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힘
리처드 H. 탈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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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이롭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를 원한다. 이모저모 따져보고 최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을 내리고 만족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에 둘러싸여 감정에 휩쓸려 주관적인 선택을 하며 일관성없이 행동하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행동경제학>은 전통경제학과 달리 변덕스럽고 예측이 어려운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인식과 착각 등을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경제학 영역에서 이해한 책이다.

 

두툼한 두께와 제목 때문에 혹시 대학전공서처럼 느껴져 지레 겁먹는 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저자가 행동분석학 분야에서 연구한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통해 행동경제학 개념을 소개해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실제로 '제한된 예산 내에서 최적의 조합을 선택하며,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는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이 삼은 가정이 사실은 완벽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선택의 가짓수가 많은 상황에 사람들은 최고의 조합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으며, 사라들은 결정을 내릴 때 사실 이미 편향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미처 고려에 넣지 못할 다양한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에 따라 가격이 탄력적으로 변동하는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인 '차등요금제'를 설명하며 수요가 치솟을 때는 요금이 비례해 올라 운전자도 돈을 더 벌 수 있게해 일견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911사건 같은 위급한 상황에 그런 요금제가 운영돼 혼란을 부추겼다면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볼 수 없음을 지적한다. 결국 뉴욕주의 바가지 요금 금지에 관한 법률로 우버는 높은 요금 상항선을 설정하거나 비정상적인 기간의 추가 매출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제안하지만 하지만 저자는 우버의 수동적인 결정을 문제삼는다.

그러면서 저자가 방문한 스키장 숙박업체가 크리스마스 주간에 추가 요금을 받을 것을 경제학 관점에서 제안하자 오히려 그렇게 하면 다시 찾을 수 있는 충성고객을 잃을 것이라 답한 숙박업체의 주인의 조언을 예로 든다. 또한, 3달러의 추가 요금으로 은행원과의 상담이 가능하다며 ATM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홍보한 퍼스트시카고 은행이나 경기장 등 수요가 많은 곳에서 코카콜라 자판기가 가격을 자동 설정하는 것을 제안했던 과거의 코카콜라 CEO 등 실패한 전략을 소개하며 수요가 많으면 가격을 올리는 것이 경제학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것인양 보이겠지만 단기 수익 상승에만 기여할 뿐 장기적인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잃고 고객을 잃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 밖에 이미 어떤 물건을 가진 사람은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그 물건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현상유지 편향'이 있고 반대로 그 물건을 갖지 않은 사람은 그 물건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는 '소유효과'현상을 설명하면서 실제로 일하던 공장이나 탄광이 문을 닫아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다시 서도록 도와주는 노력이 필요한 공공정책 문제를 설명하기도 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택을 할 때 이익이 가져다주는 기쁨보다 손실이 가져다주는 슬픔이 더 큰 '손실회피'현상, 평범한 사람들이 막판에 극단적인 투자를 하는 심리를 사람들이 손실 상황에서 위기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는 '전망이론'으로 설명하며 도박을 통해 번 돈을 실제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등 돈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심리계좌' 개념으로 하우스머니 효과를 거둬 최근에 얻은 수익을 기꺼이 투자하려는 성향이 금융시장의 거품을 조장하는 현상을 소개한다.

 

일찌기 다른 사람의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사람들이 바른 선택을 하게끔 이끌었던 책 <넛지>를 통해 오바마 정부의 공공정책을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일을 담당했던 저자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로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변화시켰던 사례들을 소개하며 앞으로 행동분석을 통해 세금 감축 방안이나 창업 독려, 교육 분야 등 다양한 공공분야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또한, 주변 관찰로부터 시작해 설득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록하며 조직내 문제에 결단력을 갖고 목소리를 내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행동경제학을 구축하며 다양한 환경에 적용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밝힌다.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힘'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행동경제학은 경제학 범주에 속하지만 인간이라는 변수를 반영해 심리학이나 사회과학, 마케팅, 금융거래 등 다양한 영역을 받아들이며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통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의문을 품고 타 학문과의 교류와 연구를 통해 40여 년간 행동경제학 분야에 매달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연구는 다양한 관점에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정부의 정책, 기업의 결정을 읽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단순히 이론적으로 합리적인 것만이 유익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돕고 이로운 선택에 이르게 하는 행동경제학을 매력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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