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
마이클 부스 지음, 김윤경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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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로 불린다는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에 매료된 바 있어 '다음 세대 빌 브라이슨'이라는 별명을 얻은 마이클 부스의 여행기가 궁금했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이 따로 생길만큼 여행기가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설령 동일한 나라의 같은 코스를 가더라도 자기만의 문체로 보고 느낀 바를 표현해내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저자가 쓴 이 책 <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는 '동화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영어 제목은 <Just as Well I'm Leaving: To the Orient with Hans Christian Andersen>인데 '떠나서 다행이다, 떠나길 잘했다'쯤 되려나. 한글 제목을 저렇게 단 이유는 어쩐지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횡단기' 같은 책들을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덴마크인 아내와 함께 덴마크에 살게 되면서 덴마크어를 배우고 덴마크 국민이 사랑해 마지 않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그가 쓴 여행기 <시인의 바자르>를 따라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이 되는 2005년을 맞이하기 위해  코펜하겐을 시작해 독일, 피렌체, 로마, 나폴리, 몰타, 콘스탄티노플, 다뉴브강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하면서 안데르센의 삶과 글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냉소적이며 직선적이고 투덜대는 마이클 부스가 덴마크를 겨냥해 처음부터 늘어놓는 이야기가 우습기도 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표현해도 항의받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거침없지만 결국 덴마크를 대표하는 작가인 안데르센의 여행기를 쫒는 저자의 작업 덕분에 덴마크인들에게 너그럽게도 이해받을 것도 같다.




한편으로는 어린시절 쌓아온 안데르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화를 쓴 작가로만 여기고 있던 터라 마이클 부스가 이 책에서 털어놓는 안데르센의 다양한 작품과 이 여행기에 밝히고 있는 이야기들이 폭로라고 여겨질 만큼 놀랍기는 했다. 




안데르센 동화는 사실 기이하고 독창적이며 공포와 환상을 넘나드는 상징을 담고 있는데 대부분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동화로 퍼지게 된 것은 안데르센의 책을 영문판으로 번역가들이 어설프게 윤색해 작품의 본질을 망가뜨렸다고 설명한다. '인어공주'가 다양한 성적인 상징이 담겨있다는 이야기나 안데르센이 양성애자일 가능성이 있으며 매사 예민하고 신경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었고 여행지를 다니며 홍등가를 배회했으나 평생 숫총각이었다고 스스로 밝혔다는 등 안데르센에 대해 우리가 미처 알고 있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저자는 안데르센의 여행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안데르센과 자신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안데르센의 복잡하고 나약한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본인이 겪은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딱뜨리는 과정을 블랙 코미디 같은 그만의 문체로 풀어낸다. 덕분에 나 역시 동화책이 아닌 제대로 번역한 안데르센의 작품집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마이클 부스의 다른 책들도 한 번 읽보고 싶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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