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수연 지음, 주노 그림 / 소울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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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그저 그 결론만 내가 입밖으로 꺼내면 되었다. 끝까지 결단내리지 못하는 유유부단함도, 일말의 희망도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입밖으로 나온 말들은 갈등의 해소가 아닌 또다른 전쟁의 시작이었다. 머리가 아팠다. 긴장감에 뱃속에 돌덩이라도 들어있는 듯 단단하여, 길가에 쭈구려 앉았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은 듯 다시 일어나야 했다. 심판의 날 지옥에라도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새벽에 내일이 올까라는 생각을 곱씹었다. 원망스럽게도 태양은 떴지만 나의 날은 변하지 않았다. 욕지거리와 짐승이 낼 것만 같은 울음소리들의 날들이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소리는 참 무책임한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맞는소리였다. 먼지들이 쌓여 조금씩 퇴적층이 암석을 쌓아내듯 어느새 상처는 아물고 조금씩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흉터가 남았다.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살을 사둔 번개탄을, 혹여 들킬까 구석에 숨겨둔 번개탄으로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죽으려고 사둔 물건에 결국은 나를 살찌우고 영양분을 줄 고기를 구워먹는다니 말이다.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도서는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극복을 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풀어낸 책이다.

위태롭게 버티는 삶이 힘들다. 닥친 상황이 너무 힘든 사람에게는 막연한 희망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희망없이도 내일은 오더라, 내일이 오니 어김없이 또 나아지더라.”라는 저자의 한구절처럼, 역설적이게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먹게 된 것처럼, 삶에 대한 조그만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나도모르게 돋아난 새살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어두워도 보이지 않고, 빛이 너무 많아도 흩어져 버리는 그림자처럼 그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행복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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