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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젠더 스펙트럼 ㅣ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평점 :
뾰족한 말들이 온라인에 차고 넘친다. 소셜미디어의 편중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며 세상이 양극화되고 코로나19, 글로벌 경제침체로 살기 힘들어서인가 혐오와 차별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논의의 화두를 던지는 목소리조차 파묻힐 것만 같다. 공정사회를 지향하며 전개하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에도 당연한 공감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나 우선주의, 이기주의가 앞선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놓인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영 교육방송인 EBS에서 <젠더 스펙트럼>과 같은 책을 출간한 것에 반갑다. 선입견을 갖고 알려고 하지 않을 이들도 혹시 귀기울여 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책에서는 젠더갈등을 유발하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역사 속 여러 사건과 근거로 보여주고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문제삼아 차별을 일삼고 폭력을 가하는 현재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데 학교에서도 이런 수업이 다뤄 진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책 제목처럼 미국의 저널리스트 팔루디가 언급한 '젠더 스펙트럼'이라는 용어에 공감한다. 젠더란 무한하게 다양할 수 있으며 일종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것. 성별이 남녀로 딱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며 그라데이션이 있는 스펙트럼처럼 각자의 존재를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우리나라 성범죄 평균 형량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현실, OECD 34개국 중 일본과 함께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 2014년 성 구매자 처벌법을 도입한 캐나다와 달리 성상품화를 당연시 해 세계 성매매 시장의 6위의 규모로 성매매를 용인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언급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후견인 제도 때문에 10세 이하 여아들도 본인의사와 무관히 결혼당해야하고,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온몸을 가리는 전통복장을 입지 않아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 여학생들이 죽음을 당하기도 했으며, 파키스탄이나 요르단 등에서는 집안의 여자가 남성 가장의 말을 거역하거나 도망치면 남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살인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죽이는 일이 자행되고 있음을 알린다. 여성에게는 순결이데올로기를 강조하고 남성의 성욕은 관대한 현실에서 순결, 봉사를 여학생들만의 지침으로 교훈 삼았던 한 여고가 오래된 교훈을 버리고 새로운 교훈 제창식을 열고, 남녀 성역할을 구분하고 여성의 돌봄노동은 무가치한 것처럼 대하는 사회 인식 등도 이야기한다.
그런가하면 독립운동에 참여했으나 역사에서 누락시킨 여성독립운동가들, 백의의 천사 이전에 실천하는 혁신가였던 나이팅게일,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으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시의원 당선된 게이 정치인 하버밀크 등 역사에서 소외되었고 배제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룬다.
최근 군대 내 성범죄 접수시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오히려 여군들에게 몸가짐 조심을 권고하는 교육을 시켰다는 뉴스를 듣고 참 어이가 없었다. 피해자인 여성들에게 도리어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 군대내 소수인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조직문화와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또 하나, 우리나라의 성범죄 평균 형량이 낮은 건 대충 알고 있었지만 책의 기재 내용을 다시 짚자면 미국의 성범죄 형량은 10년 2개월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성인일 경우 3년 2개월, 13세 미만일 경우 5년 2개월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한다. 거기다 심신미약, 초범, 반성의 모습 등을 이유로 감형해주는 불필요한 혜택까지 제공한다. 특히 13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아동 성폭력은 영국의 경우 무기징역, 중국은 사형에 이르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6~9년 선고에 그친다고 하니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법 개정도 반드시 필요하겠다.
똑같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누릴 권리가 있는데 비합리적이고 불평등한 시스템 안에서 누군가 당연히 권력과 편의를 독식하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무시받고 소외되고 울고 있었다.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이유로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차별하고 비하하거나 착취해서는 안된다. 여성이라면 아마 이미 많이 알고 있을 널리 알려진 이슈들이지만 이것들을 정리해 한 권으로 묶어내 읽기 편하고, 또 공영 교육방송인 EBS에서 펴내 의미있다 하겠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