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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한 번 더 기회를 드릴게요! ㅣ 힘찬문고 51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김라합 옮김, 에듀아르트 슈프랑어 그림 / 우리교육 / 2008년 5월
평점 :
사람을 잡아끄는 제목이다. 종교적인 관점이 앞선다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만한 제목이다.그 거부감을 잠시 뒤로 해도 괜찮을 거 같다.
니나의 억울함이, 그리고 속상함에 집을 떠나버리고 싶은 또래 아이들의 심정이 그냥 그대로 보여진다. 10살이 넘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
정말 신이라는 것이 있다면 날 이대로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는 외침은 한 아이의 엄마인 나를 10대로 데려다주는 언어가 되기도 했다. 흔들리는 가치관이라고 해야하나. 무엇이 정답인지 무엇이 옳을 것인지, 지금 당장의 내 감정을 위해 나중 일을 생각지 못하는 아이들, 나 역시도 그랬었던 그 시절이 와닿는다. (10살이 넘어선 내 아이도 생각지 않게 일이 커지는 걸 보고 도망치고 싶어지는 마음이 클 거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계가 사회나 도적적인 보편타당성보다는 개인의 편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니나는 알았을까. 아니 이 말은 너무 어렵다. 마음 한 쪽에선 잘 하는 일이라고 시키는 일이, 그리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하다는 것, 내가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 또 그것으로 인해 원치 않은 방향으로 일이 생긴다는 것을 니나는 몰랐을 것이고 그또래 아이도 '맞아, 맞아'를 외치며 고개를 끄덕일 거다.
하느님이 계신다면 이렇게 하면 안되잖아요.
가끔 나도 하는 말인 것을. 나의 미성숙한 영혼이 드러나는 말이기도 하지만 억울하고 그 억울함을 토로할 자리가 없을 때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생각을 하면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이었나, 무엇이 중요했다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니나는 하하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며 길을 떠나고 그 길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의 삶과 슬쩍 깔린 위기와 외로움과 어둠 속에서 생각을 좀더 깊게 하게 된다. 사춘기의 우상이 바뀌는 것처럼 잠시 내가 믿는 어떤 것에서 다른 것으로 옮겨지기도 하는 것이고.
5학년 아이가 읽고 아주 통쾌해하지 않을까. 가끔 찾아오는 혼란의 순간에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 하는 동지의식을 가지고 안심하지 않을까. "하느님, 기회를 한번 더 드릴 테니까 이번엔 좀 잘 해보세요~!" 하하하~
김라합씨의 번역책을 몇 권 읽었는데 우리교육과 잘 맞는 거 같다. 국어실력이 짧은 내게도 매끄럽게 읽혀지는 걸 보면 말이다. 같은 작가라 할지라도 누구와 일을 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역시 가만히 지켜볼 일이다. 하느님께 기회를 한번 더 주기도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