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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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 왠지 결연한 자세로 삶을 다시 바로보기해야 할 것 같은 마음가짐이 된다. 흘려보냈던 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면서 뭔가 제대로 살고 싶은 의욕도 살아나는 것 같다. TV에서도 새해에 희망을 걸며 명사를 모시고 신년대담 프로그램을 방영하듯 <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도 어쩐지 새해에 어울린다. 노학자들이 긴 세월 자신의 분야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며 터득한 통찰력있는 인생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본다.

 

이 책은 정규학 기자가 6명의 노학자들과 산책하며 나눈 인터뷰집이다. 이시우 천문학자, 강신익 의철학자, 조장희 뇌과학자, 백종현 칸트철학자, 윤석철 경영과학자, 이어령 문학평론가 등 일평생 각자 다른 전문 분야에서 학문에 정진해 뜻을 펼친 학자들이 각자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삶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어떤 가치와 지혜가 필요한지 각자의 언어로 설명해준다. 짧은 산책길이지만 질문하는 인터뷰어에게 자신들이 깨달은 바를 이해시키고자 힘주어 말하는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공통적으로 열정이 느껴진다.

 

천문학 연구에 매진하다가 은퇴를 하고 불교 교리를 독학으로 공부한다는 이시우 천문학자는 불교사상의 관점으로 별의 생사를 이해하면서 항상 변하며 순응하고 또 비워내는 삶,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모든 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평상심을 지키며 가치있게 사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는 만물을 생명체로 보아야하고 인간이 죽어 생기는 한줌의 생명체도 역시 다른 생물의 자양분이 되는 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인터뷰어가 불교의 윤회설이냐며 언급하자 그와는 다른 생명의 순환임을 바로 잡아 이해시킨다. 부처는 오히려 당시 힌두교의 윤회설을 부인했던 사실도 이 대화를 통해 새롭게 알게 돼 흥미로웠다.

 

의사로 일하다 철학을 공부하며 의학을 철학적 관점으로 연구한 강신익 의철학자는 우리 몸을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병이 있는 상태을 디폴트로 이해하자 말한다. 그리고 협동이 진화에 도움을 주었던 것을 예로 들며 경쟁을 강조하기 보다는 소득불평등을 줄이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며 인류가 고루 삶의 질과 평균수명을 올리는 것에 대한 과제를 이야기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기능을 볼 수 있는 PET를 개발한 조장희 뇌과학자는 운동과 명상을 통한 건강한 뇌 만들기를 강조하며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표절하고 양으로 논문 표절 양산을 허용하는 사회풍조를 비판한다. 또한 자신의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성공이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이 개발되는 밀 사회에서도 인간이 스스로 대뇌를 성숙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철학과 교수를 지낸 백종현 칸트 철학자는 분수를 지키고 자신에게 충실하며 자연에 경외감을 가졌던 칸트 정신을 풀어 설명한다. 아는 것을 실천하고 가치를 실현하는 지행일치의 학자로서의 삶을 강조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가치를 우선에 둔 행복 추구가 더불어 사는 이 사회에서 의미있음을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하게 주어진 것들에 정의를 논하는 대신 타인을 향한 사랑과 배려를 나누는 것이 인문정신임을 설명한다.

 

물리학을 공부하다 전기공학, 경영과학을 연구한 윤석철 경영과학자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기업의 생존 노력으로 감수성과 상상력, 탐색 시행 등을 예로 들며 성공한 경영자의 필수 조건을 설명한다. 국가로서는 물질적 차원의 선진국을 넘어 정신적 차원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도덕성 같은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고 공생과 상생의 가치를 중시할 것 등을 강조한다.

 

세상을 떠나기 전 했던 인터뷰에 응했던 이어령 문학평론가는 더불어 사는 공생의 가치, 공감, 사랑하고 배려하며 생명 존중의 마음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는 생명의 경제학을 이야기한다. 또한 인간의 보편적 질서와 생명의 관계를 놓치는 자본주의 중심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예술을 통해 생명 자본주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말한다.

 

책을 읽으며 이들의 산책길을 뒤따라가며 대화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이 얻은 귀중한 삶의 지혜를 나누어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이어령 박사만 아는 채로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다른 박사들의 인터뷰에서 더 좋은 인상을 받았다. 여섯 학자의 이야기가 같은 방향으로 가기도 하지만 약간 다른 관점을 보여주기도 해서 이들이 모두 한 테이블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해봤는데 합의에 이르지 못한 주제도 있었겠다 싶다. 여러 명사와 다양한 주제로 나눈 대화를 한 권에 다루다보니 더 깊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관심있는 학자의 심도있는 이야기는 개별 저서를 더 찾아보면 될 것 같다. 남성 노학자 6명만 인터뷰한 책이라 추후 여성 노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 나와도 좋을 듯하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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