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 Movie Tie-in 펭귄클래식 139
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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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클래식에서 출간된 노예 12을 가방에 넣고 영화 <노예 12>을 보러 갔다책을 100페이지도 못 읽고 영화를 보러 갔기 때문에 책에 스포일러 당하지는 않았다베네딕트 컴버배치브래드 피트가 스쳐지나가는 영화인 <노예 12>의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가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주변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이 영화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를 고민했다백인의 꼬임에 속아 납치당하는 장면채찍에 등의 살이 모두 벗겨지는 장면목이 매달리는 장면과 같은 영상이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게 만들었다.


책을 읽었을 때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영화는 노예제도가 백인 지주들에게 미치는 영향비참한 노예의 삶 등 다양한 인물들에 눈이 간다면 책은 솔로몬 노섭에게 초점이 맞춰진다노예인 아버지가 주인에게 자유를 얻어 자유인이 된 솔로몬 노섭지주의 집에서 노예들과 같이 일용직으로 일하며 돈을 벌었고 부족한 삶을 살았던 가족돈을 벌기 위해 쉽게 백인들에 꼬임에 넘어가는 장면노예로 팔려가서 포드같이 마음 착한 주인 밑에서라면 노예도 할 만할 것이라는 증언자유인이라고 증명할 사람이 솔로몬을 데리러 오지만 노예의 삶에 익숙해진 것인지 주인의 명령을 듣는 장면.


영화는 현대인에게 노예제도의 처참함과 본능적으로 노예제도의 부당함 느끼지만 저항하며 인간성이 변해가는 백인의 모습도 그린다노예제도가 미치는 사회적인 악영향을 솔로몬 노섭을 중심으로 흑인과 백인 모두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와 달리 소설은 담담하게 증언한다노예제도의 비참함을 증언하지만 노예제도가 존재하는 시대의 노섭이 증언하기 때문에 담담하다분노의 침을 튀겨가며 제도의 잘못억울함을 증언해야 할 부분이 오히려 담담해서 독자들을 분노하게 한다영화가 감독의 생각을 드러냈다면 책은 1800년대 솔로몬 노섭의 생각을 드러내 답답한 분노로 책을 덮게 되었다.


노예 12을 읽으면서 내내 답답했다역경을 헤쳐 나가는 주인의 모습을 기대할 수도 없고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생존해 나가는 솔로몬 노섭의 삶이 흘러가기 때문이다언제 그가 자유를 되찾을지 모르지만 비참한 노예 생활은 계속되고 독자는 답답한 분노를 가슴에 담은 채 책을 읽게 된다누군가 나타나서 그의 삶에선 노예생활이 끝날 것을 예상하고 있지만 그 비참한 모습의 노예제도는 더 유지가 될 것을 알기 때문에 답답한 분노는 사라지지 않는다그리고 노예제도는 사라졌지만 또 다른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과 같은 사실 때문에 아직도 나는 답답하고 이 책을 어떻게 해석할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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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공용한자 808자 - 자원풀이를 읽기만 하여도 스스로 기억되는
아이한자 편집부 엮음 / 홍익교육(아이한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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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신문에서 한자가 사라졌다. 한자를 못 읽어서 무엇인가 답답한 일도 사라진 일이었다. 간혹 한자와 한글이 병기된 경우가 있었지만 읽지 못해서 답답한 일은 없었다. 내 생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던 한자가 어느 날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시를 좀 읽어보고자 구매한 이성복 시인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라는 시집에서 한자가 한 움큼 나타났다.


물론 살아온 날들의 경험으로 대충 끼워 맞추고 비슷한 한자의 음을 살려서 읽어는 냈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시라는 장르의 난해함이 한자로 인해 더 증가하는 것 같았다. 시를 읽기 위해서 나는 한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자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어떤 한자를 공부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상용한자, 시험한자, 기초한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자를 엮어 놓은 책이 많았다. 어떤 것을 시작할지 몰라서 처음 꺼내 든 책은 중학교 때 공부했던 한문책이다. 책을 한 권 읽었지만 시어는 잘 읽히지 않았다.


