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에게

현진에게 - 제5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사계절 아동문고 117
이수진 지음, 양양 그림 / 사계절 / 2025년 10월

제 5회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인 '현진에게'를 나도 읽어 보았다.

지난 수상작인 몬스터차일드를 인상깊게 읽었던지라(이 책과 통하는 결이 있다!),

사계절 어린이 문학상이라니, 또 믿고 펼쳐본다.

이수진 작가는 영화 만드는 일을 하다가 이제는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첫 작품을 읽자마자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이 책은 195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 식민지 문제로 한국과 일본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었고 그러한 시대적 배경이 개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몇 조각이나마 가늠할 수 있는 책이었다.

주인공 현진(하루토)은 아빠는 한국인 엄마는 일본인인 혼혈아이다. 아빠는 한국에 살고 있으며, 엄마와 동생과 현진은 일본에 살며 아빠를 그리워하고 있다.

한국인을 혐오하는 당시 상황에서 현진은 학교에서 사진의 아버지가 한국인 이라는 사실을 숨기며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정우는 현진이네 반의 유일한 한국인이며, 제주 4.3사건을 피해 덜 위험하다는? 일본으로 가족과 함께 왔다. 한국인임을 숨기지 않고, 그로 인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 학급 아이들이 정우를 배척하는 것을 마냥 외면하지 못하는 현진은, 정우를 조금씩 도와주며 가까워지고, 한국인임을 드러내며 다니는 정우에게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 현진이반의 중요 인물, 현진의 친구 료!

료는 일본인이며, 한국인인 정우를 차별하는 아이들 중 하나이다. 정우의 실체? 를 모르고 친하게 지내다가 나중에 알게되는데...

우정이라는 가치를 두고 갈등하는 인물이다.

현진이, 정우, 료.. 그리고 다른 반 친구들까지.

다른 시대 다른 배경에 등장했다면,

모두 함께 뛰어 놀며 깔깔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상황들을 겪으며 주인공 현진은, 아픔속애서도 우정의 소중함, 깊은 가족애, 선명하지 않지만 어딘가 있는 희망을 보려고 한다.

현진의 부모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자연스레 이중섭화가를 떠올리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화가의 그림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중섭 화가의 이야기를 볼때마다, 화가의 인생을 중심으로 안타까워했었는데,

남편을, 아빠를 그리워한 가족의 시각에서 다시 한 번 그의 이야기를 떠올려 볼 수 있었다.

***

크게 떠올려보지 않았던 1950년대 일본,

당시 그들의 삶을 잠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역사동화였다.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쟁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중이며,

다름에 대한 차별은 결코 덜해지지 않았고,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가족들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이,

다양성을 품을 수 있는 사회,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는 사회, 서로에게 손내밀어주는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길 바라며 책상을 덮는다.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만한 고학년~ 어른까지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사계절어린이 #현진에게 #이수진작가 #사계절출판사 #사계절어린이문학상

평범한 것들을 보는 따뜻한 시각, 면봉이라서.

면봉이라서 ㅣ Dear 그림책
한지원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한지원 작가의 신작! 이라니.

'왼손에게'를 읽고 그 시선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 책도 기대를 하며 펼쳤어요.

표지의 와르르 쏟아진 면봉들이 낯설지 않네요.

우리집에서도 가끔 일어나는 일!ㅎㅎ

책을 넘기면, 면봉의 쓸모들이 등장합니다.

광부였다가(우리집 꼬맹이가 좋아한 장면! 누런 걸 캐낸 모습 ㅎㅎ)

의사였다가,

수리공이였다가,

청소부도 되고(당장에 면봉으로 키보드 청소하고 싶어진 나!)

수학 문제부분에서는 첫째에게 들이밀며, 우리도 이런거 해볼까? 하기도.

너무 흔해서,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 어떤 이야기의 소재도 되지 못할 것 같은 면봉인데!

작가님의 세밀하고 따뜻한 시선과 상상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네요.

이쑤시개가 되어 나타난 면봉이었던 친구가, 특별한 삶을 사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비슷한 일을 한다는 걸 알았을 때,

인생이 참 얄궂다는 걸 느끼게 된 면봉.

때로는 남들의 특별한 재능을 부러워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을 하기도 해요.

결국엔, 자신이 특별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그래도 그게 끝이 아님을 알며, 설레는 일들을 기대해보기도!

우리의 삶도 그런 것 같아요.

어릴 땐, 나중에 난 특별한 사람이 될 것만 같고 그렇잖아요.

근데 살아가다보면 결국 우리는 다 비슷비슷하구나, 저마다의 힘듦과 고충이 있구나 알게 되지요.

하지만 그 사이에서 가끔 오는 특별함을 찾기도 하고, 설레는 일들을 기대하기도 하고요.

동네 태권도 학원 홍보할 때 나눠주고, 지역 축제에 가서 체험하고 얻어오고,

물건을 주문했는데 사은품으로 딸려오고

그런 면봉들이 우리집에도 여기저기 뒹굴고 있어요.

저도 오늘은 괜히, 면봉을 들었다놨다 해보고,

주변의 별 것 아닌 사물들에 시선을 길게 둬보기도 하고,

바쁘게 정신없이 살던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는 느낌으로 차분히 공상에 잠겨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호옥시,

특별하지 않은 나에게도 쫌 재밌고 쫌 설레는 일들이 생길지도...?

책장을 덮으며 따스한 마음으로 상상해봐요.

이토록 흥미진진한 수학 동화라니!

