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랑귀누스병에 걸려 냉동되었다가 40년 2개월 11일 만에 깨어난 시후. 낯선 미래와 낯선 가족. 깨어난 냉동인간도,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도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데... 과연 시후는 40년 이후 세상에 잘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을까?40년이나 지났는데, 주인공이 변한 시대를 너무 빨리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본인이 원해서 냉동 인간이 된 거라면 시후처럼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지금도 냉동 인간을 만드는 회사가 있고, 냉동인간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냉동 인간을 오랜 시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매우 크다. 그런 점에서 <냉동 인간 이시후>는 냉동 인간을 가족으로 두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을 꽤 현실적으로 다룬 셈이다. 불치병으로 고생하던 소년이 다시 깨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 축복이지만 동시에 다른 누구에게는 혐오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꽤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시후가 살게 된 미래는 마냥 멋지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기 위해 애쓰는 인간다운 모습은 여전히 박수를 받는다. 과거에도 유효한 것이 현재에도, 미래에도 유효하다는 걸 보여주는 냉동 인간 시후의 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눌거리가 넘쳐나는 책.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내듯 자신의 열다섯 인생에 있어 꼬인 문제를, 시행 착오를 거쳐 차분히 풀어내는 주인공이 기특하고 대견해 내내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읽었다.유리가 할머니와 삶을 살아가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p.186의 말들이 너무 좋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신체기관의 '눈'을 빗댄 표현들이 좋았다.하얀 눈은 차갑고 시리지만 그 안에는 그걸 보상받을 만큼의 아름다움이 있다. 눈의 결정은 모든 모양이 같지 않고 고유의 모양으로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다. 모든 아이들이 시리고 차가울지라도 그걸 이겨내고 고유의 모양 그대로 찬란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여우의 먹이, 사는 모습, 육아 등 여우의 생태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전하는 동화책.찬찬히 말하는 듯한 문체로, 엄마의 목소리로 아이에게 읽어주면 더욱 좋을 듯하다.다른 책들과 달리 조금 특별한 건, 단순히 여우의 생태를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철학자 등의 말을 인용하며 자연과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장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에서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p.22우리는 인간이 하는 말을 아주 잘 알아들어요. 그렇다면 인간도 여우의 말을 잘 알아들을까요? ... 동물의 언어는 올바른 언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래서 인간은 여우와 대화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요.---------------------<공감의 시대>, <공생자 행성>, <사피엔스> 등 어른이 함께 읽을 추천도서를 제안하고 있어 관심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어떻게 하면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연을(동물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야하는 존재로 인식할 수 있을까?먼 옛날에는 인간과 사이좋게 지냈다는 여우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이 가진 숭고함을 생각하는 시간, 아이와 함께 읽어보세요
이 책으로 제주 4.3에 대한 전말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4.3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무자비한 폭행과 죽음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마을 주민들의 상황과 서로에 대한 오해로 복수를 다짐한 세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제주의 상황이 묵직하게 전달되어 마음이 아팠다. 서로에게 벗이었던, 이웃이었던 이들을 오해와 불신,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해야 하다니.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작품 마지막에는 결국 수혁과 준규가 오해를 풀고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했을 것을 생각을 하니 씁쓸하다.------------------------✔️p.219 [작가의 말]빛바랜 흑백 사진 뒤에 숨겨진 청춘들의 이야기, 시대의 수레바퀴에 짓밟힌그들의 눈부신 젊음을 알리고 싶었다.-----------------------'피해자도 가해자이고 가해자도 피해자인 끔찍한 모습이 이 소설에서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는 송재찬 작가의 말처럼 정말 '서로를 향해 겨눌 수밖에 없는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불신과 오해'에 말문이 막혔다. 수혁과 준규 사이에 어떠한 오해가 있을까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조마조마했지만 이야기는 결국엔 '화해와 희망'을 전한다.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하지만 곧 현실도 그렇게 되어지길 바라며.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그림책.갑작스러운 상실은 그것을 실감하는 순간 사정없이 마음을 휘두르는 것 같아요. 저의 20-30대를 함께 보내고 결혼과 양육을 지켜본 반려견 '웅이'가 생각나 코끝이 자꾸만 시큰거렸어요."사람들이 너무 많이 울어서 무지개다리가 물에 잠겨 버렸어."그래서 새로운 동물들이 무지개다리 너머로 건너올 수가 없자 이전 세계에 남은 가족들 그만 울라고 안심하라고, 저마다 발로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전하면서 발도장을 꾹꾹 찍지요.행복했던 기억은 서로에게 사라지지 않고 힘이 됩니다. 동물은 물론 어떤 식으로든 상실을 경험하신 분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에요.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다들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 염려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