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 작고 찬란한 현미경 속 나의 우주
김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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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과 출신이라 자연계 전공을 선택해 연구원이 하는 일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편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이과로 진로를 모색하면서 이과에 어떤 전공들이 있고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하게 되는지 더이상 무관심할 수가 없게 되었다. 성적과 취업을 의식해 전공을 선택하고 직업을 결정하는 일은 없길 바라는데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아보인다.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는 과학에 반해 과학자가 되었고 유전학을 전공하고 그 중에서도 선충이라는 기생충의 유전자 진화를 연구하는 한 젊은 기초 과학자의 에세이다. 생물학 분야의 기회와 미래, 여러 생물 가운데 선충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 선충 연구의 놀라움과 이 연구가 세상에 기여하는 바, 그 밖에 신기하고 놀라운 생물체들의 이야기 등을 이야기하는데 생물 연구에 푹 빠진 이의 고백서를 듣는 듯하다. 매주 금요일 출판되는 과학 논문을 재미있게 즐겨 읽는다는 이야기는 딴 나라 사람 같기도 하지만 기생충에 예쁜꼬마선충이라 이름을 실제로 공식학명으로 붙여놓은 사람들이 있으며, 작고 얼음처럼 투명해 온몸이 비쳐 보이는 다니오넬라나 척추동물 중 수명이 가장 짧다는 킬리피시와 사랑에 빠졌고 생쥐 연구 수업 때문에 생쥐를 희생시키기까지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고백들은 이과생들에 대한 마음의 거리감을 줄여준다.



어린시절부터 꿈꾸던 과학자가 되어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으로 여겨지지만 정작 그가 하고자 하는 연구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현실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러기에 안정적인 환경에서 마음껏 연구하고 과학적 발견을 하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여 안타깝다. 저자는 이처럼 의미있고 중요한 생물학 연구가 단지 당장 활용할 자원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연구비 투자가 원할이 이루어지지 않고 대학원생들은 일한만큼 정당한 처우가 보장되지 않고 교수는 정작 연구대신 실적 쌓기에 급급해 여건이 어려운 과학계 현실에 대해서 지적한다. 외국 과학계가 충분한 시간과 비용으로 과학 연구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것과 달리 한국 과학계는 유능한 과학자들에 의한 양적 질적 성장을 거둔 것과 달리 비합리적인 연구비 체계나 학술정책이 장기적인 과학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음을 밝힌다.



생물학 전공을 선택하면 어떤 환경에서 어떠한 전공의 공부와 실습을 하게되는지 또 어떤 위기에 직면해 고민하게 되는지 진로 결정의 순간에는 또 어떤 이유로 고민할 수 밖에 없는지 허심탄회 들려주어 이 분야의 전공을 생각해 본 적 있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다. 생물학이 이렇게 재미있고 신기하며 할 연구가 얼마나 많은지 말하며 생물학 분야로 이끄는 영업서이기도 하지만 기초과학 연구의 엄연한 현실을 토로하는 과학자의 아픈 외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도 그렇듯 해보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특히 과학연구에서는 더우 그렇다. 설치류 연구들은 짧게 보면 다른 의생명 연구와는 결이 너무 다르고 상업성이 훨씬 떨어져 보인다. 그렇지만 이처럼 비록 지금은 쓸모없다고 손가락질 받는 것들이 어쩌면 지식의 한계를 부술 결정적인 연구가 될 수도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그토록 애타게 찾던 정답은 아마도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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