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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벽을 넘어 세상을 바꾼 101명의 여성
줄리아 애덤스 지음, 루이스 라이트 그림, 김혜림 옮김 / 니케주니어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어릴적 읽었던 위인전 전집에서 여성은 헬렌켈러와 잔다르크, 퀴리부인, 마더테레사 정도였다. 전집의 95%이상은 남성이었는데 당시에는 그 남녀 비율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자라며 여성 롤모델을 찾기 쉽지 않아 미심쩍음을 느낄즈음 인류의 역사에서 주도권을 잡았던 남성들에 의해 오랫동안 여성의 인권은 동등하게 존중받지 못했으며 여성들이 이룬 공로는 폄하되고 기록되지조차 않았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성인권이 신장되면서 그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이제야 서서히 여성의 역사나 업적을 기록하고 조명하는 작업들이 쌓이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이 자부심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여성 롤모델을 소개하는 이런 책 <차별의 벽을 넘어 세상을 바꾼 101명의 여성>을 만나면 반갑다.
이 책은 주요 여성 인물들을 지도자와 운동가, 과학자와 발명가, 예술가와 작가, 운동가와 모험가 크게 4가지 챕터로 구분해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 전세계 여성 101명의 업적을 소개한다. 남성, 여성 일부러 나눠 기억할 필요가 있나 의문을 제기할 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여성의 삶을 진일보시키는 데 필요한 여성운동에 기여한 인물들도 포함하고 있으며, 한 분야에서 활약한 한 명의 대표자로 뽑을 때 으레 유명한 남성 한 명을 뽑고 넘어가는 관례는 이미 넘치도록 겪었으므로 여성들이 활동하기 어려운 척박한 조건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들을 이뤄낸 여성들을 소개하고 기록하는 이 작업은 의미있어 보인다. 내용이 길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서 더 많은 세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이름으로 관심있는 여성들의 더 구체적인 작업들을 찾아볼만한 호기심을 제공한다는 데서도 의미있다.
최근 BLM((Black Lives Matter)운동으로 전세계가 흑인인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책에 소개된 흑인 여성들의 활동은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미국에 시행한 인종분리정책이 흑인 아동들에게 편견을 심어주고 자괴감을 느끼게 해 흑인인 아이인데도 흑인인형을 못생기고 나쁘다고 판단하며 백인 인형을 선호하는 견해를 드러낸 인형 실험 등을 통해 미국 학교의 분리정책 금지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사회심리학자로 메이미 핍스 클라크, 최초의 흑인 여성조종사로 위험한 환경에서도 곡예비행으로 에어쇼나 스턴트에 참가하고 최초의 흑인비행학교를 세우려고 노력했던 베시콜만, 여성과 아동, 빈곤지역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애썼던 흑인 최초로 대통령 후보가 되었던 셜리치점 등 그동안 잘 몰랐지만 기억할만한 흑인 여성들과 함께 비교적 잘 알려진 로자파크나 마야 안젤루 등 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한다.
혁신과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봉사 분야에서 기여한 마더테레사나 오드리햅번, 나이팅게일 등은 빠져있다. 이들이 이뤄낸 점진적인 변화와 포용력도 분명 기억할만하지만 제한된 지면으로 모든 여성인물들을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한국 여성은 선정 리스트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한반도 역사상 첫 여성군주였던 선덕여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부분이 있다.
작가가 선별한 인물들만이 책에 소개돼 빠진 인물도 있을 것이나 현대사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주요 인물들을 전세계에 걸쳐 두루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의미있다. 용어사전을 별도로 두어 아이들이 업적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 어려운 어휘의 설명을 돕고 있으며,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 이들이 좀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했다.
인도나 멕시코, 아프리카, 작은 부족 등 소외된 지역의 제한된 환경에서 떠안아야 했던 장애물들을 뛰어넘고 자신만의 분야에서 삶을 개척해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자유롭고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낸 전세계의 여성을 101명이나 꼽을 수 있게 되어서 즐겁다.
# # 리뷰어스클럽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