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지팡이 여행 사계절 그림책
에이다 바셋 리치필드 글, 김용연 그림, 이승숙 옮김 / 사계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참 어렵게 쓰게 되는 리뷰다.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그림책에 관한 기록은 점점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는 것은 책을 통해서 나오는 나의 생각정리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흰지팡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식한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표지를 보고 단순히 느낀 것은, 환타지느낌의 이야기이거나 혹은 색채를 통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이라고 할까. 이런 나의 어설픈 선입견을 확~! 깨주었다. 퍽~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기도 했다.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의 심정을 과연 내가 얼마나 알까. 막연하게 기억을 더듬자니 동생과 눈을 감고 길거리를 지난 적이 있었던 거 같다. 동생이 눈을 감고 내가 길을 인도하고. 그게 우리에겐 놀이였지만, 나이를 먹으면서부터는 아주 가끔 감사함을 느끼게 되기도 하는 행동이기도 한다. 시력의 불편함을 느껴 나도 안경을 쓰고 있지만, 점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는 어떨까. 시력이 맞지 않아 안경이 불편해져도 짜증이 섞이게 되고 인상을 쓰게 되는데 말이다. 점점 볼 수 없다는 그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무채색의 그림이 발레리의 느낌을 대변해 주고 있으리라. 보이는 사람에겐 색깔이 느껴질 테고, 전의 기억으로 더듬거리는 발레리는 안보이는 것과 봤었던 기억이 공존하는.....

 지팡이사용법을 익혀가며 사는 법을 익혀갈 수 밖에 없을 것이겠지만, 지팡이를 믿는다는 것은 나자신을 믿는다는 것임에 생각이 미친다. 나자신의 판단, 손과 같은 지팡이의 느낌으로 움직여야한다는 것은 자신을 믿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싶어진다. 어쩌면 색채를 보는 나보다 더 대단한 믿음의 눈을 가졌지 않을까.

 하얀지팡이의 의미를 알려주는 글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진다. 한번도 눈여겨 본 적이 없는 그 지팡이. 이젠 지팡이에 대한 배려를 내가 할 차례인 듯 하다. 지하도를 걸으며 가끔 부딪혔던 지팡이에 대한 죄송함과 노란 가이드라인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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