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SCIENCE 푸드 사이언스 150
브라이언 레 지음, 장혜인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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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만만하게 봤다. 어차피 있는 재료 익히고 넣으라는 양념 넣고 꼭 맛있어야 할 요리를 만들 때는 가끔 살짝 MSG를 넣어 그럭저럭 먹을만하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 아니 그 이상 부족한 요리의 완성도를 무작정 요리솜씨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책임하긴 했다.


'더 맛있게 더 똑똑하게 요리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부제를 단 <푸드사이언스>는 화학전공자인 식품과학 전문가인 저자가 쓴 음식 속 숨은 과학이야기책이다. 조리도구의 이해 같은 요리 기초부터 음식의 풍미를 살리는 법, 요리 재료의 이해와 조리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 재료의 안전과 보관 등 요리에 대한 궁금증 150 가지를 과학적인 원리로 이해시키고 고수로 거듭나는 주방의 한 수도 알려준다.



이걸 넣고 이렇게 조리해야 맛있고 이걸 뿌려야 비린내가 안나고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지시만 내리는 게 아니라 조리하고 보관하는 중에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음식 재료와 요리 과정을 화학적 물리적 변화로 납득하게 해준다. 뭐, 이미 요리에 관심을 갖고 착실하게 레시피를 따라 요리해온 사람들이야 상관없겠지만 가정과 화학시간에 배운 정보가 희미하고 내맘대로 요리해온 이 아 과학적 접근이 흥미로웠다.



150개의 질문 중 몇 개를 고기 굽기에 대한 질문과 답병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기를 조리한 후 레스팅을 해야할까? - 텔레비전에서 보면 스테이크 등을 굽고 서빙 전 레스팅을 해야 육즙이 풍부한 스테이크가 된다고 하지만 저자는 레스팅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원래 고기가 익으면 근섬유가 수축하며 수분이 밀려나오는데 레스팅을 하면 육즙이 다시 고기에 스며들어 육즙이 풍부한 스테이크가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레스팅을 하면 남은 열로 고기가 더 익고 마르기도 하거니와 고기가 식으면서 표면이 눅눅해지고 지방이 굳어져 맛과 식감이 달라지며, 레스팅을 하든 하지 않든 고기수분 함량 차이는 15%이내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고기는 왜 뜨거운 팬에 들러붙을까?- 이 질문을 보고 그러고보니 어떨 때는 고기가 팬에 들러붙고 어떨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궁금해하지조차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설명에 따르면 고기단백질에는 황 원자가 1개 붙은 아미노산인 시스테엔이 들어가 있는데 달궈진 팬에 고기가 올라가면 이 단백질 결합이 풀어지면거 시스테인이 금속에 노출되고, 황 원자가 팬의 금속과 반응해 결합해 들러붙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조리하면 표면 열로 인해 이 결합이 결국 깨져 고기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시스테인이 깨지는 온도까지 기다리던지 아니면 처음부터 팬에 들러붙지 않게 아주 뜨겁게 달굴 것을 권한다.



스테이크는 웰던으로 익혀야 안전할까. - 이 질문 역시 당연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처음 들었다. 레어로 구운 스테이크를 싫어하기고 어쩐지 덜 익은 채로 먹으면 안전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명을 보면 고기 표면 말고 고기 내부는 의외로 멸균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표면만 71도 이상으로 시어링하면 세균감염의 위험이 없다고 한다. 소는 도축 과정에서 대장균이 고기 표면에 묻을 수 있어 내부는 안전한 편인데 큐브 스테이크나 고기 분쇄기를 거치는 간 소고기 등은 오히려 세균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연한 고기와 질긴 고기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각각 어떻게 요리해야할까?- 역시 새로 알게된 지식 중 하나였는데 부위에 맞는 적절한 조리법을 사용한다면 어떤 부위의 고기라도 연해질 수 있다고 한다. 가령 어깨부위나 근섬유 밀도가 높고 콜라겐이 많은 부위는 이를 분해하기 위해 촉촉하게 오래 익혀야 하므로 브레이징, 삶기, 뭉근히 끓이기 같은 조리법을 사용하면 연화작용이 일어나 고기가 아주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그냥 좋은 고기 사서 구워 먹으면 누가 굽던 고기가 다 고기지 했던 나의 무지함을 인정하게 됐다.



그 밖에 버섯에서 왜 고기맛이 날까, 양파를 썰면 왜 눈물이 날까, 소금의 종류가 중요할까 같은 질문의 답도 흥미로웠고 늘 대강 베이킹하는 내게 왜 요리에서 사용하는 버터 온도가 중요하며, 케이크 반죽을 섞는 방법이 중요한지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설명으로 요리의 태도를 점검하게 해준다.


요리솜씨가 어떤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재능이 아니고 음식 재료를 제대로 알고 이해한 바대로 다루고 만든다면 누구나 더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갖게 해 요리에도 과학에도 더 흥미를 갖게했다. 요리책이라기 보다는 요리의 이해를 높이는 잡다한 식품 과학지식을 담은 상식책으로 읽어도 재미있겠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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