『한중일 공용 한자 808자』는 다양하게 쓸 일이 많았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같이 사용하는 한자이기 때문에 외국어 공부도 되고 급수별로 묶여 있기 때문에 한자 시험을 대비할 수도 있었다. 구성은 간단해서 하루에 5-6장씩 정해놓고 한자를 따라 쓰면서 공부할 수 있었다. 천천히 읽고 쓰면서 공부를 했다. 책을 읽는 것과 달리 공부를 하는 책이라 쉽게 진도를 나아가진 못했지만 공부를 하다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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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
앨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 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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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벨 문학상이 발표될 무렵부터 현대소설의 자극적인 소재와 특이한 사건에 지겨워져 있었다.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처럼 읽을 때는 몰입감과 재미가 뛰어나지만 감상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박완서 작가님의 소설을 다시 한 번씩 꺼내 읽었다. 딸이 아닌 이상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어머니,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느낌의 감성을 자극하는 글들이다. 특별한 사건도 없이 불쑥 감동이 차오르고, 특별할 것도 없는 소재라서 내 주변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것만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그 여유로운 필력과 친근한 흐름에 다시금 감동을 받곤했다.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읽고 바로 떠오른 것은 박완서 작가님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글, 특별한 사건도 없이 감성을 자극하는 것. 여유로운 필력과 친근한 흐름은 박완서 작가님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 후부터는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찾아 읽었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 『디어 라이프』, 『런어웨이』까지 읽고 나는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계속, 더 읽고 싶어졌다.


『런어웨이』는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화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단편들이 묶여있다. 연애, 결혼, 출산, 관계와 관련된 사건들을 중심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우연」, 「머지않아」, 「침묵」은 연작으로 한 여자가 우연히 만난 남자를 다시 찾아간 이야기 딸을 낳고 부모님을 만나러 간 이야기. 딸이 장성해서 자신을 떠나간 사건들을 엮어 한 여자의 유년기를 제외한 일생을 단편으로 엮은 소설이라 주목할 만하다. 가장 집중해서 읽은 단편은 「런어웨이」다. 첫 장에 나오는 단편이자 표제작이기도 하지만 여자의 일탈에 몰입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말 체험 목장을 운영하는 칼라와 클라크, 넉넉잖은 운영에 연일 이어지는 비로 수입이 없는 상황, 대책 없이 빈둥대는 클라크. 그 상황을 벗어나려는 칼라를 위해 도움을 주는 옆집 실비아. 도움을 받아 오른 버스 안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칼라를 그리는 장면에서 갈팡질팡하는 칼라를 바라보게 되는 독자는 드라마의 바보 같은 선택을 하는 여주인공을 보는 듯이 상황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난폭한 남편 클라크의 실비아에 대한 협박. 어딘가 환상적인 결말은 크나큰 사건, 소재 없이도 자연스럽게 독자를 긴장시키고 몰입시킨다.


「반전」은 어딘가 고전을 닮은 도입부다. 드레스를 준비해 놓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라는 대사로 시작해서 왜 드레스를 준비해놓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라는 대사를 하게 됐는지 이어가고 가슴 아픈 운명의 장난을 담아낸 단편이다. 어딘지 제인 오스틴의 향기가 나는 작품이다.


앨리스 먼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가다. 나는 『런어웨이』를 읽고 그렇게 느꼈다. 1800년대의 소설과 현재의 소설을 모두 담아 낼 수 있는 살아있는 작가다. 제인 오스틴과 같은 느낌도 있고, 한국적인 박완서 작가님의 느낌도 담아낸다. 나는 이런 소설이 패스트푸드같은 최근 소설이 아닌 장독에 묻어 둔 건강한 장 같은 느낌이 들어 열광하며 읽게 된다. 아쉬운 것은 장독에 묻힌 장을 다 먹으면 더 이상 먹을 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노벨상 수상 인터뷰에서 앨리스 먼로는 다시 작품 활동을 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이 희망이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은 천천히 아껴서 계속 읽고 싶다. 다음 작품이 나오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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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 챕터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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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읽었던 사르트르의『존재와 무』는 나를 방황하게 했고, 그의 책 제목처럼 술을 마심으로써 ‘구토’하게 만들었다. 어떤 목적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던 삶에서 목적을 잃은 후 깨달은 진실 같았다. 아주 논리적으로, 경험적으로 사르트르의 글에 설득 당했다. 그러나 삶의 목적이 없다고 해서 비극적이라거나 슬픈 일은 아니었다. 그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다가 그렇게 될 것 같은 삶을 살고 있을 뿐이었다.


대학교 때 사르트르에게 논리적으로 설득 당했다면, 삶의 목적이란 것 자체를 생각할 시간을 잊은 지금은 에밀 시오랑에게 감성적으로 동의했다. 논리적 흐름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몇 줄의 잠언들로 가득 찬 책에서 결국 ‘진정한 불행은,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에 상당 부분 공감했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회피하고, 삶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 삶의 비극과 직면하게 만든 책이다.


