의 과거 동료들이 적으로 돌아서고 주위의 이웃들이 등을 돌리면서 고립되는 상황들이 무섭게 다가왔어요.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에게 주위의 시선만큼 힘든 것이 또 있을까? 또한 가족이라면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는 무한 믿음 속에 살다가 의심이 뿌리를 내리고 더는 믿을 수 없는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는 바로 그곳이 지옥이지 않을까?


이미 소송을 진행하면서 모든 벌을 받은 듯한 가족들의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지켜보는 것 또한 힘이 들었어요. 꼭 범인을 찾아 벌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더 이상 뉴스에서만 봐 왔던 원래부터 문제가 있었던 범죄자들의 사건이 아니었으니까요.

부모에게 내 아이는 마냥 천진하고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기일뿐이지요.

크면서 사춘기에 접어들고 더 이상 부모 옆에서 속 마음을 재잘되던 아기는 없고 타인과도 같이 느껴지는 아이는 그래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기일 뿐이랍니다.

과연 내가 내 아이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언제까지 자부할 수 있을지,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슨 준비가 필요할까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부터 선배맘들의 이런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집에서 보는 아이랑 학교에서 보는 얘는 다를 수 있어. 엄마가 아는 아이의 모습이 전부가 아닐 수 있어."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아이가 매일 매순간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볼 수 없는 부모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내 아이가 바르게 크고 있다는 믿음만 가지고는 아이를 지킬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힘이 듭니다.

얼마전 학교에서 학부모연수 프로그램으로 학교폭력예방에 대한 강의를 하여 듣고 왔을 때에도 제일 와 닿았던 말은,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될 거라는 걸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요즈음 학교 폭력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사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내 아이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버지로서 아들을 끝까지 믿어주는 앤디의 마음도 같은 부모로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습니다.

나는 그래야 합니다.

나는 그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믿는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전해집니다.


책을 덮고 이틀밤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 책의 여운이 남아 힘이 듭니다.

여전히 저는 답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만일 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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