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을 지켜주는 친절한 생활 속 법률 상식
곽상빈.안소윤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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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곧대로 법만 지키며 사는 게 미덕인 시대가 아닌 것 같다. 법을 잘 알고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법의 사각지대까지 구석구석 잘 알고 활용할 줄 알아야 같은 상황에 놓이고도 손실을 덜 입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법에 관해서는 특히나 아는 것이 힘이다. <내 돈을 지켜주는 친절한 생활 속 법률 상식>은 일상생활에서 법에 관해 궁금해 할 법한 질문부터 법적 절차나 소송 관련 궁금증, 창업이나 기업운영, 최근 사회 이슈와 관련된 법적 시비에 대한 법률 지식을 모은 책이다. 

한 질문에 대해 장황하고 깊이있는 답변을 제공하기 보다는 총 4개의 챕터의 95가지 다양한 질문에 대해 간단 명료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 백과사전처럼 어느 정도 궁금한 것들을 해소할 수가 있다. 일상의 소소한 논란과 법률, 법원 소송시 궁금한 질문들, 창업자와 기업 운영자가 알아야 할 법률, 또 새롭게 도입되는 과학기술과 변화하는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궁금증과 법률 상식을 사례와 판례 중심으로 실었으며, 일반인들이 궁금해 할 법한 어려운 용어는 별도로 설명하고 있다.

몇가지 눈에 띄는 질문과 답변은 다음과 같다. '대화중 상대방 동의없이 녹음한 것도 증거로 인정되는가'에 대한 답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대화를 엿들으려고 통신비밀보호법이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뒀다가 다른 사람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로 대화 하는 도중에 상대방 동의없이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건 아니라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이때도 상대동의가 없었으므로 음성권 침해로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전화통화의 경우에도 상대방 동의없이 녹음해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증거수집 목적으로 녹음했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가해자의 대답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피해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해자를 찾아가 녹음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나보다.

'민사소송에서 원고나 피고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답은 결국 둘다 출석하지 않으면 원고의 소가 취하된 것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변론기일에 원고와 피고가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면 재판장은 다시 기일을 정해 재소환하는데 참석하지 않은 쪽이 불리할 수 있다. 원고는 출석해 소장을 진술했는데 피고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사실이 진실하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고는 불출석하고 피고만 출석할 경우에는 피고의 진술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피고만 출석하고 원고가 나타나지 않고 기일지정신청도 하지 않으면 원고의 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법이 다 알아서 잘잘못을 가려주는 게 아니라 비용을 들여 소송을 하고 적극적으로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변론하며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쪽이 법적으로 그나마 유리한 판결을 얻을 수 있는 듯하다.

'스토킹 처법법,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한 답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이 가능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2022년 10월19일부터 입법예고해 적용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은 글이나 그림 등이 피해자가 아닌 제3자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온라인 스토킹은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온라인 스토킹 행위 유형도 추가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피해자 신변안전조치, 피해자보호명령제도,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된 법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 후 스토킹 범죄로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까지 발생했으니 어디서 어디까지 조치하고 보고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이 빠져있는 법의 모호함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 상담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에 대한 답은 변호사의 시간은 돈이라는 것. 그래서 시간의 대가로 타임 차지가 되는데 보통 15분 단위로 기록되어 시간당 수십 만원에서 2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변호사와의 법률 상담은 대부분 유료이고 법무법인이나 변호사에 따라 통상 30분에 최대 5~10만원, 시간당 20만원 정도가 책정된다고 한다. 사건의 복잡성과 크게에 따라 달라지므로 상담을 원할 경우 멈저 비용을 문의하고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변호사 상담은 한 곳만 하고 바로 결정하기 보다는 여러 곳에서 상담을 받아보고 어떤 변호사를 선임할지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법률 상담을 무료로 해주는 곳이 있는가'에 대한 답도 실려있다. 다행히도 대한법률구조공단 사무소를 방문하거나 전화(국번없이 132) 또는 홈페이지에서 상담이 가능하며, 시청이나 구청, 공공기관, 볍호사협회에서도 무료상담을 진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물(물건에 대한) 피해만 발생한 교통사고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조문의 경우 낯선 용어탓도 있지만 한글임에도 명료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기술로 법의 처벌을 빠져나갈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정직하게 바르게 살면 법대로 해도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았지만 권선징악의 해결사 같은 줄 알았던 그 법이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법을 잘 아는 사람들 또는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을 기용할 수 있는 부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수록 어쩐지 좀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법률상식을 장착한다면 적어도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며 덜 손해 입고 덜 피해보면서 요령껏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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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역사 -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리처드 건더맨 지음, 조정연 옮김, 김명주 감수 / 참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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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 세대는 더이상 감염병이 나와 상관없는 역사 속 사건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소수의 어떤 사람들만 감염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감염자가 될 수 있고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언급하며 전문가들은 팬데믹의 주기는 더 짧아지고 다음 팬데믹도 곧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했다. <감염병의 역사>를 책을 통해 돌아보며 감염병과 팬데믹의 역사를 좀더 제대로 알아보기로 했다.


