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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클래식 - 지휘자 여자경이 들려주는 일상 속 클래식
여자경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음악은 그냥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사를 모르고 사연을 모르고 부르는 사람이나 연주하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만들었는지 몰라도 그저 듣기만 해도 좋다. 하지만 귀에 익숙한 곡의 잘 몰랐던 가사를 한 줄 한 줄 어떤 의미인지 헤아려 보거나 음악에 얽힌 뒷 얘기를 알고 나면 그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비하인드 클래식>은 심포니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저자가 대중들이 클래식을 더 즐기며 들을 수 있도록 클래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해 클래식과 대중을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 같은 책이다.
방송이나 일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클래식은 주로 어떤 이야기나 메시지의 배경음악이 되기가 일쑤다. 하지만 클래식 라디오 채널만 들어봐도 각 곡에 대한 사연과 이야기가 있고 우리가 고유한 곡들을 기억할만한 이유를 소개해 준다. 이 책은 음악 교과서에 실릴만한 유구한 음악사나 거창하고 어려운 클래식 음악 정보에 대한 책이 아니고 연예면 가쉽처럼 과거 클래식 음악계의 가쉽처럼 가볍고 흥미로운 뒷 얘기를 소개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음악 이야기를 듣다보면 다시 그 음악이 듣고 싶어지는데 책이라 바로 들을 수 없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책의 각 챕터 앞 부분에 QR코드를 두어 책에서 소개하는 클래식 음악들을 리스트로 묶어 소개한 유튜브 페이지로 연결해 들을 수 있도록 한 것도 편리하고 좋다.
저자는 자연, 일상, 사랑, 위로 총 4개의 챕터별로 나눠 우리 삶에서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을 찾아내 소개해주는 음악 큐레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빨간머리 컴플렉스 때문에 가발을 썼던 비발디는 바이올린으로 새의 지저귐이나 천둥소리 등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표현했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봄의 신에게 제물을 바친다는 내용의 불협화음을 담고 있다는 사실, 슈베르트의 곡은 바닷물고기인 숭어가 아니라 민물고기인 숭어라 내륙지방에서 산 슈베르트는 바다에 사는 숭어를 보지도 못했을 꺼라는 얘기도 재미있다.
음악회에서 조는 사람들을 위한 재치있는 요소를 넣어 별명을 얻었던 하이든의 놀람교황곡, 불면증을 가진 항 백작을 위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쓴 바흐, 괴팍한 성격을 가지고 무려 14시간 이상 연주해야 하는 짜증이라는 의미의 '벡사사옹'이라는 곡을 쓴 사티와 그의 사후 이 곡을 여러 피아니스트와 연주한 괴짜 음악인 존 케이지와 이 곡을 18시간 내내 들어준 관객인 앤드워홀의 이야기도 있다.
'엘리제를 위하여'의 엘리제로 추정되는 베토벤의 러브스토리 속 여성들과 엘립 러브스토리와 수많은 여성들과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결국 성직자로 생을 마감한 리스트,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와 카르멘이 다룬 파격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는 '고양이 푸가'를 쓴 스카를라티와 그 밖에 고양이나 강아지에 대한 사랑을 음악으로 담았던 음악인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이 원래 프랑스 민요에서 출발했고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곡이라는 이야기와 극심한 트라우마와 우을증을 극복해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를 쓴 라흐마니노프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클래식의 영역에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해 미국 클래식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랩소디 인 블루'를 쓴 조지거슈인을 포함시킨 것도 인상적이었다. 챕터마다 끝에 '궁금한 이야기’라는 코너를 둬 클래식 곡에 대한 기본 지식도 실었다.
중학교 때 음악시험을 위해 주요 클래식 음악이 녹음돼 있던 테잎을 들으며 곡에 대한 사연도 잘 모르면서도 음악의 내용을 상상하며 외웠던 기억이 있다. 상상만으로 음악이 안겨다 준 기쁨도 크지만 이런 클래식 소개를 다룬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으면 더 재미있게 기억하며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타 클래식 음악 소개 책들에 비해 내용도 짧고 쉬우며 기본적인 유명한 클래식을 다루고 있어 클래식 입문자들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도 두껍지 않아 부담없이 읽고 금방 클래식이랑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