새벽 3시. 나는 이 순간을, 그리고 다음 순간을 감지하며 매분 매초를 초조하게 헤아리고 있다.

왜 이래야만 하는 걸까? 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몸을 뒤척이며 이 태어남 자체를 문제 삼게 되는 유난히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이 ‘이후로’라는 말이 내겐 너무도 두렵게만 느껴져서 마침내 그 의미는 견딜 수 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 p.9


나는 내가 자유롭다고 느낀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 p.129


내 사전 속에서 하나둘씩 어휘를 없애 버렸다. 학살이 끝났을 때 살아남은 단 하나의 어휘-고독.

만족한 기분으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p.129


소멸하는 것이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다면, 소멸의 근원인 출생도 역시 존재한다고 하기 힘들다. - p.225


잠언들 사이에 텅 빈 한 줄. 한 줄의 숨을 고르는 동안 주의를 환기시킬 시간도 없이 숨을 멈추고 생각했다. 실존주의의 목적 없이 공허한 삶 속에 슬픔이 침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감정 없는 순수한 행동인 방황에 슬픔이 더해진 듯한 기분이다. 모든 것을 공감하며 읽지는 않았지만 그 슬픈 아포리즘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어쩌면 논리적인 공감보다 더 깊은 감정적 공감에 빠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재미’라는 판단기준과는 다르게 묘하게 끌리는 ‘카타르시스’라는 비극적 정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천천히 다시 음미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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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 공업 이야기 - 인간은 말(馬)이 아니다. 당근만 있으면 된다!
야마다 아키오 지음, 김연한 옮김 / 그리조아(GRIJOA)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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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러닝셔츠를 입고 접은 종이를 선풍기 바람에 날려 직급을 결정하던 야마다 사장의 모습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다. 공정함이라는 의미와 함께 재미를 담고 있어, 잘 잊히지 않는다. 몇 년 전 그 기억이 미라이공업과 같은 회사에 취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했다. 열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직도 미라이공업은 다니고 싶은 회사, 독특하고 재미있는 회사로 기억되고 있다.


기업에 대해서 강의로, 때로는 몸으로 배우면서 존재하지 않는 좋은 회사에 대해서 들어왔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기업, 체계적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기업, 비용과 이익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에 대해 배웠다. 경영학 책에서, 강의 속에 등장하는 좋은 회사는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라기보다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였다. 그리고 현실에는 좋은 회사의 틀을 흉내 내고 있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미라이공업은 강의에서 들어보지 못한 종류의 좋은 회사였다. 


미라이공업은 다니고 싶은 기업, 일을 해보고 싶은 기업이다. 미라이공업은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의 행복이 중심인 기업이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은 직원의 행복을 만드는 사장의 역할이다. 미라이공업에서 사장의 역할은 단순하다. 사장 자신이 스스로를 무능력하다고 여기고 일은 직원들에게 맡긴다. 그리고 사장은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미라이공업에서 사장은 직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다. 


야마다 사장은 직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 일반 상식에서 벗어나는 기행도 서슴지 않는다. 모든 기업이 주6일제로 수익을 낸다고 생각할 때 주5일제를 가장 먼저 도입하거나, 다른 기업이 직원의 업무시간을 늘리려고 궁리할 때 야근을 금지하는 등 일반적인 회사 상식에서 벗어나는 기행을 해왔다. 컨설턴트가 회사는 그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는 말을 무시하고 미라이공업의 성공을 통해 이렇게 해도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기인이다. 


야마다 사장은 일단 해보고 말을 하는 실천적 기인이다. 그러나 야마다 사장은 사람이라는 존재의 특징과 일본인의 기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을 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거나, 직원 스스로 일을 처리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직장을 만들었다. 불만이 쌓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직원은 미안해서라도 일을 잘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죄책감 같은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기업인 것 같은 인상도 느껴진다. ‘인지상정’ 이라는 사자성어가 미라이공업 내부에 아주 잘 녹아들어 있는 것 같다. 


책의 구성은 책이 쉽게 이해될 수 있게 짜여있다. 야마다사장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본문이 전개되고, 직원들의 목소리가 챕터 끝에 들어있다. 야마다사장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 생각하는 회사, 실천을 해보는 회사다. 사람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게 만드는 회사다. 야마다 사장은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못하는 직원들의 만족도를 머릿속 장부에 기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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