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 산책길에 만난 냥도리 인문학
박순찬 그림, 박홍순 글 / 비아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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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들이 골목 구석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표지라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은 누구라도 책이 궁금해 손을 뻗을 것 같다.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라는 책 제목을 보고 소크라테스 때문에 내용이 혹시 어려운가 싶겠지만 책을 뒤적여 몇 페이지만 살펴보면 사랑스럽고 장난기 많은 고양이 그림으로 인문학을 풀어낸 매력적인 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책은 마치 명화 패러디의 작품들을 보듯 재치있고 완성도가 높은 고양이 그림으로 가득하다. 사람은 한 명도 등장시키지 않고 모두 고양이가 주인공인 그림들로 소크라테스부터 공자, 애덤 스미스, 단테, 프로이트, 보부아르, 체 게바라, 데리다 등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정신을 이끌어온 인물들의 주요 업적과 사상을 압축시켜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돕는다. 경향신문에서 26년간 해학과 풍자로 통쾌한 시사만화 '장도리'를 연재한 박순찬 만화가가 탄생시킨 고양이 '냥도리'가 인문학 가이드로 등장하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이 흘려보내기 아쉬울만큼 정성스럽게 표현됐다.


 


인류 역사에 변화를 가져온 무수한 인물 중 선정한 열 다섯 명을 다시 짚어보는 것도 의미있었다. 인간의 영혼과 신체가 분리될 수 없다고 본 아퀴나스의 이론은 달려가는 해골을 끌어안고 있는 고양이로 표현했고, 우매할 수도 있는 다수에 의한 민주주의에 반대하고 정치는 극소수의 철학자가 맡아야한다 했던 소크라테스의 주장도 귀여운 고양이 만화로 다소 순화돼 전달된다. 애덤스미스가 내세운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설명할 때는 고양이 발이 등장하고 칼마르크스의 자본가가 행하는 노동자를 상대로 한 노동착취는 고양이를 주물러 돈을 토해내게 하는 그림으로 표현해 와닿는다.


 


케인스가 주창한 정부 개입을 통한 유효수요 창출과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도 한 장의 그림으로 이해가 되고, 사회화 과정을 통해 조작되고 강요된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규격화된 틀을 지나 같아지는 고양이들로 표현해 보부아르의 사상을 전달한다. 합리적 이성이라는 서양철학의 신화를 해체한 데리다의 사상은 허물어지는 기둥으로 단박에 이해시킨다. 그 밖에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등 다양한 명화나 역사적 인물을 고양이로 표현하고 패러디해 알아보고 이해하는 새로운 재미를 준다.


 


책의 뒷부분에는 인물과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배경지식을 '도슨트투어'라는 코너로 별도로 실었으며 좀더 깊이 있는 지식을 얻고자하는 이들을 위한 추천도서를 '깊이와 넓이' 코너에 게재했다. 만화적 상상력에 어울리게 글도 좀 재미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내용의 왜곡이나 비약없이 사상과 이론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오히려 정통 이론을 찾아 이해할 때는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명화 못지않은 컬러풀한 만화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대의 변화를 이끈 철학자, 인문학자, 혁명가들의 이야기를 한눈에 살펴보게 해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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