 


감염병의 역사를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볼 수 있다는 책의 카피처럼 이 책은 컬러풀한 그림 자료, 역사적으로 예술작품에 나타난 감염병의 모습, 데이터를 나타내는 도표와 전세계 감염병 발생 지도, 감염병 연구와 극복을 위해 애써온 의학자와 과학자 등의 인물 사진 등까지 실어 이해를 돕는 것이 특징이다. 감병병의 증상을 이미지로 실어 다소 징그럽게 느껴지는 그림도 있지만 이름만 알았던 화려한 색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사진은 눈길을 끌어 내용을 이해하며 함께 보는 재미가 있다.


 


책은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의 병원체가 인간이나 동물의 몸 안에서 증식하여 다수에게 감염되는 감염병에 대해 소개한다. 전쟁이 발발하며 인구 이동으로 인한 특정 지역에 인구밀도가 높아져 열악한 위생환경과 영양실조 등으로 생긴 여러 감염병부터 생물테러감염병, 성병과 같은 성매개감염병, 모기로 인한 말라리아 감염, 황열병 등 또 아직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까지 여러 감염병의 발발 원인과 피해 정도, 치료와 극복 과정 등을 설명한다.


 


책에는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고 인류의 발전에 위해 다소 위험해 보이는 실험을 몸소 행해 궁극적으로 인류 수명 연장에 기여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토양에 오염된 하수가 스며들어 질병을 야기시켰다고 주장했던 페턴코퍼는 콜레라가 인간 내장에 증식해 분뇨-구강 경로로 전염되는 박테리아에 의해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된다는 이론을 주장한 고흐의 의견이 틀렸음을 입증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모하게도 콜레라균 배양육즙을 마셨으나 결국 고흐의 의견처럼 설사병을 앓고 만다. 그의 가설은 틀렸지만 한편으로는 의미있는 결론도 얻는다. 그는 토양을 건조하고 오염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해 도시에 깨끗한 식수가 유입되게 하고 쓰레기를 하수도로 배출하는 것의 중요성을 조언함으로써 훗날 상수도시스템 건설과 개선에 기여한다.


 


벤자민러시는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 높은 황열병 발발로 국가지도자를 포함한 수만 명이 도시를 떠난 후에도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도시에 남아 유해한 증기가 원인임을 밝혀내고 부둣가의 썩은 음식물을 치우고 하수를 위생적으로 처리하도록 한다. 또한 이민자가 감염병을 옮겼다고 비난하는 의견을 저지하고 끝까지 죽기 전까지 도시에 남아 환자 치료에 애쓴다.


 


이처럼 재난상황에서도 환자를 돌보며 역할을 다한 의사로서의 러시의 대응은 전세계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2019년 사스 바이러스 양성 반응 환자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19의 위험성을 미리 알린 리원량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며 이슈를 덮고자 한 중국 정부의 경고를 받고도 코로나19 의 위험성을 알리고 묵묵히 환자 치료에 애쓰다 안타깝게 생명을 잃는다.


 


숱한 감염병이 출현으로 인류는 혼돈에 빠지고 위기를 겪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와 환자,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용기와 지성을 보여준 의료인들과 의학자,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어 또 희망을 찾을 수 있어 다행스럽다. 인류의 이동과 교류는 막을 수 없고 또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인구고령화로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도 받아들여야 하는 엄연한 현실이다. 뻔하지만 저자의 조언처럼 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한 한 사람으로서 타 생물과 공존하고 함께 번영하며 협력자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새삼 갖게 만든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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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한 끼 - 99가지 음식 처방전
임성용 지음, 김지은 그림 / 책장속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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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먹는 게 건강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다. You are what you eat. 알고 있지만 어릴 땐 당장 입에 맛있는 걸로 끼니를 해결하고 때로 몇끼쯤 안 먹어도 크게 상관없다보니 건강하게 먹는 일에 무심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어떤 음식을 언제 얼만큼 먹느냐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기왕 먹는 거 어떤 식재료가 왜 우리몸에 이롭게 작용하는지 제대로 알고싶다는 궁금증도 생긴다. <나를 채우는 한 끼>는 현직 한의사가 레이디경향에 연재했던 '임성용의 보약밥상' 코너를 보완해 건강 상태별 음식 처방을 표방한다. 



