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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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 끝이 석연잖게 끝나 미련이 남고 더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공지영이 돌아왔다. 거의 60세가 가까운 나이에 40년 만에 재회하는 첫사랑과의 이야기라니 지금 10대나 20대가 들으면 그 나이에도 사랑 운운하는 게 낯설게 들릴까. 


하지만 이 첫사랑이라는 주제는 어찌나 한결같으면서도 절대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그녀의 트위터를 팔로잉해 관심사와 트윗을 보는데 늘 불의나 마땅찮은 이슈들에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그녀를 지지하는 편이지만 본업인 소설로 만나는 건 또 새롭고 반가운 일이다.


독문학과 교수인 여주인공이 심포지엄 참석으로 마이애미로 갔다가 엄마와 여동생이 있는 뉴욕에 들르며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현재의 그들 사이에는 열일곱살의 여고생과 신부님이 되기 위해 공부하며 성당에서 봉사하는 신학생의 과거 이야기가 넘나들며 40년이라는 시간을 채워나간다. 


80년대 군부 독재하의 탄압때문에 교수인 아버지가 고문과 핍박을 당하며 그 가족들과 주인공인 미호까지 어려움을 겪어 결국 한국을 떠나야 했던 어수선한 상황과 신부님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불안, 가족들의 반대와 방해가 장애물이 된다. 자기 마음도 모를 정도의 미흡했던 감정표현은 서로에게 오해를 낳고 또 그 오해는 외부 장애물에 부딪힌다.


듣도보도 못한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글들은 섬세하고 날카로워 독자들을 그 흔한 레파토리인 첫사랑을 꺼내와 추억하게 할만하다. 


중간에 뉴욕에서 만난 첫사랑 요셉이 그녀를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 보내온 여행 계획표는 보면서 함께 들뜨기도 했다. 뉴욕에서 40년만에 만난 첫사랑과의 이야기는 최근 본의 아니게 두문불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두근거리는 여행의 경험을 갖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 오래도록 그녀는 생각했었다. 그와 내가 살아 있는 한 한 번쯤은 그와 거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러면 나는 묻게 될까? 그날 그게 무슨 뜻이었어요?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멈춰 서 있는 것도 춤이라면 멈추어 있던 통증도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계속되었던 것, 어쩌면 숙성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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