김민형 교수의 수학 추리 탐험대 1 - 0과 1의 세계: 사라진 수학자 ㅣ 김민형 교수의 수학 추리 탐험대 1
김민형 기획, 김태호 글, 홍승우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4년 7월

엄청난 능력자이신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 교수님의, 아이들을 위한 수학동화라니.

이야기+수학을 좋아하는 엄마는, 책을 보기도 전에 두근두근했다. :)

수학을 좋아하는 우리집 9살은, 책 표지의 제목을 보자마자 와락 끌어안고 읽기 시작했다.

와 이거뭐야? 하는 눈빛으로 1권과 2권은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1권만 읽고 도저히 끝낼 수가 없다고.

3권은 언제나오냐며 묻는 아이. (이야기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재미있는 그림들과, 흥미로운 만화들도 함께 볼 수 있어서,

흥미를 바탕으로 수학적 사고력과 논리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는 책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영국에서 비밀 연구를 하고 있던 수학자 이민형 박사.

어느날 침입자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이민형 박사의 쌍둥이 딸인 수인과 제인이 아빠의 단서를 토대로,

'수학 추리 탐험대'가 되어 단서를 풀어가며 문제를 해결해간다.

수학은 학교 공부, 문제집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우리 생활에 살아있는, 우리 세계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거라고 알려준다.

책을 보고 이진법에 꽂혀 숫자들을 다양한 진법으로 나타내보는가 하면,

숫자 암호를 통한 마술도 즐겨보고,

인공 지능에 대한 이야기도 곰곰이 생각해보고,

음악의 덧셈과 쌍둥이 소수까지.

신기한 수학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는 아이. 

수학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물리, 역사, 문학 등의 이야기가 함께 있어

융합적 사고력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3권을 기대하며, 우리 꼼꼼하게 엄마랑 같이 한 번 더 읽어볼까? ㅎㅎ

이순신을 찾으며 용기를 쌓는 시간-

이순신을 찾아라 ㅣ 바람그림책 156
김진 지음, 정지윤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6월

초등학교 저학년인 첫째가, 얼마전부터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인물들에게도 흥미를 보였다. 그 중 초등 남학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이순신 장군을 이번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찾아라, 시리즈를 이 책으로 처음 접했는데 다른 책들까지 얼른 읽고 싶어졌다.)

책의 내용은, 왜적이 침략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때, 거북선을 만들어 처음 바다에 띄우는 날이다. 군졸들은 노닥거리다가 이순신 장군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거북선 주변과 내부 곳곳을 찾아다니게 된다. 그러면서 거북선 내부를 자세히 보여주는 책이다. 

거북선의 내부 모습을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책은 처음이었다. 그림 하나하나 보며 이것 어떻게 썼겠구나, 이건 이런 용도였을까? 하며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부쩍 전쟁에 대해 궁금해하고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구체적인 그림을 보며 이야기하니 오히려 그 두려움이 적어지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페이지마다 숨어있는(?) 이순신 장군을 찾는 재미도 아주 컸는데,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과 서로 찾으려고 난리였다.

책 마지막 부분에는 어려운 낱말에 대한 설명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어서 좀 더 깊이 이순신과 거북선을 이해하고 고찰할 수 있었다. 이순신 찾기에 주력하는 어린 아이부터 역사적인 고증을 바탕으로 실감나게 그려진 거북선 내부의 모습을 살펴보고 이순신과 거북선을 이해하는 고학년 성인까지 모두가 즐길 만한 그림책이다.  

용기와 리더십의 상징 이순신 장군을 더 사랑하게 된 그림책, 두고두고 보게 될 것 같다.

+ 아이들이 진짜 거북선을 보고 싶다고 하여 거북선이 있는 곳을 찾아보기도 했다. 여수나 통영에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어딜가지? 내심 뿌듯한 고민을 하고 있다. 

숫자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무조건!

내 친구 숫자를 소개합니다 - 2025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선정 ㅣ 궁금한 새싹
카리나 루아르 지음, 요안나 제자크 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4년 5월

숫자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무심코 툭 던져줬더니-

엄마 이거 뭐야? 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집중해서 한참을 봅니다.

숫자의 기본 개념부터, 숫자의 탄생, 옛날 사람들의 수세기 법, 0의 발명, 숫자와 관련된 직업 등 숫자와 관련된 여러 지식들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여기 저기 들여다보며,

'엄마, 계산 할 수 있는 동물이 있을까 없을까?'

'컴퓨터는 왜 0이랑 1로 되어 있는지 알아?'

'주민등록증좀 보여줘봐! 엄마 주민등록증에 있는 숫자좀 보여줘~'

하며 매우 적극적으로 책을 탐색합니다.

원래도 숫자를 좋아했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숫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을 보며

숫자와 더 친한 친구가 된 아이입니다.

아직 6세인 숫자까막눈;; 동생도 같이 책을 보며 좋아해요.

그림을 보며 숫자를 찾고, 형아에게 물어보며 나름의 수준에서 탐색하네요.

어디서 그레이엄수라는것을 봤는지 

자꾸 '그레이엄수만큼 속상해!' '나는 곱하기 그레이엄수만큼 %%해' 라며,

알게 된 것을 활용하기도 합니다.ㅎㅎㅎ

숫자를 좋아하는 유치원생부터 고학년, 아니 성인까지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이에요.

두고 두고 한번씩 꺼내봐도 좋을, 

수학과 더 친해지고 싶게 만드는 책.

왜 내가 어렸을 때는 이렇게 흥미롭고 친절하고 재미있는 수학책이 없었을까?

괜히 요즘의 아이들이 부러워지기도 하네요!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