따뜻한 일러스트로 그린 식재료 99가지를 각각 일상에서 겪는 불편한 상태 6장으로 구분해 졸음이 쏟아지고 무력감과 피곤함에서 벗어나고 싶다거나 스트레스를 벗어나고 싶고 불면에 시달릴 때 따뜻한 한끼로 불편함을 다독이고 싶다거나 집중력을 높이고 싶고 구석구석 몸의 부위별 통증을 달래고 원할하게 작동하지 않는 신체 기관을 회복시키고 싶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식들을 소개한다. 



'동의보감'을 포함해 고전 의서나 한의학, 약리학 정보와 현대 의학으로 밝혀진 영양성분, 그리고 역사기록 등을 바탕으로 각각의 식재료를 제대로 이해하고 먹을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한다. 널리 알려진 정보 가운데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함께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더 유익한 재료들도 함께 소개한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나에게 필요한 처방전이 필요할 때 목차를 뒤져 적합한 식재료를 찾아 요리하면 될 것 같다. 책 목차에 나온 필요 처방과 식재료만 봐도 약을 먹지 않아도 좋은 식재료로 어느 정도는 이 불편한 상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든다. 



평소 자주 먹는 토마토에 든 리코펜은 항산화작용에 탁월하고 암 예방에도 좋으며, 숙취해소, 골다공증 등에도 좋지만 덜익은 부분에는 배탈을 비롯한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솔라닌이 꽤 많아 후숙해 먹는 게 좋고, 고수는 감기나 구내염 같은 가벼운 염증 치료에 도움을 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나 조상들은 빈대 냄새가 난다고 하여 환영받지 못한 역사가 있다고 한다.



가지는 약초 백과사전격인 '본초강목'에 밭에서 나는 채소 중 무익하다고 적혀있을만큼 과거에는 천대 받았지만, 실제로는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항균작용을 하는 비타민 P가 많고 노화 억제, 시력 개선 효과를 주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며 들기름, 올리브유, 돼지고기나 토마토와 함께 먹으면 더 궁합이 좋다고 한다. 톳은 면역력을 높여 항암작용을 하고 종양의 혈관 신생을 억제해 전이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무비비소라는 1급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데 끓는 물에 데치면 대부분 해소되지만 임신부나 어린이가 과식하지 않기를 권한다.



이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당장 먹는 치료약처럼 즉각적인 반응과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평소에 좋은 음식들을 알고 제대로 먹으며 천천히 내 몸이 건강해지도록 아껴주고 싶다. 건강을 위해 각종 영양제만 챙겨 먹을 게 아니라 평소 먹는 식재료에도 좀더 신경을 쓰면 건강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먹던 식재료들에 대해 좀더 영양학적으로 알 수 있었고, 평소 잘 먹지 않았던 건강한 식재료에 대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것도 있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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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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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 왠지 결연한 자세로 삶을 다시 바로보기해야 할 것 같은 마음가짐이 된다. 흘려보냈던 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면서 뭔가 제대로 살고 싶은 의욕도 살아나는 것 같다. TV에서도 새해에 희망을 걸며 명사를 모시고 신년대담 프로그램을 방영하듯 <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도 어쩐지 새해에 어울린다. 노학자들이 긴 세월 자신의 분야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며 터득한 통찰력있는 인생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본다.

 

이 책은 정규학 기자가 6명의 노학자들과 산책하며 나눈 인터뷰집이다. 이시우 천문학자, 강신익 의철학자, 조장희 뇌과학자, 백종현 칸트철학자, 윤석철 경영과학자, 이어령 문학평론가 등 일평생 각자 다른 전문 분야에서 학문에 정진해 뜻을 펼친 학자들이 각자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삶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어떤 가치와 지혜가 필요한지 각자의 언어로 설명해준다. 짧은 산책길이지만 질문하는 인터뷰어에게 자신들이 깨달은 바를 이해시키고자 힘주어 말하는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공통적으로 열정이 느껴진다.

 

천문학 연구에 매진하다가 은퇴를 하고 불교 교리를 독학으로 공부한다는 이시우 천문학자는 불교사상의 관점으로 별의 생사를 이해하면서 항상 변하며 순응하고 또 비워내는 삶,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모든 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평상심을 지키며 가치있게 사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는 만물을 생명체로 보아야하고 인간이 죽어 생기는 한줌의 생명체도 역시 다른 생물의 자양분이 되는 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인터뷰어가 불교의 윤회설이냐며 언급하자 그와는 다른 생명의 순환임을 바로 잡아 이해시킨다. 부처는 오히려 당시 힌두교의 윤회설을 부인했던 사실도 이 대화를 통해 새롭게 알게 돼 흥미로웠다.

 

의사로 일하다 철학을 공부하며 의학을 철학적 관점으로 연구한 강신익 의철학자는 우리 몸을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병이 있는 상태을 디폴트로 이해하자 말한다. 그리고 협동이 진화에 도움을 주었던 것을 예로 들며 경쟁을 강조하기 보다는 소득불평등을 줄이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며 인류가 고루 삶의 질과 평균수명을 올리는 것에 대한 과제를 이야기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기능을 볼 수 있는 PET를 개발한 조장희 뇌과학자는 운동과 명상을 통한 건강한 뇌 만들기를 강조하며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표절하고 양으로 논문 표절 양산을 허용하는 사회풍조를 비판한다. 또한 자신의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성공이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이 개발되는 밀 사회에서도 인간이 스스로 대뇌를 성숙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철학과 교수를 지낸 백종현 칸트 철학자는 분수를 지키고 자신에게 충실하며 자연에 경외감을 가졌던 칸트 정신을 풀어 설명한다. 아는 것을 실천하고 가치를 실현하는 지행일치의 학자로서의 삶을 강조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가치를 우선에 둔 행복 추구가 더불어 사는 이 사회에서 의미있음을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하게 주어진 것들에 정의를 논하는 대신 타인을 향한 사랑과 배려를 나누는 것이 인문정신임을 설명한다.

 

물리학을 공부하다 전기공학, 경영과학을 연구한 윤석철 경영과학자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기업의 생존 노력으로 감수성과 상상력, 탐색 시행 등을 예로 들며 성공한 경영자의 필수 조건을 설명한다. 국가로서는 물질적 차원의 선진국을 넘어 정신적 차원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도덕성 같은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고 공생과 상생의 가치를 중시할 것 등을 강조한다.

 

세상을 떠나기 전 했던 인터뷰에 응했던 이어령 문학평론가는 더불어 사는 공생의 가치, 공감, 사랑하고 배려하며 생명 존중의 마음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생명의 경제학을 이야기한다. 또한 인간의 보편적 질서와 생명의 관계를 놓치는 자본주의 중심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예술을 통해 생명 자본주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말한다.

 

책을 읽으며 이들의 산책길을 뒤따라가며 대화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이 얻은 귀중한 삶의 지혜를 나누어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이어령 박사만 아는 채로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다른 박사들의 인터뷰에서 더 좋은 인상을 받았다. 여섯 학자의 이야기가 같은 방향으로 가기도 하지만 약간 다른 관점을 보여주기도 해서 이들이 모두 한 테이블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해봤는데 합의에 이르지 못한 주제도 있었겠다 싶다. 여러 명사와 다양한 주제로 나눈 대화를 한 권에 다루다보니 더 깊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관심있는 학자의 심도있는 이야기는 개별 저서를 더 찾아보면 될 것 같다. 남성 노학자 6명만 인터뷰한 책이라 추후 여성 노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 나와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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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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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한국 SF소설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난 김초엽 작가 열풍을 기억한다. 새 책 출간 때마다 주목을 받는 이 작가의 책을 나 역시 몇 번 읽기 시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읽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수과학에 담쌓고 살아도 사는 데 지장없던 문과형인 내게 과학 배경 지식의 이해를 깔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SF소설은 좀 낯설고 어려운 장르였기 때문이다. SF소설을 접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문과형 소설가들이 과학 지식을 두루뭉실 살짝 차용한 듯한 좀 만만한 SF소설과 달리 화학자가 꿈이었다는 이과형 작가의 SF소설은 좀더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드러내는 듯해 지레 겁먹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알고 싶었으나 다소 문턱 높게 느껴졌던 김초엽 작가의 읽고 쓰는 이야기, 그녀의 작품 세계가 탄생하는 과정을 좀더 들여다볼 수 있는 이번 에세이 출간이 더 반가웠다.

 

 

저자는 십대시절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보고 반해 이런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가슴 가득한 글쓰기 열망을 갖게 된 사실을 고백한다. 습작의 시간과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증명받고 싶었던 공모전을 거치며 작가가 되었고, 자신이 좋아하던 다양한 과학 소설과 지식서, 논문, 과학지를 읽으며 자신이 원하고 쓰고 싶은 것들을 구체화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SF를 즐기긴 했어도 마니아까지는 아니었지만 막상 SF소설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후 부족함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SF고전들을 읽고 배우고, 또 주변의 소외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도 볼 수 있었다. SF소설 계보에 들어선 작가가 된 후 외부 인터뷰의 질문을 감당하면서 과연 SF 소설이 무엇인지 천착하며 본인 또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며 독자들에게 SF소설 장르가 어떤 것인지, 또 어떤 매력때문에 SF소설을 쓰고 있는지도 밝힌다. 

 

 

작가는 어떻게 작품들을 구상하고 자료 조사하며 뼈대를 세우고 이야기를 전개하는지, 또 주기적으로 작법서를 읽고, 관련 신간 도서와 서평들을 따라잡으며 성실하게 공부하고 자극받으며 글쓰는 내공을 채우는 과정도 가감없이 소개한다. 어느날 번개를 맞은듯 갑자기 술술 써내리는 게 소설이 아니고 작가의 자료분석과 영감, 고뇌의 시간을 거쳐 편집자 독자, 다른 저자들의 세계를 탐구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이렇게 맛집 비법을 공개해도 괜찮은건가 싶을 정도로 그녀가 내놓은 작품의 밑거름이 된 수많은 SF소설과 과학서 등도 숨기지 않고 다 실어 독자들에게 더 많은 읽을꺼리를 제공한다. 글을 쓰며 문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어떻게 방법을 모색하고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 작품을 완성했는지도 소개한다. 

 

 

책을 읽으며 김초엽 작가의 진정성에 태도에 반했고 그래서 그녀의 소설들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먹게 되었다. 낯설고 어려운 과학 지식의 덤불에 또 갇히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지만 궁금한 것들은 더 알아가려는 의지를 갖고 찾아가면서 결국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믿고 계속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변과 세상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소설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도 연결지어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이라서, 진지한 태도로 읽고 배우고 쓰며 목소리를 내는 이라는 사실이 작가를 신뢰하게 만들었다. 김초엽 작가에게 반하게 될 영업서이자 SF소설로 가는 책들을 추천받을 수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우연은 그냥 지나쳐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 중 하나가 되고 말지만 그것을 알아보고 잡고 따라간다면 운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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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에서>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꿈꾸면서도 사실은 유토피아가 없다는 것을 안다. 차가운 우주는 유토피아를 허용하지 않는다. 냉혹한 물리법칙도 인간의 진부한 규칙들도 이 우주에 유토피아를 위한 자리를 남겨놓지 않는다. 그곳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히 그리운 세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차가운 우주의 유토피아를, 그곳으로 가는 길을 상상한다. 어쩌면 그 모순에 맞서며 다른 세계로 가는 길을 상상하는 것이, 소설의 일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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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서평을 쓰는 일아야말로 실패를 무릅써야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읽기를 시도하고 읽기에 실패하면사, 오독이 이따금 확장의 가능상으로 변모하는 우연의 순간을 기대하면서. 오해와 이해 사이를 서성이며 책 위에 무수한 의미를 덧칠해가는 그 작업들을, 나는 기쁘게 찾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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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해의 한계까지도 직면하면서 세계를 알아가려는 SF의 인물들을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미지의 영역은 끝까지 남아있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결코 낯선 세계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 나는 그것을 SF로부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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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나는 여전히 이 학문의 가장 근본에 놓인 마음,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에 이끌린다. 인간이 바깥의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불완전한 이해과정을 통해 재해석한 자연과 우주는 매력적이다. 불완전한 뇌를 지닌 인간은 일반화와 분류와 데이터해석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그 점진적인 접근이 앎의 영역을 약간씩 넓혀간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의 미지를 더한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특히 나는 그 인류 지식의 경계선에서,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지렁이와 선충과 따개비 따위에 온 마음을 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무한한 자기 확신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의심을 품고 앎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그 태도를 평생에 걸쳐서라도 조금씩 닮고 싶어진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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